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기행記

by 장선윤

'내가 다시 인도를 간다면, 그것은 바라나시를 다시가기 위함'이라고 말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고 라다크를 알게 되었고, 라다크는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으로서 인도에 또 가야할 이유로 꽤 오래 내 마음에 자리했었다.


오래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부탄'과 '브루나이'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스탬프를 여권에 찍은 후에야, 드디어 라다크에 입성했고, 돌아왔다.


왜 라다크에 왔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은 다르다. 나는 라다크에 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래서 판공초의 모습이 세 얼간이에서 본 것과 좀 달라도 괜찮고, 오래된 미래에서 읽은 것과 라다키들의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도 괜찮다. 난 라다크에 온 것만으로도 내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아래와 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진심이었다.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길이었다.

짚차 세 대로 일행이 나뉘어 달리던 중, 내가 타고 있는 차에 이상이 생겼다. 몇 시간을 들여 고치려 했지만 허사였다. 하여, 짐은 우리 짚차에 남겨두고 지나는 차를 히치하여 몸만 싣고 달리던 중, 길이 무너져 버렸다. 우리 바로 앞에서.

거기는 해발 5300m 정도로 세상에서 세 번째로 높은 길 탕그랑라를 불과 1km정도 지난 곳이었다.


저녁 7시 무렵이었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급감했는데 우린 얇은 옷 하나씩을 입고 있을 뿐이었다. 고산 지역에서는 물을 계속 먹어야 하는데 각자 반 병 정도밖에 없었다. 저녁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음식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고산증은 점점 심해졌다. 기온은 떨어직 있는데 공기가 부족하여 창문을 닫을 수 없었다. 뒤돌아 가기엔 차에 연료가 부족했다. 무너진 길은 다음 날 아침 10시가 지나야 보수를 시작한다고 했다. 무너진 벽은 또 언제 2차, 3차로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반대편은 5300m 낭떠러지였다.


황당했고 당황스러웠지만, 괜찮은 척했다. 진짜는 머리가 너무 아팠지만. 여기서 나가면 무조건 델리로 비행기를 타고 나가겠다고 생각하며 긴 시간을 버티던 중, 우리 차를 누군가 후레시로 비췄다.


간발의 차로 앞서간 일행이 레에서 반대로 거슬러, 무너진 돌더미를 넘어서 우리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새벽 2시였다.

고산증은 정점을 넘어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는 상태였지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네팔인 드라이버 손을 잡고 무너진 돌더미 위를 걸었다. 밟는 돌마다 다시 무너져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단 하나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한 발씩 옮겼다. 그리고 6시간을 달려 레에 도착했다.


아이러니란 이런 것일까.

고장난 차를 고치는 동안 평생 처음으로 해무리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5300m에 고립되었을 때 본 일몰은 내가 본 그 어떤 일몰보다 아름다웠다.


판공초로 들어갈 때도 길이 끊어져 수백 미터를, 어쩌면 몇 킬로미터일지도 모를 거리를 걸어서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판공초에서 나올 때는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을 보며 선글래스 아래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도 나름대로 많이 봤지만, 보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순탄치 않더니 고산지역에서 길이 끊어지기까지하여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무너진 길에서 구출되어, 생각대로 레에서 델리로 비행기를 타고 나갔더라면 달라이 라마를 눈 앞에서 만나 그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는 없었으리라. 또한 아샤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을 기회도 없었으리라.


오래된 미래는 지금 우리가 최첨단을 향해 나가아고 있지만 그 끝은 다시 오래전 과거 우리의 모습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행이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과거로부터 출발하여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최종 종착지가 될 우리의 미래는 결국, 출발지인 아주 오래된 과거 그 어디쯤이지 않을까. 그러므로 나의 여행이 고되어도 어딘가에서 만날 해무리와 달라이 라마와 좋은 친구를 위해 묵묵히 나아가 보리라는 다짐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