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시장이 국내에서 국외로 확장되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량을 관리하는 지점의 개선방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특송을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인바운드 물류 시장을 보면 국제적으로 움직이는 배송 시스템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에서 간과할 수 없는 통관에 따른 세관, 그리고 배송 시장에서 필수 경쟁력인 속도까지 국가를 오고 가는 물류는 글로벌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을까.
자가 특송장과 세관 시스템의 디지털화
한국의 인바운드 물류 시장은 낮은 단가 경쟁으로 인해 구도가 나눠진다. 자가 특송장을 보유한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성원글로벌 그리고 세관 특송장에서 운영하는 중소 특송사들로 두 구도로 형성돼 있다. 자가 특송장을 보유한 기업은 창고 이용료 부담이 없어 세관 특송사에 비해 원가가 낮다. 또한 물량 급증 시즌에 야간작업이 가능한 이점이 있어 대형 화주들은 자가 특송장에서 운영되는 회사와의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C사의 일반통관 수수료 계약은 하우스 건 당 400원 이하로 업계에서는 이야기되고 있는데, 불과 5년 전에 건 당 1,000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세관 시스템과 함께 각종 신고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고루 발전한 영향이 크다. 전자상거래 통관 경험이 없던 대규모 관세법인들도 이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시장 내 공급 역시 증가했다.
관세법인 입장에서 가장 큰 원가 항목인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보다 디지털 변화로 인한 원가 절감이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주민번호 오류, 개인통관 부호 코드 누락 등 통관 데이터에 문제가 있을 때 관세사무소 직원들이 일일이 수취인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요즘은 SNS와 같은 메신저를 활용하는 것이 크게 개선된 부분이다.
해외직구 배송 시장에서 돈 되는 건 국내 택배
직구와 관련된 배송 시장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운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항공 운임, 공항 창고 및 운송과 그에 따른 시스템 사용료, 마지막으로 국내 택배비가 있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 컨테이너에 의한 복합운송으로 송하인의 작업장이나 창고에서 수하인의 창고까지 복합운송이 일관하여 운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중 대부분의 항목은 특송 업체에게 고정된 구조이기 때문에 택배비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CJ대한통운이 시장을 리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CJ대한통운은 자가 특송장을 보유하고 있고 택배도 자사 서비스이기 때문에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허브와 같이 우체국 택배를 고집하는 화주들을 대상으로는 우체국 택배도 연결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 수입 특송 시장에서 CJ대한통운이 가지는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우정사업본부에서 해외로 들어오는 화물과 관련하여 특송 사업자들이 무조건 국제우편물류센터(IPO)와 계약을 하게 하면서 계약 단가를 고정했는데, 이는 주요국 인바운드 특송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 우체국(USPS)은 다수의 홀 세일러와 중개업자들이 우체국 네트워크의 단점을 보완하며 발전해가고 있다. 일본 역시 사가와 글로벌이 현재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우편 연계 서비스(Yu-PAK)’를 일본 우체국과의 직접 계약이 아닌 중간 업체 M사의 계약 요율과 IT시스템을 사용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로컬 택배사와의 협업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더불어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요구에 맞추기 위해 한 개의 전자상거래 업체가 사용하는 라스트마일 수단이 복수가 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이다. 현재 일부 기업이 아마존닷컴과 아마존 유럽, 일본 등 직접 계약을 통해 한국으로 인바운드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아마존 제팬(일본)에서 구입한 상품 중 어떤 것은 일반 택배로 처리되어 나흘 뒤 배달되고, 익스프레스 주문은 통관 당일 국내 라스트마일 스타트업이 익일 배송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원 마스터, 복수 라스트마일 연계 운영에는 세관에서 요구하는 정확한 트래킹 제공이 필수조건이 된다.
