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을 포기하지말자
피로에 찌든 직장인의 모습으로 늦은 퇴근을 했다.
실업 수당을 받으며 희희낙락 보냈던 지난날들이 먼 옛날이야기 같다.
숨을 쉬는 동안에는 일을 해야지 무기력하게 지내다 인생을 마칠 수는 없지 않은가 해서 지인의 소개로 직장을 구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직장일을 한다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를 써 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 감사해서 기꺼이 실업급여를 포기했다.
참 힘들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사람이었다.
월요일이 오는 것이 무서웠고 집을 나서면서 하늘을 향해 도와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 미소는 사라졌고 호기롭게 시작한 직장생활은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순간순간 포기를 선언했고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날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고 보름이 지났다.
영혼을 갈아 넣어 일을 했건만 월급이란 건 내 생각을 깨 부수었다.
정말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그런데 어느날 나를 그토록 힘들게 하던 사람이 변해 있음을 느꼈다.
"이젠 좀 편안해졌지요?"라고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쏘아 부치는 말 대신 이해한다는투로 언어가 변해 있었다.
뭐지? 이 적응 안되는 말투는?
하긴 그동안 시골에서 올라온 밤이며 감이며 집에 있는 많은 것들을 뇌물처럼 갖다 주었다.
너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네,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그만두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건만 오늘까지 버티었다.
미워하고 또 미워했더랬다.
집으로 돌아와 "여보, 그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다 주더라"라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의 모든 과정을 다 아는 남편은 혀를 끌끌 차며 "정말 희한한 사람이네..."라고 했다.
교회 교우가 "하나님이 당신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셨구먼." 이라며 기뻐했다.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살려 달라고 하늘을 향해기도를 해 대었으니 과연 하나님이 그 기도에 응답을 하신 것이었다.
나는 그만 두기를 그렇게 원했건만 하나님은 나의 주위의 환경을 변화시키기 시작하셨다..
사람이 가장 악하다고 비웃으며 미움과 원망의 싹을 틔우고 있던 내게 하나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싶으셨나 보다.
이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매일 사람을 대해야 하는 내 직업 특성상 나는 가장 진실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을 퍼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들이 나의 마음에 배신의 칼날을 휘두른대도 나는 그냥 내 길을 갈 것이다.
힘이 들어 다시 하늘을 향해 살려 달라는 기도를 드릴지도 모르지만 그분은 가장 좋은 것으로 늘 응답하심을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