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by 꿈꾸는 덩나미


새벽 공기는 아직 쌀쌀하다.

늦잠을 즐기기에 딱 좋은 주말이건만 우리는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를 달렸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선 짱이는 따뜻한 커피 냄새에 코를 벌렁거렸다.

주인과 함께라는 이 작은 기쁨에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대면서.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서 알짱거리고 꽃들은 축제를 준비하는 양 봉오리를 맺었다.

자동차는 남양주의 어느 강변 주차장에서 멈추었다.

어둑어둑한 차창밖으로 차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은 두꺼운 외투를 벗고 반바지차림으로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흠... 젊음이 좋긴 하군...'

그들의 강해 보이는 팔과 다리는 이까짓 추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내 남자는 바람막이조차 벗지 못한 채 자동차에서 내려 바깥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작년 후반부터 벌써 4번째 참여하는 마라톤경기이다.

집에는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 메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메달 전시회를 한번 해야겠는데..."

"그럴까?"

오늘 또 하나의 메달이 생겨날 예정이다.

산 뒤편에서 해가 떠 오르자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동호회끼리...

각양각색 사람들이 강변을 가득 채웠다.

익숙한 얼굴의 개그맨이 사회를 보며 슬슬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가벼운 몸풀기 스트레칭을 함께했다.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이방인처럼 온몸을 꽁꽁 감싼 채 스트레칭을 함께 했다.

관계자들의 인사가 끝나고 출발신호가 울렸다.

내 남자는 B조였다.

"파이팅!! 기다리고 있을게."

그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달리는지 잘 모르지만 자동차 안에서 그를 응원하기로 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이 평안함이 너무 좋은데 왜 굳이 달리기를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들은 도대체 왜 달리는 걸까?

이제부터 2시간 가까이 나는 이 시간을 즐길 것이다.

햇살이 점점 따뜻한 기운을 뿜어댔다.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0킬로를 달린 사람들이었다.

하프를 뛰는 내 남자는 아직 멀었다.

신나는 음악은 온 강변 위로 퍼져 나갔다.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실어주려는 듯이...

가슴에 번호판을 단 사람들 가운데 B조가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니쉬 라인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람들은 응원을 퍼부어대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격려했다.

'나는 어떻게 반겨줄까? 소리를 질러줄까? 뛰어가 안아줄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쳐다보는데...'

안아주는 건 쑥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설마! 쓰러진 건 아니겠지? 찾으러 가 봐야 하나? '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심란스러운데 조금 지나자 그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피니쉬라인으로 들어서는 저 남자.


"여보!! 파이팅!! 수고했어."

간신히 그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이 남자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달리기를 하며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실천한다.

참 다행이다.

산행을 좋아해서 대한민국의 많은 산들을 언덕 오르듯이 오른다.

그리고 봄이 오면 꽃구경을 가자고 내 옆구리를 찌른다.

나와는 다른 성향이라 불편하기도 하지만 내 삶이 더 풍성 해지는 건 이 남자 덕분임에 틀림없다.

오늘도 달리기를 끝낸 후 다리를 약간 절뚝거린다.

"왜 그래요? 발이 아파?"

"응 , 약간..."

"에휴, 이번에는 준비도 안 하고 그러더니..."

마라톤을 몇 번 참여하더니 이제는 하프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라 여긴 걸까?

뭐든지 준비기간이 중요한 건데...

"여보! 다음에는 준비를 더 잘해야겠어요.... 이젠 젊은이가 아니거든요."

그는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다음 마라톤을 검색한다.

짱이가 그에게 얼굴을 비비며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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