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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Utiful Dec 08. 2017

빈센트 반 고흐에겐 테오 밖에 없었던 걸까?

빈센트의 다른 형제들

빈센트는 그의 남동생이었던 테오와 아주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죠. 둘 사이 오간 편지들이 주로 실려있는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다 보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영혼을 준다'라는 표현을 읽으며 테오를 향한 빈센트의 고마움과 죄책감이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빈센트의 평소 문체에 비교해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라 한편으론 놀라기도 했어요. 그래서 원본이 궁금해져서 (원본은 아니지만 보다 원본에 충실한) 영문 편지를 좀 찾아봤더니

1. You’ll have been poor all the time to feed me, but I’ll return the money or turn up my toes.
2. You will have gone on being poor all the time in order to support me, but I will give you back the money or give up the ghost.

"turn up my toes"와 "give up the ghost"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고요. 그냥 삶을 포기하겠다 라는 뉘앙스 정도로 느껴지는데 영혼을 준다는 한글 해석보다는 완곡하게 들리죠. 어쨌든, 서론이 길어졌는데 영혼을 거론할 정도로 사이가 깊었던 테오와 빈센트의 형제애를 보며, 한편으로는 다른 가족에 대해서는 왜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걸까 하며 그의 다른 가족이 궁금해지더군요.

                    빈센트 반 고흐, 1866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 않았던 고흐였기에, 그에겐 오로지 혈연 기반으로 형성된 가족뿐이었죠. 반 고흐는 사실 여섯이나 되는 형제의 첫째였습니다. 그의 위로는 형이 하나 태어났었지만 사산되었대요. 그것도 빈센트가 태어나기 꼭 일 년 전에.


<반 고흐의 형제 관계>
Vincent (1853) - Anna (1855) - Theo (1857) - Elizabeth (1859) - Willemien (1862) - Cor (1867)

어린이 빈센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여느 아이들처럼 여동생 남동생들과 뛰어놀며 자랐어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변덕쟁이에다 고집이 세고 짜증이 많은 아이였죠. 졸지에 문제아 취급은 받게 된 빈센트는 11살 때 보딩 스쿨로 보내집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빈센트가 점점 내향적이고 혼자에 익숙해진 건.


Anna와 Elizabeth와 같은 여자 형제들은 빈센트와 친하지 않았을뿐더러, 싫어하기까지 했다고 해요. 빈센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와중에도 테오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던 건 둘 다 예술에 근간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빈센트와 테오 모두 아트 딜러라는 직업을 가졌었죠.) 빈센트는 테오 외의 다른 가족들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으나 9살 어린 Willemien이라는 여동생만은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었기에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 여동생도 조현병이라는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35세에 정신 시설에 들어가서 그 후로 계속 시설에서 생활하다 79세에 사망했다고 하네요.

                         테오 반 고흐


여러모로보아 빈센트에게 '가족'이라고 여길 수 있는 형제는 테오가 유일했던 것 같네요. 빈센트를 화가가 되도록 용기를 준 것도 테오이고, 그 후로 빈센트가 죽을 때까지 정신적, 물질적으로 빈센트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 사람도 테오밖에 없었죠.


심지어, 테오는 자신의 아이에게 빈센트와 같은 이름을 지어줍니다. 빈센트가 반 고흐 가문의 흔한 이름이기는 했지만, “말했다시피, 아이의 이름은 형의 이름을 따서 지을 거야, 그 애가 형처럼 심지가 굳고 용기 있는 아이로 크길 바라거든.(As we told you, we’ll name him after you, and I’m making the wish that he may be as determined and as courageous as you)”라고 편지에 직접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을 따랐다고 밝히고 있어요. 그리고 빈센트는 그의 조카를 위해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죠. 아무래도 테오가 없었다면 지금의 빈센트는 상상하기 어려웠고, 이런 작품들도 만나보기 어려웠겠죠.


빈센트가 동생 테오의 아들 빈센트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려보낸 그림. 실제로 조카 빈센트의 침대 위에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Blossoming Almond Tree)>, Feb 1890, Van Gogh Museum, Amsterdam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아래 글들을 참고하여 썼습니다.

참고
https://www.vangoghmuseum.nl
https://www.huffingtonpost.com/entry/van-gogh-stories_us_56143478e4b0b134ad66b297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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