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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Nov 06. 2022

글쓰기, On writing

생각, 말, 글

     생각이 명확해야 말이 명확하고 말이 분명해야 글도 분명하게 써진다. 흔히 글을 볼 때 글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생각도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이 명확하지 않은데 글로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생각이 차 있지 않는데 좋은 글이 나올 수는 없다. 즉, 생각의 깊이는 좋은 글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면 생각은 어떻게 차오르고 어떻게 다듬어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를 많이 하고 많이 공부하면 생각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남의 글이나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나의 생각이나 고민은 내가 스스로 던진 질문을 통해 다듬어지고 풍성해진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생각은 명확하나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는 글쓰기가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글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을 끌어내 보는 좋은 계기이다. 사실 생각은 있는데 구조화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글을 써보면서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글은 잘 못써도 말로 해보라고 하면 구조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생각은 어느 정도 있는데 글쓰기 훈련이 안된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먼저 말해보라고 하고, 그다음 당신의 말을 그대로 써보라고 하면 좋다. 그러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스스로 말해보고, 남에게 말해보고 이해되는지 물어봐라. 그리고 질문을 받아보고 스스로 답을 해봐라.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어떤 생각도 Tested 된 것이 아니다. 생각은 끊임없이 글쓰기를 통해 Tested 돼야 한다.

     말과 글의 힘은 결국 생각에서 나온다. 여기서 생각은 그 순간 생각하는 flow로서의 행위라기보다, 평소에 생각하고 모아두는 stock으로서의 축적 개념이 더 강하다.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고민하고 사색하는 경험을 해보다 보면 생각의 단편들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만 하고 글로써 표현해내지 않는다면, 나의 생각을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은 특히 사회적 이슈나 정책 등 여러 사람과 관련된 일일 경우 더 그렇다.

      몇해 전 내가 책을 써보고 나서 알게된 점은 써서 말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추진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말하고 공개하고 공표할 수 있어야 그 일을 추진할 수 있고, 따라서 공개하고 써서 알릴수 없는 내용은 추진할 수도 없다. 만약 내게 어떤 원대한 구상이 있으나 발설되면 큰 논쟁이 될거 같아 대외로 말하지 못하고 발표하지도 못하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생각을 대외적으로 써서 남에게 보일 수도 없다면, 도대체 그 일을 어떻게 추진한단 말인가?

     우연히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마치 중도적인 양 어중간하게 있다가 정말 우연히 정책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길 기다린단 말인가? 내 생각은 말하지 않으면서 우연히 얻어걸리기를 바란다면 그 정책이 얼마나 잘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이상적인 것보다는 말할수있을 만큼만 말하고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수준을 보아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만큼 바꾸고 움직이고 개혁하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팔리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을 글을 쓰다가 포기하는 조 마치에게 자매 에이미가 해주는 말이다. 그 주제 자체가 중요해서 비로소 쓰는 게 아니라, 계속 써야 중요해진다는 의미이다. 즉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그럴듯한 이야기라도, 혹은 필요한 주장이라도 글로 써서 남과 공유하지 않으면 그 생각이 퍼질 수 없다. 생각이 퍼져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도 연대하고 더 중요해질수 있다. 그리고 글로써 생각을 퍼지게 하려면 먼저 생각부터 그렇게 하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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