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 교장선생님의 의외한 반응
2회 연속 신설학교에 공모하겠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리자, 교장선생님께서는 오히려 내가 다른 일반 학교에 가면 서운할 뻔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교장선생님께서도 첫 교장을 신설학교(해든초)에서 시작하셨는데, 신설학교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아시고 내가 다시 한번 옆 개교 예정인 신설학교를 도와주면 훨씬 학교가 잘 운영될 것 같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아 보였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진실
하지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인천해든초등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과밀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생 수가 많다는 차원을 넘어서 학교 운영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본래 통학구역상으로는 옆 신설학교인 아라초등학교가 해든초등학교보다 먼저 개교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 진행 상황에 따라 해든초등학교가 먼저 개교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신설학교인 아라초등학교로 배정받아야 할 아이들이 현재 해든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초과밀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학기 중에도 학급을 증설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돌봄 교실은 오전에는 1학년 교실로, 오후에는 돌봄 교실로 이중 운영되고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학실, 미술실, 음악실 등 특별실마저도 일반교실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수업을 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옆 신설학교로 가서 도와주면 학교가 빨리 안정될 수 있고, 해든초 아이들을 많이 전학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셨던 것 같다.
## 자신만만한 재도전
이유야 어찌 됐든, 나 역시 이제 2년 만에 공모서를 다시 작성해야 했다. 물론 예전 공모서 내용만 살짝 바꿔서 작성하면 어렵지는 않았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공모하면 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자신만만했다!
왜 이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었을까? 현실적인 근거가 있었다. 해든초등학교 개교 이후에도 2곳의 신설 초등학교(병설유치원 포함) 행정실장 공모에 지원자가 없어서 모두 일반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이미 모두 들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검단신도시 신설 초등학교에 가면 정말 힘이 든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실제로 정기 인사로 발령받으신 신설학교 실장님들께서도 정말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을 목격했다. 겉으로는 잘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보면 모두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계셨다.
##겸임근무의 중요성과 딜레마
신설학교에는 특별한 딜레마가 있다. 발령받기 전에 미리 겸임근무를 통해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본 발령 이후에 모든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정말 너무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발령받으신 분들이 멋지게 개교시키는 걸 보면, 역시 행정실장 자리는 고스톱 쳐서 딴 자리가 아니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모두들 뛰어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겸임근무를 통해 조금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느냐, 아니면 겸임근무 없이 쉴 새 없이 급하게 일해야 하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겸임근무 없이 본 발령으로만 근무하시는 학교를 보면, 사전 준비작업에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해 학교의 중요한 현황을 놓치고 가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급한 일 처리에 쫓기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같은 신설학교 업무를 하더라도 접근 방식과 준비 기간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미 검증된 방법론과 경험이 있었다. "경험은 가장 확실한 자신감의 근거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오만으로 변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