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장기재직휴가를 쓰고 스페인여행을 갔을때의 일이다.
바르셀로나는 햇살이 바스락하게 부서져 사람의 기분마저 가볍고 경쾌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도심 한가운데 호텔을 잡고. 공기도 순환시킬겸 창문을 열고 근처 식당을 다녀온뒤 동료와 나는 다음날의 일정을 앞두고 컨디션조절을 위해 일찍 잠이 들었다. 얼마나 되었을까. 이른 새벽 귓가에 타닥 타닥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무슨소리지?
분명 내옆의 협탁쪽인듯한데. 뭔가 물이 새는소린가 했다. 하지만 소리는 규칙적이지 않았고 간헐적이고 반복적이었다 나의 뒤척임에 깬 동료는 서슴없이 침대밑, 탁자 밑을 뒤지기 시작했다.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인 나는 동료를 말렸다. 하지만 방을 휘젓던 그녀는 탐정처럼 벽면을 살피고 협탁을 획 들더니 이야기했다.
'찾았다' 요녀석~
나는 혼비백산 프론트로 뛰어갔다. 직원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올라왔을때 이미 그녀는 호텔에 있던 종이컵으로 녀석을 생포했다. 나보다 더 놀란직원이 와서 녀석을 연행해갔을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동료에게 물었다. 어쩜 너는 겁도 없냐!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 그게 뭔줄알고.ㅜㅜ
그때 그녀가 웃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 더 두려운 법이야'
시간이 지나니 분명 그녀의 말이 맞다. 그 원인을 빨리 찾지 않았다면 우리는 내동 불길한 밤을 뜬눈으로 지샜어야했다.
성수기에 다른 방을 바꿀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 밤에 방을 통째로 청소할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모르는것이 백번 낫다라는 말도 있지만. 주어진 두려움을 대하는 방식은 동료가 나보다 천번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보이지않는 위험은 어디에나 있고. 그때마다 선택지는 우리의 손에 쥐어진다.
내가 원하고 하고싶은것이 무엇인지 조차 몰라 두려움에 도전을 포기했던 날들.
설사 목표를 알게 되어도 보이지 않는 앞날에 대한 불길함에 뒷걸음질 치던 그때.
분명 용기를 내었다가 실패했던 날들도 있겠지만 그 실패가 경험이 되어 성공의 밑바탕이 된다는것을 알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앞의 1인치의 바퀴벌레가 '나는 그저 너희 창문이 열려서 들어왔을뿐이라고 하며 머슥하게 종이컵에 담겨 퇴장할때 생각했다.
'태어났으니 . 동전의 양면처럼 용기와 두려움은 샴이라고~'
그러니 거기. 앞이 보이지 않는 삶.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나의 창안에 들어와 협탁밑에서 날개짓 하며 당신을 겁주는 바퀴벌레를 빨리 퇴장시키고. 지금당장 하고싶은것들을 진행시키길 바란다. 그래야 단잠을 잘수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