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셜 미디어 보급률(정확하게는 총인구 대비 소셜 미디어 사용자 신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DataReportal이 2025년 1월 발표한 'Digital 2025: South Korea'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소셜 미디어 사용률은 약 95%에 달한다. 거의 모든 국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이어져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위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인구 10만 명당 약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일본이 16명, 네덜란드가 10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 사람들이 더 자주 소통하고, 외로움도 덜 느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하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직장에서는 성과로, 일상에서는 외모와 소비로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평가 받는다. 소셜 미디어는 이런 비교를 더 쉽고 빠르게 만들어준다. 친구의 여행 사진, 동료의 승진 소식, 지인의 화려한 일상 같은 것들이 매일같이 화면을 채운다. 그걸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비교하게 된다. "나는 왜 이렇지?" "나만 뒤처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반복되면서 불안과 박탈감이 쌓인다.
'좋아요'의 개수나 댓글이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관심이나 지지와는 다르다. 숫자로 표현되는 반응은 순간적이고 피상적이다. 누군가 내 게시물에 하트를 눌러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고민을 들어주거나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건 아니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막상 혼자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은 점점 더 외로워진다. 연결의 양은 많지만 질은 낮은,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소셜 미디어를 많이 쓰지만 한국만큼 자살률이 높지는 않다. 싱가포르나 네덜란드, 캐나다 같은 곳들도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높지만 자살률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이것은 기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탄탄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고, 정서적으로 기댈 곳이 있다면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은 줄어든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실패는 곧 낙오로 여겨지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으면 나약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 소셜 미디어는 위로가 아니라 압박으로 작용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관계의 빈곤이다. 연결은 많은데 진짜 소통은 없고, 친구는 많은데 마음을 나눌 사람은 없다. 소셜 미디어는 단지 그것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거울일 뿐이다. 화면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이어져 있지만, 정작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고립감이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줄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 사회가 타인과의 비교에 덜 집착하고,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쟁과 성취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실패해도 괜찮고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일상 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연결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진짜 만남과 대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아주고, 옆에 앉아 있어주는 그런 관계가 더 많아질 때 사람들은 덜 외롭고 덜 불안해질 것이다.
소셜 미디어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도구일 뿐이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는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는 이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누군가의 삶이 화면 속 숫자로 평가받지 않도록,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진짜 연결로 이어지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씩 노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