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건축학적인 불안전함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야한 색깔과 피로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안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렝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
30도만 되도 땀이 뻘뻘. 취재기자를 하는 동생은 벌써 걱정이다.
누나 남부가 40도를 넘는다는데 스페인을 간다고?
남동생의 말에. 응 한번 하얗게 불태우고 올께 동생- 히죽히죽 날이 덥든 춥든 여행은 그저 좋은거니까.
미국 서부 여행을 자동차 트립으로 한달여 돌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수첩에 진하게 박혀있던. 젊을때 다시 떠나리!! 라는 문구가 벌써 8년이 흘렀다니.
간간히 가까운곳은 일상의 일탈로 짬짬이 다녀오긴 했지만.
멀리. 더 멀리. 유럽은..체력이 될때 얼른 얼른 다녀야 한다는 강박에 50이 가까워질수록(현 만 45세)ㅋ
마음만 급해졌다.
더해지는 나이만큼 늘어나는 이놈의 소심병.
'스페인은 소매치기가 많데. 가방도 위험하니까 휴대폰 방지스트랩이나 잠금장치, 스프레이.. 뭐 그런거. 엉?
나의 소울메이트이자 여행메이트인 까망은 그런이야기는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뉴스에 나오는데로 걱정만 할꺼면 그냥 집구석에 있으라는 식이니까.ㅎㅎ
비행기는 커다란 동체 만큼이나 묵직한 설렘을 안겨준다.
마치 내가 너를 기쁨으로 인도하리니 다소 고생은 되겠지만 나에게 몸을 맡겨. 하면서.
국뽕에 도취되어있어서인지. 대한항공은 참 색을 잘 쓴듯. 무엇보다 승무원님들은 참으로 곱고 친절함..
13시간을 날아 날아 드디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입성~
공항에서 유심을 비싸게 눈탱이 맞고 얼얼해지는것도 잠시 ㅎㅎ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카탈루냐 광장으로 ㅎㅎ 역시 사람 많다. 갑자기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면서 조심 조심 소매치기 골라 골라 야채 장수처럼 가방을 앞으로 둘러매고 눈알을 굴리는데 옆에서 한마디 툭 던진다.
' 소매치기도 사람 봐가면서 한다.'
사실...생각보다 그럴만한 사건도 없었고 그럴만한 제스처도 없었다.
항간에 이야기로는 소매치기가 수입원이 안되서 오토바이 택배로 업종전환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올라~그라시아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사 잘 해주고 친절했던 스페인이 왜 그런 이미지로 낙인이 된것인지. 씁쓸.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관광지는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거니까.
하루 만 오천보 이상에서 이만보 쯤 걸어야하는 여행객에게 아침 산책은 참 좋은 워밍업이 된다.
유럽여행은 그때든 지금이든 체력 싸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극기는 아니어도 훈련은 되어있어야 여행내내 지치지 않는다.. 그래야 풍경도 오래 오래 건강하게 담을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스페인을 여행지로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그저. 가우디.
건축물에 살아있는 숨을 불어놓는 가우디의 역작과 열정 ,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은 예술혼,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경건과. 입이 딱 벌어지는 추앙의 마음을 갖고 싶었다. 죽어서도 빛나는 건축의 신..
직선이 거의 존재 하지 않는 둥글둥글 자연을 그대로 녹인 예술품. 건물 구석구석 곡선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빛과 그림자가 부딪히고 부서지는것을 내눈으로 제대로 목격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러했고 뿌듯하고 좋았다.
여전히 미완성중. 아쉽다기 보다 역사의 흐름 어딘가에 있다는것이 더 만족스러웠던. 그날의 감상.
나는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다.
물론 상세하고 편안하게 설명을 듣는것도 앎의 즐거움이겠지만
사람마다 보고 생각하는 시선과 방식이 다르듯. 자유롭게 다니며 그대로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하는 여행스타일도 한몫했다. 요즘은 현장의 오디오 가이드도 생각보다 잘되어있으니 원하면 마음이 내키는대로 발길이 닿는대로. (실제로 투어 신청을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메이드인 까망과 그런 부분에서 합일이 맞아서 정말 좋았다.ㅎ 몰론 그녀는 두번째 방문이었지만ㅎ
무척 더웠던 구엘공원. 사람이 많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나도 사람인데.ㅋㅋ)
구글맵의 장난질에 구엘공원 꼭대기까지 올라가 거꾸로 내려와 지도를 보며 좀 헤매긴 했지만 앞뒤로 가드를 치고 있는 직원들은 친절하고 착했다. 내내 연인이나 가족단위가 참 많았는데 어른 아이 할것 없이 표정은 여행 중이어서 밝고 건강해보였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도 그랬으리라.
스페인 어딜가든 하몽이 걸려있다. 정신없었던 보케리아 시장에서 맥주한잔하고 바삐 나오다가 도전!! 역시 내 입맛에 하몽 하몽 여행 내내 조식부터 하몽을 찾던 나.. 지금도 생각나는 맛. 빵하고 곁들이면 단연 일품이다. 더 먹고 올껄 아쉽....보케리아시장은 명성만큼은 아니었던것 같다. 뭉뜬에서 먼저 소개가 되서 그런가. 붕뜬 시장에 가게가 많이 문을 닫아서 인지. 어수선하고 정신없음. 그래서 시장이겠지. 한번쯤은 가볼만한..곳.
볼거리만큼 먹을거리도 풍성한 스페인에 가서 체력적으로 매일 건강하게 리플레쉬 될수있었던건. 나의 좋은 식성에 더해진 저 하몽덕분이 아닐지. 타파스와 귀여운 핀초, 이상하리만치. 한국음식이 생각이 안났다.
길었던 하루가 아쉽게 가고 있다.
내일은 악명높은 부엘링을 타고. ㅎㅎ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간다.
바르셀로나의 첫기억은 카탈루냐광장에 오가는 사람들만큼. 정신없고 바빴다.
사람들은 이런 낯설음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왜 여행을 계속하는것일까.
한가지는 분명했다. 각자의 지도를 가지고 어딘가로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볼은 전에 없던 생기를 얻었고. 한동안 계속될 여행에 대한 기대는 나의 걸음수 만큼 의식을 깨워 이 여행을 그 자체로 즐기게 만들고 있었다는것.
어디에도 없는 마음속 지도는 그렇게 인간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 꽈리를 틀고 돌아 앉아 그저 저편 멀디 먼 북소리를 들어보라고 나즈막히 속삭인다.
그러니. 무조건 떠나고 돌아오든지 말든지. 당신 마음대로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