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by 박여범


무게


(민초 박여범 시인)

책상 위에 쌓인 종이들은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의 무덤이다

펜은 굳었고

모니터 속 숫자들은 나를 비웃는다


차는 식었고

사과는 반쯤 썩었다

전화는 울리지 않고

달력은 지나간 날만 붉게 칠한다


나는 앉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짊어진 채

허리와 눈과 마음이 동시에 꺾인다


벽에 붙은 시간표는

내 삶의 지도 같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표시된 길은 없다


이 책상은 내 세계의 전부

그러나 그 위엔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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