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시인의 <오징어게임>, 천년의 시작, 2025

by 박여범


이창식 시인의 <오징어게임>, 천년의 시작, 2025



울주 반구대 암각화를 가본 적이 있는가? 혹여, 가보지 못했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고래와 암각화를 통한 상상력을 <오징어게임>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집을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이창식 시인의 <오징어게임>, 천년의 시작, 2025이다. 시인은 <오징어게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상하여 게임이라는 세계로 들어가 인간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서 뛰쳐나온 고래 떼

당각 소리에 작살 날고 그물이 던져진다

눈 철철 바람 서걱 함성 와와 쇠끝에 피

얼음 판화 위에 뿌려진 놀이 줄 연신 흔들린다

고래가 뱃머리와 맞대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랫도리 부풀리자 당각 길이만큼 커진다

칼날로 다시 절벽 그림 후벼파자 고래고래 메아리친다

쏟아지는 겨울 파편에 고래 왕국 깊숙이 파인다

암각화, 기억의 강과 바다에서 다시 닻을 올리나니

우린 포경선 가운데 서서 고래 간을 잘근잘근 베어 먹는다


이창식, ‘오징어게임’, 위의 책, 13쪽, 일부인용


고래 게임이 시작된다. 놀음일 수도 있다. 먹히고 잡힐 수도 있다. 숨쉬기, 물뼉 치기 등 다양한 방법이 함께한다.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제는 기술과의 공존을 위한 진정한 싸움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시를 통해 복잡하고 이기적이며 자본주의에 찌든 민중의 삶이 어디로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통해 메말라가는 인간의 오기를 찾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이 진정성을 보여준다.


누가 이기나 눈에 불을 켜고, 인생을 걸고 게임에 집중한다.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고래 게임에서도 지는 것이 나약한 인간이다. 그래서 시인은 바다에 직접 나아가 자연 고래와 직접 게임을 해 볼 기세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오징어게임>은 1부, 제주 돌문화공원, 2부, 좀비 놀이, 3부, 노르웨이 효스 폭포, 4부, 통도사 소금 단지, 5부, 전곡리 주먹도끼방 총 5부로 구성되었다.


문학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해는 독자의 몫이라는 부분에 밑줄이 그어진다. 대화하듯이 해박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상상력, 상징을 통한 다양한 주제의 시집 <오징어게임>이 희망을 찾아보기 힘든 현대인들의 살아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간절함이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박여범-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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