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쾌걸 조로’의 가면을 쓰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속 주인공인 ‘쾌걸 조로’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다른 가면도 많지만 세상을 구하는 주인공의 가면을 쓰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서너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착하디 착한 얼굴의 가면을 씁니다.
짜증 내고 심술 많은 얼굴의 가면을 씁니다.
염치없고 무뢰한 얼굴의 가면을 씁니다.
때론 어쩌다 사악한 얼굴의 가면도 씁니다.
우린 그런 세상에서 삽니다
가면 없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스스로 가면을 쓴 자신을 내가 아니라고 여기면서 도, 내 자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종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을 때나 욕을 먹고 있는 자신은 진짜 내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아마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 사람, 타인과 다른 나 자신으로 나를 현실과 유리하려고도 합니다.
아마 낮아질 자존감과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마음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잃거나 모욕당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때론 회복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첫 번째 가면은 늘 소망하고 갖고 싶었던 착하고 반듯한 모범생인 ‘호감의 가면’을 가장 먼저 씁니다.
“그런 일을 하다니, 진짜 착하구나”
반듯한 모범생의 행동으로 공부, 운동, 방 청소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칭찬은 정말 달콤합니다.
하지만 진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 숨을 편히 쉴 수 없습니다.
두 번째 가면은 자신을 보호하려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에서 심술 많고 사나워 보이는 ‘추악한 가면’을 씁니다.
“맨날 누군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는 정말로 듣기 싫어!”
“난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내뱉으며 하고 싶은 심한 욕도 합니다.
저속한 심성을 드러내면 내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홀로 강하고 자유로워졌다고 느끼지만 어느새 주변엔 아무도 없는 외톨이가 됩니다.
세 번째 가면은 상냥하고 모든 걸 받아주는 마음 넓은 ‘천사의 가면’을 씁니다.
못되고 엉뚱한 짓을 한 타인에게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도 있지”,
“뭐, 넌, 신이 아니잖아”라고 허물이나 실수까지도 감싸 줍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좋아해 주고, 모두 나와 함께 있기를 바라고 곁에 있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점점 지쳐 갑니다.
밤이 깊어 잠에 들 무렵 즈음 ‘가면의 얼굴로 바뀔 시간의 밤’이 되면,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갖고 싶냐”는 솔깃한 주문에 늘 갖고 싶었던 누구에게나 호감 가는 모범생 가면을 가장 먼저 썼고,
혼자가 싫은 외톨이가 되었을 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쾌활한 천사의 가면을 썼습니다.
여러 가면 중 원하는 걸로 골라 써 보지만 어떤 가면도 온전히 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문밖에서 어머님의 학교 늦을 라!” 큰 목소리로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깹니다.
아! 어제 쓴 가면의 얼굴이 어땠는지 희미해진 기억으로 꿈결에서 깨여 납니다.
이젠 원래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마저 도 가물거립니다.
가면의 얼굴에서 뛰쳐나와 마침내 발견한 얼굴은 그동안 쓴 가면들과 아직 쓰지 않은 가면들이 뒤섞인 얼굴입니다.
내,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이게 가면을 쓰기 전의 본래 모습일까?
아니면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한 가면 중 또 다른 하나일까?
‘내일은 어떤 가면의 얼굴’을 쓰는 꿈결 같은 밤을 기다립니다.
그래도 모두에게 사랑받기는 어렵겠지만 다정하고 '호감이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꿈이지만 다양한 ‘가면 속의 나’를 마주한 후, 어느 가면 속 얼굴이 진짜인지 혼란스러워질 때 즈음에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이 때론 겹쳐지기도 합니다.
외면의 가면과 내면의 가면이 제대로 된 내 가면의 얼굴로 돌아오나 봅니다.
아! 오늘은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밤은 ‘쾌걸 조로의 가면’으로 세상을 구하는 멋진 영웅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이 가짜 세상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