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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욘드스페이스 Mar 05. 2024

솔직히, [자청]만 그랬겠어?

네이버에서 계절상품을 검색해 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어 겨울엔 가습기, 여름엔 미니선풍기 같은 상품 같은 것들 말이다.


계절마다 검색량이 급등하고 네이버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상품의 페이지는 웬만한 대학 논문보다 설득력이 있어서 천천히 다 읽어 내려가면 어느 순간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고


늘 그랬듯, 마지막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 세 가지를 확인한다.

1. 해당 제품 리뷰

2. 블로그 후기

3. 유튜브 제품 비교 영상


위 세 가지 증거를 확인했음에도 구매를 망설인다면 당신은 굉장히 신중한 타입 일 것이고, 웬만해선 이 세 가지에서 구매의사가 결정된다.


그런데 네이버쇼핑, 쿠팡, 구매대행 등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쇼핑몰 상위 노출]에 대한 스킬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즉 업자들만 알던 노출 스킬을 대중들도 쉽게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상세페이지 하단의 리뷰, 최초의 유튜브 댓글, 최근 네이버 쇼핑몰의 평점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달린 평점, 댓글과 후기에 의해 판매량이 좌우 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남이 남긴 평점, 댓글, 사진 리뷰에 의존하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판매자가 작성한 상세페이지가 과장 허위가 많기 때문이다. 논문급의 설득력이 있는 상세페이지는 근거 없는 그래프와 인증서로 가득하고 제품 사진 역시 과한 포토샵 보정으로 실물과 편차가 있다. 근데  이건 너무 많이 당해왔기 때문에 넘어가자.


그럼 첫 번째를 거르고 나면 남는 건 두 가지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리뷰] 또는 [내가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내 돈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나마 신뢰 있는 증거가 [다른 사람의 경험과 리뷰]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 판매자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리뷰]까지 손을 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의 눈으로 이 리뷰가 찐인지 아닌지 구분하려 애쓴다. 근데 판매자는 찐 후기 같은 리뷰를 또 만들어 낸다.ㅋㅋ 이 술래잡기는 대부분 판매자의 승리다.


그러던 중 [자청 이슈]가 터졌다. 나도 [이상한 마케팅]이 변호사, 병원 마케팅으로 많은 수주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는 있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잘 설계된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찐 후기 같은 블로그 리뷰를 작성하고, 댓글을 만들어 낼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역행자라는 책을 출간했고 그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강단에 섰다. 그 과정 속에서 그의 마케팅 스킬과 시장에서 해오던 마법? 이 실행되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맞다. 리뷰를 조작해선 안되고, 평점을 조작해서도 안된다. 찐 후기 같은 리뷰를 판매자가 만들어 내서도 안된다. 소비자를 속인 행동은 맞다.


하지만 수많은 판매자, 마케팅 기획자 중에 자청은 그 스킬?을 들켜버렸고 그의 성공 스토리를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감이 표출되고 있다.


자청이 10억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도 과장 광고이고 필터샤워기 상세페이지에 10만 개 판매 돌파라고 허위로 적시해 놓아도 잘 못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 모든 업체의 판매 내역과 입금 현황을 하나하나 대조해 가며 상세페이지 허위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나는 자청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의 책을 펼쳐 본 적도 없고 그가 유튜브를 통해 10억을 운운하는 썸네일이 보일 때부터 그를 믿지 않았다.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돈]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김승호 회장 같은 사람의 유튜브를 보라, 겁나 구린 화질의 영상 속 그는 절대 돈얘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화법? 같은걸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청을 의심했었다.


자청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가지 말자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자청 같은 사람들은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합법과 불법 사이 애매한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비난하고 처벌하겠는가? 국가도 못한다.


그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잘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키워, 나에게 도움 될 법한 것만 적당히 취하면 된다.


남의 말보다는 나 자신의 직감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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