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이야기하는 느낌?

by 유창엽

[2023년 11월 15일(수)]

오후에 인도국립문서기록보존소(National Archives of India)를 방문했다. 도심에 있는 인디아게이트 부근에 있었다.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찾은 것이다. 내가 임차해 쓰고 있는 자동차 운전사가 보존소 정문에 정차했다.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정문 옆에 마련된 조그마한 방으로 갔다.

그 방에 있는 직원은 이 시설을 이용하려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소속기관 추천서를 내고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설 내부를 그냥 둘러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시설은 방으로 돼 있고 방마다 문서들이 랙(rack)에 정돈돼 있어 볼 게 없고 그런 식의 방문은 허용되지도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내가 생각하는 운영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한국 기자라고 확인해주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줄 알았다. 물론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웹사이트에도 이 직원과 같은 설명은 없었다. "그만 두겠다"고 하고 설명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선 방을 나왔다.

이어 거래은행 뉴델리지점을 찾아 현금을 인출했다. 은행 측이 지난 1일자로 데빗카드(직불카드) 운용회사를 교체하면서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는 데 이 과정에서 기존 데빗카드 사용이 영구정지됐기 때문이다.

상품대금 결제나 공과금 등 납부에 데빗카드를 사용해왔다. 데빗카드 사용을 못하면 현금이 필요하다.

데빗카드는 신청하면 보통 1주일이면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 신청한 사람도 카드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직원이 말해줬다.

은행 측의 준비 부족으로 아직 카드가 제작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도 했다. 지난 7일 신청한 카드가 나오려면 최소 2주일은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체 시스템 업데이트 문제로 고객들에게 이 같은 불편이 야기된 것이다. 나처럼 데빗카드를 신청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은행 직원이 휴대전화 앱에서 에어텔 후불제 요금을 납부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귀가해 휴대전화 이용료는 납부했다.

야무나강 둔치 농지 20250627_151147163.png 야무나강 둔치의 밭

[2023년 11월 16일(목)]

힌두교도 최대 축제 디왈리가 끝나고 델리 공기는 다시 나빠졌다. 계속 갇힌 생활을 하고 있다. 신문 지상에는 델리 공기질 악화에 대한 기사가 연일 실렸다.

델리주 주변 펀자브주 농촌지역의 추수잔여물 소각이 여전하다는 내용 등이 소개됐다. 대법원이 추수잔여물 소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으라고 명령했다는 기사도 최근 본 것 같다.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4개월간 델리주 공기오염의 최대 요인인 추수잔여물 소각행위란다. 농민들은 일손도 덜고 비용도 줄이기 위해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 전부터 추수잔여물을 태워온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추수잔여물은 말 그대로 추수 후에 생긴 볏짚, 콩나무 등을 말한다.

이 행위를 못하게 하려면 재배할 농작물 종류를 바꾸든지 정부에서 추수잔여물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하늘은 종일 뿌연 상태를 유지했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야권 반발에도 전날 저녁 차기 총선을 내년 1월 7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기사로 처리했다.

야권은 셰이크 하시나 총리 정부가 퇴진하고 공정한 총선 관리를 위한 중립 정부를 구성하라고 작년 12월부터 시위를 통해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최근 2주간 시위에서는 경찰관 1명을 포함해 4명이 사망하고 야권 지도자들도 대거 체포됐다. 폭압적 통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야권 요구를 일축한 상태다. 그래서 충돌 격화가 우려된다. 하시나 총리가 이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5번째로 총리직을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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