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사들을 겨냥한 해킹 공격으로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개인 정보가 새어나가고 원치 않는 결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통신망 보안의 허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게 됐다.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로 연결된 세상에서 한 번의 보안 사고로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통신사는 겉으로는 사기업이지만, 그 밑바탕은 다르다. 주파수와 전화번호 등은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쓰는 자산이다. 통신사는 공공의 자산을 임대하여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기간 통신망은 단순한 사업 수단이 아니라, 전력망이나 도로망처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봐야 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단기 실적에 매몰되어 있다. 분기별 수익에 쫓기다 보니 장기적인 보안 투자는 뒷전이다. 한 번의 해킹, 한 번의 장애가 금융 거래와 병원 진료, 교통과 행정까지 멈춰 세울 수 있음에도 말이다. 사회적 파급력이 전력망이나 철도망 못지않은데도, 통신사들의 경영 마인드는 여전히 일반 기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통신망의 공적 성격은 더욱 강해진다. 과거에는 통신망 장애가 발생해도 "전화 못 받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사회 전체가 멈춘다. 이런 현실에서 통신사에게 요구되는 책무는 단순한 수익성 추구를 넘어서야 한다.
통신사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 보안 투자를 '어쩔 수 없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보험'으로 인식해야 한다. 눈앞의 비용을 아끼려다 한 번의 사고로 더 큰 손실을 입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2021년 카카오 서버 장애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것을 보면, 사전 예방 투자가 얼마나 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
정부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 기간 통신망이 사회적 인프라라면, 이에 걸맞은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 보안 투자 의무화, 장애 대응 체계 점검, 사고 발생 시 강력한 제재 등을 통해 통신사들이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장기적 보안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신용평가회사 같은 외부 평가기관들도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과 같은 재무지표만을 평가의 잣대로 삼지 말고 여기에 ’사회적 안정성’이라는 축을 더해야 한다. 또한 고객들도 통신사를 선택할 때 안정성과 안전이 갖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초연결 사회는 빠른 속도와 편리함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연결이 촘촘할수록 작은 균열이 전체를 무너트릴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간 통신망은 기업의 사업 수단을 넘어 모두의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수익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를 더 이상 기업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가 되었다.
기간 통신망은 우리 모두의 안전망이다. 한순간의 사고가 병원과 은행을 멈추고, 공항과 도로를 마비시킬 수 있다. 통신사들은 초연결 시대에 맞춰 자신들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수익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통신사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신사들이 진정으로 초연결 사회의 버팀목으로 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