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걸 잊어버리다

by 파레시아스트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말씀이 어눌하시다.

뇌경색은 점점 어머니의 기억력을 잠식하고 있는 듯 하다.


어제는 전기밥솥으로 밥짓는걸 잊어 버리셨다.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지나 눌러보고

또 한참을 지나 누르고


뚜껑을 덮고 손잡이를 돌려 잠궈야 하는데

그걸 잊어버리신 것이었다.

아무리 기달려도 밥이 안되니

결국 큰누나가 방문했다고 한다.


그 세대 어머니들을 숙명처럼 따라다니던 밥.

그 밥으로 시부모님을 공양하고

남편을 먹이고

자식을 먹이면서 한 평생을 보냈다.

그 단순한 동작 하나의 잊어버림이

어머니께 어떤 기분을 들게 만들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될 때.

언젠가 나의 이름조차 잊어버릴 날이 올 것만 같아.

벌써 슬프다.


어머니. 가엾은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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