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쌓인 종이들은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의 무덤이다
펜은 굳었고
모니터 속 숫자들은 나를 비웃는다
차는 식었고
사과는 반쯤 썩었다
전화는 울리지 않고
달력은 지나간 날만 붉게 칠한다
나는 앉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짊어진 채
허리와 눈과 마음이 동시에 꺾인다
벽에 붙은 시간표는
내 삶의 지도 같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표시된 길은 없다
이 책상은 내 세계의 전부
그러나 그 위엔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