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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Nov 15. 2023

오늘도 한 스푼 자유로워지는 중입니다.

  언제나 스스로 가두는 틀이 있다. 도덕적 기준이 높은 편에 속했던 나는 결국 40대가 되어서야 스스로 괴롭히며 살아가고 있구나 인정하게 된다.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때, 이은경 선생님의 브런치 프로젝트 소식을 들었다. 역시나 신중함과 소심함이 기가 차게 버무려진 성격 탓에 머뭇거리다 1기를 놓치고 2기 모집에는 쏜살같이 등록을 했다. 이제 자유를 향한 출발선에 선 것인가.


  주말을 앞둔 소중한 금요일 밤 컴퓨터 앞에 비장하게 앉았다. 오랜만에 두 눈 반짝이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도 엄마의 신나는 변화를 눈치챘는지 고3 수험생 못지않게 집중하느라 무반응인 엄마 옆에 와서 즐겁게도 재잘거린다. "엄마 뭐 해?" "글쓰기 수업 듣고 있어." "우와 멋지다. 그럼 엄마 책 만드는 거야?" "아니 아직은 배우는 거야." "엄마책 만들면 내가 살게." 다른 때와 달리 거슬리지 않고 엄마의 도전을 응원해 주는 말들이 고맙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하니 일상이 글감이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남편의 사소한 실수, 아이들과의 씨름, 쌓여가는 집안일, 지친 몸과 더불어 반복되는 일상이 달라지지 않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따듯해진다. 틈틈이 미소가 자꾸만 배어 나온다. 요즘 한창 당근거래에 푹 빠진 남편에게 브런치 프로젝트 해보라고 추천한다. 글감도 주제도 에피소드에 관한 아이디어도 수시로 전해주며 나만 알고 있는 웃음도 선물한다. ‘당근거래에 빠진 사유동 아저씨’, ‘당근마켓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만’, ‘당근마켓 쿨거래남을 아십니까?’ 머릿속에 쉴 새 없이 제목이 퐁퐁 솟아난다. 주말 여행길 오가는 곳곳의 풍경과 글자들이 달라 보인다. 차에서 어지러워 읽지 못했던 글들이 달콤하게 읽힌다. 문득 떠오른 단어들이 사라질까 하던 집안일을 멈추고 노트북 앞에 앉아 톡톡 두드려본다.



 

  지루한 시간을 바쁘게 채우는 글감들이 눈앞에 아른거림과 동시에 온몸의 세포들이 간질거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아,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일들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구나.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해 안달 나서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도 못 할 만큼 아이들을 챙기며 여유 없이 매일을 살아내고 있었다. 그저 좋아하는 일, 살아있다 느끼게 하는 일, 힘들어도 기쁘게 해낼 수 있는 일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내어 인생길을 겸손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기도하는 마음은 늘 같았는데 이제 나의 마음에 신호를 보낸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지금도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찾아내어 인생길을 걷다 보면 그 끝엔 선물 같은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 수영을 마친 후, 자신을 닮은 예쁜 찻잔에 둥굴레차 한 모금을 마신다. 안경을 만지작 거리다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 줄 한 줄 채워가는 인자한 미소의 할머니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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