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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Utiful Dec 08. 2017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특별한 노란색 사랑

고흐의 그림을 보다 보면 유난히 노란색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대표작 격인 <해바라기>부터<아를의 침실>, <밤의 카페 테라스>, <밀밭> 연작까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고흐는 노란색을 마치 자신의 정체성처럼 느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사실 그의 대표작이 완성된 곳이 대부분 남프랑스라는 점을 보더라도, 남프랑스의 아름다움에 감화된 그가 그 풍경들을 그려내는 데에 노란색이 필수였을 거예요. 화가로 지낸 10여 년의 시간 중2년 반 정도 남짓한 남프랑스 시절에 완성한 작품이 400여 점 (유화 전체는 860여 점)이 될 정도니까요. 그 당시 노란색 물감이 비교적 값이 쌌다고 하는 점도 그의 노란색 사랑에 영향을 미쳤던것 같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표현한 노란색 중 가장 황홀해 보입니다. 실제 추수가 이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테지요. <수확하는 사람(Wheatfield with reaper)> late June, 1889,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이런 그의 노란색 사랑(?)은 정신질환이 심해졌던 생 레미의 병원 생활 중에도 이어집니다. 그가 생 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을 땐, 노란색 물감을 먹었다는 이야기마저 전해져요. 고흐 자신이 편지에도 언급한 걸로 보아 노란색 물감과 관련된 해프닝이 있었던 점은 사실인 것 같아요.



It appears that I pick up filthy things and eat them, although my memories of these bad moments are vague, and it appears to me that there’s something shady about it, still for the same reason that they have I don’t know what prejudice against painters here.

(To: Theo van Gogh,  Saint-Rémy-de-Provence, Thursday, 22 August 1889)

"내가 지저분한 것들을 집어삼켰다는구나, 기억이 분명치는 않지만, 내 생각엔 수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아직 같은 이유로 여기 있는 사람들은 화가들에게 뭔지 모를 편견을 가지고 있거든."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만, 오역은 양해를 바랍니다_)



당시의 해프닝에 관해 남겨진 몇 문장의 글들로 보자면 제 생각엔 '고흐가 노란색 물감을 먹었다는 명제는 완전하게 성립하진 않는 것 같아요.  생 레미에 있었을 때 병원의 기록 중"He has attempted to poison himself, either by swallowing colours that he used for painting, or by ingesting paraffin"라는 구절을 보면 고흐가 물감 등의 독성이 있는 물질들을 삼키려 시도는 했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여기서의 먹었다는 습관처럼 먹었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먹으려 시도했다 정도가 되겠군요. 그러니 일견의 해석처럼 그가 기분을 좋게 하려고 노란색 물감을 먹었다는 얘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되겠죠.


사실, 고흐의 작품에서 노란색이 두드러지지 않는 시기도 있어요. 네덜란드 시절에는 네덜란드 회화의 전통에 따라 주로 갈색, 회색 등의 절제된 색채를 사용했어요. <감자 먹는 사람들>과 <슬픔>을 생각해보세요. 파리에 와서야 인상주의를 접한 그의 색채들이 밝아지기 시작한 거죠.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April, 1885), Van Gogh Museum, Amsterdam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고흐가 사용한 크롬 옐로우는 독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외선을 받으면 변색이 되는 색이라고 해요. 이를 대체할 새 크롬 옐로우가 나온 것은 1900년대 중반에서라고 하니, 반 고흐는 당연히 구경도 못해봤겠죠. 그 때문에 그의 그림 속 노란색들이 조금 갈변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참... 고흐가 구현해낸 당시의 색감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없다는 점은 너무 아쉽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을 그 아름다움을 하루도 더 빨리, 더 많이 접해보고 싶은 애틋함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FYI) 
고흐가 아를에서 지냈던 집도 노란 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아를의 노란 집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파괴되어버렸고, 지금 아를에 가면 당시 노란 집을 복원한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아래 글들을 참고하여 썼습니다. 

참고
http://www.artistdaily.com/blogs/oil-painting/van-goghs-yellow
https://www.vangoghmuseum.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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