묶음배송을 통한 밀수와 같이 과거에 다수 존재했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세관에서 특송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최종 수취인에게의 배달 과정에 대한 트래킹 정보 제출인데, 다수의 라스트마일 업체를 활용할 경우 특송 업체의 제출 정보를 세관이 신뢰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트래킹 정보를 기반으로 화물이 수취인에게 배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모델은 미국과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목록통관에 대해서는 개인 식별 부호 코드조차 제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스마트택배 등 일부 사업자의 시스템을 통해서만 인정되는 모델보다는 각 운송 업체로부터 세관이 필요할 때 사후 제출로도 허용이 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서비스 분수령은 결국 라스트마일
국내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바운드 특송 업체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 기준은 현재와 같이 유지하되 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세관 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를 개방한다. (현재 시스템 벤더로 불리는 몇몇 기업들의 시스템 수준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그리고 특송 업체의 라스트마일 이용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준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편익은 단연 증가할 것이다.
현재 인바운드 특송은 해외에서 한국 내 특송 업체(혹은 세관 통합) 창고로, 단일 마스터 BL로 항공 및 해상 운송을 하고 통관 후 주로 사전에 신고된 국내 운송 업체인 택배로 배송된다. 일부 예외를 제하고는 동일 마스터로 배송된 화물들에 대해 복수의 라스트마일을 활용하기 어렵다. 예외라고 하면 일반 택배로 배송될 것을 알고 입항되었으나 규격 초과로 화물 운송으로 전환되는 경우 등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왜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에서 오는가
매년 급성장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송 방식은 우체국을 이용한 국제 우편 배송이다. 우편 배송이 없었다면 10조 원의 거래액을 자랑하는 위시(Wish) 같은 미국 기업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고,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180개 국에 배송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국제 우편 배송을 활용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존 UPU 협정에 의한 국가 간 배달 요금 보상 체계가 큰 문제가 되었다. 거기다 통관 정보의 미제출로 인한 밀수와 안전 문제까지 더해져 기존의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UPU가 2016년 말 총회에서 IPP(Integreated Product Plan)를 발표한 이래로 국제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배송 옵션인 ‘서신(Letter Post)’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이제는 내용물이 서류인지 상품인지로만 구분하는 방식으로 우체국을 이용한 배송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그간 2kg 이하의 패키지에 대해서는 ‘국제 우편물(International Letter Post)’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상업 물품임에도 편지와 같은 수준으로 처리가 되어 왔으나, 무게 기준의 상품 구분 체계가 사라지고 0~30kg 내에서는 ‘우편물(Postal Item)’이라는 단일 체계 내에서 다큐먼트(Document)와 굿즈(Goods)라는 내용물로 구분하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UPU 회원국들은 이 계획에 따라 모든 항목을 우편물로 분류하고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에 따른 비용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국제 배송비 구조의 변화는 다음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국제 우편 배송비가 인상되면 상업 통관 후 도착 국가의 국내 우편 혹은 택배 시스템을 이용하는 B2C Direct Injection 모델을 통한 배송으로의 전환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 우편을 이용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었다. 실제로 뉴욕에서 엘에이로 상품을 발송하면서 미국 우체국을 이용할 때보다 중국에서 엘에이로 상품을 보내는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에 저가 상품의 미국 내 판매가 급증할 수 있었다.
둘째, 우편물로 분류되어 통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지 않았던 국제 우편물이 통관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응할 시스템과 시설이 부족할 경우 우편물의 통관이 느려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로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해왔던 무등기 우편물과 항공 소형 포장물의 경우에는 우체국에서 상품과 관련된 데이터나 수취인 정보 등을 발송인으로부터 받아서 도착 국가의 세관에 전송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도착 국가 세관에서도 이러한 국제 우편물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통한 검사가 아닌 실제 화물을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우편물의 수입으로 그 비중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상품이 남태평양의 섬나라에서 발송되는 것처럼 국제 우편 배송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국 내 우편 물류 사업자들이 역외 우편 교환국(Extraterritorial Office of Exchange) 등을 활용한 새로운 국제 물류 상품을 오래전부터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우체국을 이용할 경우 배송 속도를 준수하기 어렵고 물류비도 규제를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싱가포르, 스웨덴, 네덜란드 등을 거쳐 한국으로 배송되는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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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내용은 <관세청 국가별 전자상거래 통관체계 2019> 보고서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박상신 엠엑스앤커머스코리아 이사의 코멘트를 반영해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