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14. 다음 진로 고민

by 한승재

PART 2. 경험이 무기가 되다 - 두 번째 도전


## 신설학교의 가혹한 현실


신설학교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행정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무직원 2명은 교무, 과학으로 배치되고 행정실은 나 포함 3명이서 완성학급이 될 때까지... 아니다! 요즘은 과밀학급이 될 때까지도 업무를 전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해든초등학교는 처음 42 학급 규모로 설립되었다. 당시만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개교 후 학생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학급 증설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총 61 학급까지 설치하게 되었다. 거의 1.5배에 가까운 규모로 확장된 셈이었다. 이는 단순히 교실 몇 개를 더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학교 전체 시설과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대공사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기 중에도 학급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학기 중간에 5 학급을 추가로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공사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급증하는 학생 수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따로 있었다. 55 학급이 되기까지 행정인원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학급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행정 인력은 그에 맞춰 증원되지 않았다. 기존 인력으로 두 배 가까운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런 급속한 성장 과정을 겪으면서 해든초등학교는 말 그대로 성장통을 앓았다. 시설은 부족하고, 인력은 모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늘어나는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 모든 교직원들이 한계를 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행정실 직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나 역시도 행정실장의 일보다 담당자로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정도였다.


##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러니


내가 발령 나기 전 6개월 전쯤에나 행정직 인원 1명과 공무직원 1명을 추가로 받았지만, 나는 거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업무를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직원에게 넘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오신 실장님께서는 업무가 줄어드는 혜택을 전적으로 받으셨다.

직원들도 이제야 조금씩 편해질 만하니, 이제 또 2년 만기를 채워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설학교에는 또 다른 숙명이 있었다.

전 직원이 일시에 발령받으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개교 1년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한 명씩 순차적으로 발령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교육청 찾아가서 직원들이 원하는 곳에 발령 날 수 있도록 인사담당자를 만나고 부탁드리는 것 외에는 없었다. 나는 목적이 있어 신설학교에 왔지만, 직원들에게는 신설학교는 정말 다시는 근무하고 싶지 않은 곳이 될 것 같다. 신설학교는 이렇게 끝없이 변화하는 곳이었다. 건물만 새로운 게 아니라, 사람들도 계속해서 새롭게 바뀌어가는 곳이었다.


##신설학교 공모의 달콤한 거짓말


신설학교 공모 시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혜택 중 하나는, 만기 근무 시 다음 희망 근무지를 우선 발령시켜 준다는 내용이었다. 듣기에는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교육청에서 배려해 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공무원 조직에서 이런 식의 개별적 배려가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그들이 약속을 지킬 의무감도, 그럴 여유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운명 같은 우연, 또 다른 신설학교


그런데 정말 이런 우연이 있을까? 2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우리 학교 옆 블록에 신설학교가 또 개교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치 운명이 나에게 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신설학교 경험으로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첫 번째 선택지는 인근 초등학교로의 발령을 교육청 인사팀에 요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교육청에서 원하는 대로 발령을 내어줄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약속을 믿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학교에 자리가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두 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교육청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현재 와이프가 야간근무 중인 상황에서 내가 교육청으로 가게 되면 아이 양육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었다. 더욱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교통도 좋지 않아 교육청까지 출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두 선택 모두 불확실하고 위험부담이 큰 상황에서, 세 번째 길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바로 옆 블록 신설학교라는, 마치 운명이 준비한 듯한 기회 말이다. "때로는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답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해답인지는 선택한 후에야 알 수 있다. “


## 동기의 경험담: 현실을 직시하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몇 년 전 동기 형이 신설학교에 호기롭게 지원하여 2년 근무를 했지만, 다음 선택지는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교육청에 근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물론 내가 일을 잘해서 교육청에서 발령시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면 예전 근무했던 사람을 또 부르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선택지 속에서, 옆 신설학교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와 집에서 가까웠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에게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조건보다 우선되는 문제였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사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교육청의 약속은 믿을 수 없고, 원하는 학교로의 발령은 불확실하며, 교육청 근무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 미친 생각의 시작


정말 미친 생각이었지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또 한 번 가자! 한 번 했는데 두 번 못하랴!" 한 번의 신설학교 경험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상황에서 두 번째를 계획한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들이 모두 더 큰 위험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그나마 가장 통제 가능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2년 전의 어리바리한 초보가 아니었다. 이미 신설학교 경험을 통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떤 함정이 있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혼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완벽한 팀을 꾸려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림팀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각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캐스팅해서, 이번에는 정말 완벽한 신설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야심 찬 계획이 머릿속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드림팀 구상과 전략적 전환


첫 번째 학교에서는 혼자 모든 걸 감당했다면, 두 번째는 함께할 동료들과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가겠다는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었다.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각 분야별로 검증된 전문가들을 캐스팅해서, 정말 완벽한 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금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함께 갈 의향이 있는 분들을 하나씩 섭외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신설학교 도전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완벽한 드림팀을 구성하는 일이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어떤 것이 당신에게 중요하다면 당신은 길을 찾을 것이다. 뭐, 중요하지 않다면야 변명을 찾겠지만"(작자 미상)


이전 14화Phase 13. 얼떨결에 시작한 신설학교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