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by 꿈꾸는 덩나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요즘 계속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입으로 웅얼웅얼거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권사님은 지금쯤 사랑하는 하나님의 품에 잘 안겼을까?

남편과 꽃구경을 즐기고 있던 지난주 한통의 부고가 휴대폰에 날아와 꽂혔다.

오랜 시간 믿음의 롤 모델이 되어 주셨던 이 권사님이 하늘의 부름을 받은 것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살아생전에 얼굴 한번 더 봐야 한다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큰 아이를 앞세워 셋이서 부산을 다녀왔다.


이 권사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침대에 누운 상태였지만 여전히 정신은 말짱하셨고 차 한잔 주지 못해 미안해하시며 다 큰 아이 손에 용돈을 쥐어 주셨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순간순간 용돈을 주셨고 대학을 갔을 때도, 군대에 갈 때도, 휴가를 나올 때도 용돈을 주셨다.

그것은 그분이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였다.

늘 당신의 자식처럼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관심을 보여 주셨던 어머니 같았던 권사님.

남편 되시는 장로님도 우리 부부를 항상 이뻐해 주셨다.


부산에 가면 그런 분이 또 계신다.

박권사님과 임장로님.

그분들은 평생에 가정예배를 해 오셨고 두 아들을 주의종으로 길러낸 분들이시다.

이권사님 부부와 함께 젊어서 우리 교회로 오셔서 기둥이 되어 주셨다.

그분들을 보며 신앙생활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이웃은 저렇게 섬기는 거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임장로님도 지금 알츠하이머에 걸리셔서 힘든 하루하루를 잘 이겨내고 계신다.

그럼에도 참 감사한 것은 온전한 정신으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장로님은 힘든 몸으로도 큰 아이를 위해 축복 기도를 해 주셨다.

다시 이분들을 뵐 수 있을까?


이렇게 두 분 권사님과 장로님들은 내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은 분들이시다.

그런 분들이 이제 귀천을 준비하고 계신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과연 우리는 이 소풍이 끝나는 날 아름다웠었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떠한가?

오늘이라도 이 소풍이 끝난다면 아무 미련도 후회도 없이 귀천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랑해요 권사님!! 천국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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