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쇼하러 가니?

교회 가기 전에 그들은 늘 전쟁을 치렀다.

by 꿈꾸는 덩나미

일요일 아침.

김여사의 집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장롱을 한껏 열어젖힌 채 옷이란 옷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다.

그녀는 이 옷 저 옷을 몸에 대어보다가 조용히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입을만한 옷이 하나도 없잖아!"

지나가다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남편이 "이거 다 옷 아니고 뭐야?"라고 한다.


김여사:"아니, 옷은 있는데 입을 만한 게 없다고..."

김여사남편:"아무거나 입으면 되지? 무슨 패션쇼를 할 거야?"

김여사:"그래도 다들 이쁘게 입고 올 텐데 나 혼자 후줄근하면 자존심이 상하잖아."

김여사남편:"자존심? 교회에서 무슨 자존심?"

김여사:"당신은 여자를 너무 몰라. 치~이"


마음이 상한 김여사는 그중에서 그나마 나아 보이는 꽃무늬 원피스를 골라 집어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고 화장을 시작한 그녀가 남편의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라듯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입을 거라고? 누굴 망신시킬 일 있어? 그 재킷은 지금 입기에 맞지 않아. 그건 겨울용이야."

"난 이게 좋은 거 같은데..." 그녀의 남편이 볼멘소리로 말을 하자 그녀는 얼른 다른 옷을 권해주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심심찮게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교회입구에 들어서자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표정부터 바뀌었다.

집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아한 미소로 포장을 했다.

"어머? 권사님!! 어쩜 이렇게 이쁘세요? 오늘 너무 화사한데요?"

그녀는 목소리톤을 올리며 주보를 나눠주는 안내위원들에게 인사를 한다.

"잘 지내셨어요? 집사님은 더 예쁘시구먼 뭘"

그녀는 그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의 선택은 탁월했어! 역시 꽃무늬 원피스였어!'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녀는 어깨에 힘을 주고 교회문을 들어선다.

오늘 옷차림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화장도 잘 되었고 이만하면...


멀리서 친구가 보고 다가왔다.

둘은 가벼운 포옹을 하며 "잘 지냈어?"라고 인사를 한 후 서로의 옷차림에 감탄을 쏟아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자기가 훨씬 더 이뻐." 오고 가는 인사에 그녀들의 어깨가 한 뼘은 치솟았다.


그때 저만치에서 한 외국인 청년이 레깅스 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녀의 눈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아니! 속옷 같은 차림을 하고 교회에 오다니... 민망하게...'

가서 몸을 가려줘야 하나 아니면 이렇게 교회에 오는 게 아니라고 한마디 해 줄까 하다가 오지랖 부리는 거 같아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


김여사가 아침마다 옷들과 씨름하며 교회 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자신을 한껏 드러내기 위해서...

하나님께 대한 예배는 둘째였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김여사와 친구들이 예배 후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설거지를 할 사람을 찾던 사모님이 "에고! 그런 예쁜 옷차림으로 설거지를 할 수 있겠어? 오늘은 내가 해야겠네." 한다.

한 친구가 급히 일어나 설거지를 하러 가자 마지못해 앞치마를 메고 고무장갑을 끼고 싱크대 앞에 섰다.

예쁜 옷이 오염될까 봐 몸을 도사리며 설거지를 하니 보는 사람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보다 못한 남편들이 "오늘은 우리가 할게 "라고 하더니 마누라들을 밀어냈다.

그렇게 체인지를 하고 그녀들은 다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여사의 마음은 이미 다음 주에 가 있었다.

"다음 주에는 뭘 입어야 하지?"

성경에는 분명히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입을지 염려하지 말라고 했건만...

그럼 도대체 무엇을 염려해야 한단 말인가?


하나님:"넌 무슨 마음으로 교회를 오니? 예쁜 옷 입은 모습을 자랑하기 위함이니?"

김여사:"당연히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오지요. 어차피 교회 오는 거 하나님께나 사람들에게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면 좋잖아요."

하나님:"정말 그게 다야? 넌 너 자신을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우쭐하고 싶은 거잖아."

김여사:"그럼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는데 나 혼자 후줄근해요?"

하나님:"깨끗하고 단정하면 되는 거지. 예배의 목적이 더 중요한 거지."

김여사:"알겠어요. 그럼 다음 주부터는 아무거나 입고 올게요"

하나님:"너 삐졌구나! 나는 너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단다. 내 눈에는 다 예쁘고 사랑스럽거든"

김여사:"칫! 하나님도 내 마음을 모르는 건 남편하고 똑같네 뭐."

하나님:".........................."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