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도 예의가 있는 법
삼복더위에 사모님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다들 조문을 가기로 하고 몇 시까지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을 정했다.
그런데 김여사~
아무리 뒤져봐도 장례식에 입고 갈 만한 옷이 없었다.
다들 검은색으로 젊잖게 입고 올 것인데..
꼭 검은색이 아니라도 조금 어두운 색으로 옷을 찾았으나 없었다.
그렇다고 한여름에 겨울 검은 코트를 입을 순 없지 않은가...
그 당시만 해도 어린 새댁이었던 김여사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 장례식에 가 본 경험도 없고 장례식에 입고 갈 여름옷은 더더욱 없었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는데... 당장 어디 가서 검은 반팔티라도 사 입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돌아가실 예정이라고 미리 언질이라도 해 줬으면 옷을 준비해 뒀을 텐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옷 좀 빌려줘... 나 여름 검은색 옷이 없어."
"어쩌나? 나도 입고 갈 것 밖에 없는데..."
"우짜지? 나 가지 말까 봐."
"그냥 대충 입어... 같이 가."
사모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안 갈 수 없는 자리였다.
하기야 우리는 기독교인이 아닌가?
꼭 검은색으로 입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성도가 천국으로 입성한 기쁘고 즐거운 날인데 굳이 시커먼 옷을 입고 갈 필요가 있는가!
김여사는 자신을 합리화하며 흰색 바지에 시원한 파란색 스트라이프를 입었다.
화사하고 싱그럽고 젊음이 넘치는 옷차림이었다.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도 될 것 같은...
교회 미니버스가 약속 장소에 멈추었다.
버스에 올라탄 순간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날아와 꽂혔다.
"오 마이갓!!"
김여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까마귀 무리 속에 백로가 탔다.
사람들의 눈빛이 많은 말을 하였다.
'너 뭐니?'
'설마 그러고 장례식에 가는 거니?'
'쟤가 미쳤나 봐. 옷을 저렇게 입고?'
잘못이란 것을 알았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내려 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민망해하는 그녀 옆에서 친구들이 위로랍시고 "괜찮아. 괜찮아. 보기 좋구먼 뭐." 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이것들이...' 그녀는 점점 위축되어 땅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각지에서 모인 조문객들은 모두 조의를 표하느라 검은색 정장이거나 제일 튀는 색이 파란색정도였다.
그녀는 아무리 몸을 움츠려도 자신에게로 시선이 모이고 있음을 알았다.
결국 상주인 사모님의 손을 잡고 "미안해요 사모님. 내가 검은 옷이 없어서 이렇게 입고 왔어요."
"괜찮아~ 마음 쓰지 마. 천국으로 가는 어머니를 위한 환송예배라서 이렇게 입는 게 맞는 거야. 우리는 옷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뭐지? 그럼, 나 빼고 다 틀린 거야?'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을 어찌어찌 보냈는지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 잘 나지 않는다.
너무너무 민망했다는 것 밖에는... 그리고 장소와 격식에 맞는 옷차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 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김여사는 그날 이후로 장례식에서 입을 옷을 계절별로 사놓았다.
누구든지 죽기만 해 봐라! 내 당장 이 옷 입고 달려갈 테니...
그땐 그녀도 너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