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그대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바빠서 빨래를 못했더니 거짓 없이 빨래가 산더미 같이 쌓였다.
흰머리는 얄짤없이 삐죽삐죽 올라와 내가 나이 든 사람임을 상기시키고
남들이 김장을 한다기에 나도 배추를 9 포기 주문을 하였다.
재 작년에 처음으로 3 포기, 작년에 6 포기를 김장을 했으니 올해는 9 포기였다.
무슨 대단한 법칙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총각무라는 것도 석단을 샀다.
살림을 야무지게 잘하는 사람도 아닌데 주부 흉내는 내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나의 주말은 눈뜨자마자 미용실로 쫓아가서 염색을 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네 번이나 나누어 돌려야 했다.
여름옷은 빨아 서랍 깊숙이 정리를 하고 가을 이불도 빨아 이불장에 넣고 오랫동안 입지 않은 옷은 정리하여 헌 옷 수거함에 버리고 나니 친구 모임에 다녀온 남편이 오후 늦게 교회 청소를 하러 가잔다.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교회로 가서 성전이며 화장실을 쓸고 닦았다.
일요일 아침에도 늦잠은 사치였다.
전도단을 만든 목사님 덕분에 일찍 교회로 가 예배 전 한 시간 동안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샬롬!! 여기 교회가 있습니다. 영혼에 위로가 필요하시면 연제든지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배를 드렸다.
어제 보다 더 바쁜 일들이 첩첩산중이다.
예배를 마치고 교우와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데 우리 동네에 차들이 엉겨 집으로 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근처 한국외대가 은행잎과 단풍이 아름답다고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든가!
결국 차에서 내려걸어 집으로 왔더니 차 끌고 온 남편보다 30분은 일찍 도착한 것 같다.
총각김치를 담고 배추 9 포기는 소금으로 절이고 어제 미처 정리하지 못한 빨래를 건조기에서 꺼내 정리했다.(그냥 절인 배추를 살걸...)
그 와중에 남편은 근처 대학교 단풍 구경을 가자고 한다.
남들은 멀리서도 오는데 근처 사는 우리도 한 번쯤 구경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무를 손질하다가 그대로 두고 단풍을 보러 갔다.
형형색색 단풍은 여전히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냥 우리 아파트 단풍으로 만족하자고 하면서...
그리고 밤늦게까지 나는 배추를 절였다.
그런데 오랜만에 아들이 집에 들르겠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들이 온다는데 누가 반기지 않겠냐마는 피로가 누적되어 다음 주 왔음 싶은데 차마 그 말을
꺼내지를 못하겠다.
집에 올 때마다 맛난 거 한번 못해 먹이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들은 지 어미가 바쁘고 힘든 걸 아는지 삼각김밥 2개를 편의점에서 사 들고 들어왔다.
그런 걸 사 들고 오는 아들이나 그런 걸 사 들고 오게 만드는 어미나 다를게 무엇이랴...
착한 아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어미 마음은 한없이 미안하고 애처롭다.
내 몸이 뭉개져도 자식만큼은 먹이고 입혀주고 싶은 게 어미 마음이건만.
그 아들은 자신의 카드로 엄마아빠를 위해 시장을 잔뜩 봐 냉장고에 넣어 주었다.
또다시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누적된 피로를 어깨에 메고 가증스러운 미소를 입에 물고 한주를 달린다.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에 쫓겨 피로가 잠시 달아난다.
그러다가 주말이 오면 또 피로가 파도처럼 나를 덮치겠지.
도대체 산다는 게 무엇인지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나이 어린 직장 동료는 남자 친구 얘기에 홍조를 띠며 행복해한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며 속으로 웃는다.
'너도 한번 살아봐라~인생이 그리 행복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꼭 그렇지 않더라...'
산다는 건 하루하루 저축하듯이 그날들을 살아내는 것인 것 같다.
젊다고 자랑하지도 말고 늙었다고 슬퍼하지도 말 것은 누구나 젊은 날도 늙어가는 날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피 터지게 주어진 날을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