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개발이 뭐야..? 영업이랑 다른거야..? 몰라..
스타트업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저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대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임팩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직무 구분 없이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다'는 말들이 눈부시게 들렸고, 무엇보다 기획도 하고, 영업도 하고, 파트너도 만나고, 전략도 짜는 사업개발이라는 포지션이 너무 멋져 보였죠.
처음 입사한 스타트업에서 저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어요.
데모데이에서 투자자 발표를 도왔고, 앱 출시 전 마케팅 기획서를 만들었고, B2B 파트너십 제안서도 제가 썼어요.
데모데이(Demo Day): 스타트업이 투자자나 외부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의 서비스나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는 발표 행사
진짜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하루하루가 신기하고 재미있던 그 시절..
하지만 그 성장이라는 말의 이면엔 선배들이 말하지 않은 전제가 있다는 걸, 몇 달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어요.
하루는 대표님이 말했어요.
"너 이번에 나온 리포트 봤지? 이거 기반으로 우리 신사업 아이디어 좀 정리해봐."
예..?
전공도 아니고, 시장조사 방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야근하면서 PPT 30장을 만들었어요... ㅎㅎ
다음날 그걸 보시고 대표님은
"근데 이건 사업개발이 아니라 그냥 보고서네." 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해졌어요.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지금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그렇게 잘하면 본인이 하시던가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생략..)
결국 저는 번아웃을 겪었어요. 이렇게 빨리 뭐가 하기 싫어질 줄 .. 전혀 몰랐죠.
그러면서 성장, 성과, 기회, 스피드…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스타트업에서 제가 제일 놓치고 있던 건 ‘나’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고, 메일함을 열기조차 두려워졌어요. (끄흑..)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커리어 코칭을 받아봤고,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더라고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사업개발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기획, 영업, CS, 다 했는데 이력서에 뭐라고 써야 하죠?
대표님이랑 방향성 충돌이 있을 때 너무 힘들어요.
이런 말들을 들으며 깨달았어요. 사업개발은 ‘직무’이기 전에 ‘정체성’이라는 걸요!
정답이 없고, 설명도 어려운 역할이지만, 팀에서 제일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 그게 바로 사업개발이더라고요.
혼란스럽고 모호한 직무 속에서도 저는 작은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나의 커리어 언어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예전엔 누가 “사업개발이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으면 버벅였는데, 이제는
문제 앞에서 제일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다 함께 갈 수 있게 조율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바로 저!
라고 말합니다. 저 이정도면 잘 크고 있는걸지도요....
물론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 고민마저도 저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그리고 정체성 없는 정체성인 사업개발이라는 직무를 산다는 것.
그건 아마도 ‘매일 조금씩 나를 알아가는 과정’ 같아요.
브런치를 통해 저의 성장통과 저의 처방전을 차곡차곡 담아보려 해요. 커리어의 성장통을 겪는 모든 분들과, 특히 사업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분투하는 20~30대 초년생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닿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