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윤자까

저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여 26년밖에 안 되는 짧은 인생 동안 500편 가까이나 되는 수많은 영화들을 봐왔지만, 아직까지는 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만큼 흥미로운 영화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큐브릭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낮게 평가를 한다던가 하는 그런 마음은 아닙니다. 각 영화마다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브릭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명작'이라 평가받는 영화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긴 하지만, 큐브릭 영화들은 그중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개성을 띄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소재를 영화로 다루고자 하면 분위기, 색감, 배경음악 등이 대체로 어둡고 음산하게 깔립니다. 큐브릭의 영화들이 대체로 절망적이고 어두운 소재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1980년 작품인 <샤이닝>을 예시로, 분명 이는 공포 영화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둡고 칙칙한 색감의 공포 영화들과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매우 다채로운 색감의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한 공포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에서 큐브릭만의 능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영화들은 대체로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부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요. 큐브릭이 자신의 영상에서 다양한 색을 활용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한 대로 일반적인 상식을 깨며 주목을 끌기 위함도 있지만, 영화 속 모든 색마다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입니다.

그의 영상미에 흥미를 느껴 '스탠리 큐브릭의 색'이라는 주제로 직접 작성한 글과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그래픽 아트 포스터들을 이 잡지에 담아보고자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하양, 총 7가지 색으로 나누어 그의 숨은 의도를 흥미롭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윤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