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마리

직장인 백서

by 지율

지선생. 그냥 좋은게 좋은거야.

서로 편하고 좋으면 되는거지. 뭘 그리 따지나.

어릴땐 막연하게 열린 마음으로.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생각을 했던적도 잠시 있더랬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좋지 못한 일에 슬며시 눈을 감거나. 감정에 찌꺼기가 남는 찝찝한 해결을 잠시 편하고자 한켠에 남몰래 숨길때도 있었다.


그래 나혼자 애써봐야 뭐하나 남들은 그리들 편히 사는걸.


패기넘치게 애쓰고 그렇게 버티다 부러지던 20대를 지나 유도리있게 일을 처리하는 노하우가 어느정도 생기던 30대. 편하고 쉽게 쉽게 좋은게 좋은거라는 그들의 말에 따라 이제 좀 살겠구나 싶은 40대에 그 놈의 요령이라는 것 또한 알게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근간에 숨어있던 '원칙은 지키자'는 말이 마음한켠 똬리를 틀고 앉아 꿈틀되며 좋은게 좋은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있었다.

같은 직업으로 이 일을 20년이상 해오다보니

이동이 있을때마다 그 집단의 관례라는 것이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나의 발목을 잡곤 했다.


‘그동안 우리는 그랬어요’

‘작년 전임자가 그렇게 해왔던 것을 제가 하고있고 저는 그렇게 전달받았을뿐이예요’

‘모르겠어요 늘 이래왔으니까’


좀더 효율적인 방안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들은 왜 이런 생경한 질문을 하느냐며 따분히 받아드렸다. .

그들은 문제를 문제로 말하는순간 문제가 됨으로. 그저 편히 덮어두자는 그들만의 암묵적 체계를 만들고있었다.

분명 잘못된 상황에서도 그것을 바로 잡으려 버둥거리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동료교사는 언제까지 하나 두고보자는 식이었다.


오히려 나는 부러 그런 그들에게 강하게 밀어붙이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태세를 전환하여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 모드가 되었다.

마네키네코의 고양이처럼 인사잘하고 유쾌한 그런 사람.

밉긴 하지만. 콕집어 미워할 수 없는 그런사람.

조력자인 듯. 아닌 듯. 적당히 그들에게 섞이는 기름처럼.


원칙이 아닌 일을 부탁할 때. 강경하고 딱부러지게 거절하기보다

‘글쎄요. 그건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요.’라던지

아 그렇군요. 좀 곤란한 상황이긴 하네요.라는 말로

좋은 사람을 곤란에 처하게 만든 당사자가 당신임을 인지시키며 역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대원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그래도 한번 이런 방법도 있으니 함께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내 편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안에서의 그들의 관계성이라는 그 환경자체가.

고릿적부터 그들이 일구어 놓은 갈등안에서 새우등처럼 끼여있는 나에게 결코 협조적이지 않은 상황을 추가해주거나 어설프게 등이 터지는 경험도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고이고 고인물은 썩는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잘난척해봐야 흙탕물만 일으킨다는 그 통념안에.

흙탕물에 놀기를 좋아하며 진흙탕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아는 특징과 영민함.

결국 물을 맑게하는 이로운 생물이라는 진실이 빠져있다.


똥고집으로 조직을 흔들라는 말은 단연코 아니다.


혼자 힘으로 조직을 바꿀순 없으니

그나마 바꿀수있는 나를 바꾸자는 이야기다.

내 자신의 컨디션, 태도, 생활방식, 처세.

누가 뭐라해도 충분히 경계하고 바로세울수있고 반성하여 고쳐쓸수있는 나라는 인간을 말이다.


진실과 진심은. 미꾸라지처럼 쉬이 잡기도 찾기도 어렵다.


단지 시간이 흐르고 명분에 맞는일을 하고 인내심으로 기다린다면

누군가 알아주라는것도. 누군가 평가해주리라는것도 아닌.

그저 누구에게나 공평히 주어지는 이 시간들을 가치있게 쓰며

내가 인정하고 납득되는 나의 모습안에

끝내 포기 하지 않았고 원칙을 등불삼았던 그 기억의 밤들이

반가운 새벽 공기처럼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줄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니 그대 힘내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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