디자이너, 머무는 순간을 훔쳐보다.
Prologue
하루라도 아이폰 캘린더에 점이 보이지 않는 날이 생기면, 어김없이 약속을 만들거나, 어디로 갈 계획을 세우기가 바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 아이폰 캘린더에는 점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 빼곡한 점들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업무 미팅, 식사 약속, 카드값 정산일, 대출금 상환일 그리고 딱 하루뿐인 월급날! 하지만, 10년이 넘게 처음 살아보는 외국 생활은 또 다른 종류의 점들을 내 캘린더에 많이 찍도록 했다.
T. R. A. V. E. L. 처음엔 업무상 가는 여행도 그나마 다른 해외여행이다 보니 마냥 좋았다. 2-3년을 거의 매일같이 일주일에 한두 번 인근 나라들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마침 프로젝트들도 마무리가 되어가면서 업무 외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서 슬슬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행, travel, trip…. 이러한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직업: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걸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 하고 부러움이 섞인듯한 리액션을 보여 주지만, 사실은 그렇게 와~ 할 것은 아니다. 부러워 보이는 일들도 일로 엮이게 되면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생기게 마련이다.)
사는 곳 : 외국생활 10년 차 그리고 한국
(이 또한 한국에서 이렇게 소개하면, 다들 부러워 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더 부럽다. 한국이 더 좋다.... 한류, 이 유명세 덕에 이제는 해외에 있어도 한국에 더 관심이 가지게 마련이다.)
브런치 : 아는 만큼 보인다. 내 여행의 Destination이 되는 호텔 이야기를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다
(앞으로 무슨 브런치를 할지 모르겠지만, 20년 가까이 소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살면서, 그중의 15년 이상을 호텔(Hospitality) 디자인만 전문으로 하면서도 정작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남들한테 그렇게 필요한 정보들인지 몰랐다. 물론 우리는 아이디어로 먹고사는 사람들이지만, 그 아이디어들 외에도 나름의 내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고, 사람들과 공유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그것들을 브런치 하지 않을까 싶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 정말 맞다. 특히 나한테는, 아직도 내 공간은 정말 심플, 단순하고 정리정돈이 안되어 있다. 내 집은 그저 밤늦게 들어와 씻고, 밥 먹고 그리고 자고, 그렇게 단순한 내 삶의 순간을 누리는 단순한 공간이었다. 해외에서의 생활, 처음 3년은 정말 더 그랬다. 그러니, 내가 디자인한 공간은 얼마나 재미없었을고.... 싶다. 그래도 참 웃기다. 그렇게 지루하게 했던 디자인, 하고 나니 특이한 디자인 공간, 특이한 디자인 호텔이라고 나름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고 했다는 것을 7-8년이 지난 이제야 들었다. 외국은 다 이렇게 먼 나라인 줄 오늘에야 실감한다.
디자인, DESIGN, 그것도 호텔 디자이너 (HOSPITALITY DESIGNER), 대단한 단어같이 들린다. 내 직업을 말하는 순간 누구 하나 "와~"라고 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디자인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한 거였나 보다.. 하지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디자인...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다행인가? 적어도 아무 나는 안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나도 수학 좀 할 줄 아는 아무나 중에 하나였던 거 같다. 왜였을까? 학교 다닐 때는 수학이 그렇게 좋았다. 그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술학원 다니는 친구들, 미술 입시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부러워하긴 했다. 그래서 졸업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나? 다행히 그나마 내 적성에서 멀지는 않았나 보다. 나름 그림도 곧 잘 따라 그렸고, 도면은 나름 잘 그려댔다. 지금에야 컴퓨터 캐드로 모든 도면 도서 작성을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모두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그렸다. 그래서 도면 그리다가 뭐 하나 잘못되면 지우개로 엄청 지우고 다시 하거나, 똑같은 도면을 몇 번을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도면을 그리는 테크닉 또한 나름의 기술력이며 나름의 실력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난 콘셉트 같은 건 생각도 못했다, 아니 콘셉트는 있었어도 거의 1차원적인 콘셉트이랄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단순했다. 요즘은 크리에이티브하지 못하면 어디 가서 디자이너라고 명함도 못 내미는 시대,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크리에이티브해야 하고 컨셉추얼 해야 하고, 이노베이티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디자이너라는 직업 아래도 서로 다른 특기를 가진 각자의 특성이 다른 디자이너들이 있다. 즉, 모두가 크리에이티브하고, 컨셉추얼 하고, 이노베이티브 할 수도 없지만, 할 필요도 없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인지하고 집중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그렇게 남들이 생각하는 호텔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다른 호텔들은 어떨지... be accompany of my journey!
SEE YOU SOON!
By Beyond S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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