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면허증
나도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로 시작하기는 싫었다. 상투적이기도 할뿐더러 라떼타령하는 젊은 꼰대로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갱신이라고 하면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로 치부된다. 면허증 갱신 마감 일을 코앞에 두고 곧 닥쳐올 귀찮음을 반추했다.
'지정 병원으로 갈까? 면허 시험장으로 갈까?'
지정 병원에서 기다림을 견디며 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서에 제출하는 절차는 생각만 해도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이 예상된다. 면허 시험장 사정도 녹녹지는 않다. 행여 점심시간이라도 겹치면 덤으로 1시간은 꼬박 더 기다려야 한다. 두 선택지 모두 절차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면허증 갱신 절차는 한결 가벼워졌다. 국립대에 근무하며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우리나라 행정 시스템이 이토록 간편하게 개편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갱신 관련 서류를 알아보던 차에 인터넷으로 갱신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다소 의심을 품으며 절차를 밟아 나갔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의 최근 건강검진 기록을 동기화하여 추가적인 검진을 생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면허 갱진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2종 면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갱신이 가능했다. 이전과 달리 더 이상 숟가락을 들고 눈을 깜빡이며 시력을 측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사진 업로드 기능이 추가되어 증명사진을 파일로 제출할 수도 있었다. 면허계에 제출한 증명사진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나는 모바일 면허증을 들고 있다. 덕분에 내 지갑 다이어트도 성공했다. 관공서가 이렇게 간편해질 줄이야.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하기 충분한 일이었다.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디지털화가 현실 모든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음을 느꼈다. 기술의 발전이 말할 수 없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일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나는 변화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더 나아가 미래의 새로운 변화들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갈지 기대를 갖는다.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언제까지 변화를 받아들이고 흡수할 수 있을까. 나 또한 도태되지 않도록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