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ep4. 오히려 좋아! 사장님 어머님이 운영하는 해녀촌!
계획에는 없었지만 아침밥일까, 점심밥일까, 알 수 없는 공복시기에 나는 모닝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는 시작했다.
여행을 가면 모두 부지런히 일어나서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이 보았지만 나의 경우는 '충분한 휴식'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알람이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매일 저녁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몇 번이고 반복하며 알람 시간을 확인하고 하나에 깨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어 2개 아니 사실 3개 이상도 많이 했었다. 일개미의 삶에서 벗어나서 흥얼흥얼 룰루랄라 지내는 일상 탈출 여행이란 그 어떤 삶보다도 사실은 가장 나다운 모습인 거 같다.
날이 너무 덥고 주변에 사람이라고는 나만 있는 이곳에 어쩐지 정감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는 사람 북적북적 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도 아니며, 맛집과 쇼핑거리가 가득한 도시도 아니다. 그저 한적하고 사람 정이 느껴지는 그런 시골틱한 곳이 너무 좋다.
어느 순간 내가 '여행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후빌 때가 언제인가 곰곰하게 생각해 본다면...
- 오늘 하루도 정말 열심히 이 삶 속에서 일개미로 최선을 다했던 날 같다
분명 보람차고 행복하지만, 때로는 그 일상의 반복 속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소진과 피로감은 여기서 탈출해야만 얻어지는 기분을 여행에서만 느끼는 것 같았다.
가만히 또 멀리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내가 첫 발을 내딘 곳의 터미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배' 모양이었다. 가까이어서 거대한 건물을 보았을 때는 단순히 건축물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철학적이고 싶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여유도 없이 코앞에서 거대함에 놀라고 또 억압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쉼을 허락하고 멀리서 바라볼 줄 안다면 그 형태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담아도 신기하고 예쁜 곳, 사진으로 담아도 다 담을 수 없는 이곳에 나는 한참 서서 그림으로 담았다. 나는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이걸 깨닫는 과정에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서 타인들과의 대화에서 알게 되었다. 일기를 20년 가까이 매일 쓰고, 어딜 떠나면 나의 시선에 담기는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이제는 그림을 시도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어떠한 곳을 기억하고 싶은 욕구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때때로 나의 그림을 볼 때 나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먹고 있지만, 이 모든 건 추억 속으로 나를 던져주는 느낌이다.
어느 날 시간이 지난 정은이는 이날의 사진만으로 온도가 기억나고 바람이 기억나고 주변의 자연 소리가 기억날 거를 알고 있지고 하니 사소한 기록조차 놓치지 않게 되는 거 같다.
가방에는 온전히 카메라와 그림도구, 물, 수건 그리고 삼각대를 담고 다녔다. 사실 오늘은 내가 등산을 각오해서 챙긴 물품들이기 때문에 나름 필요한 것들만 간단하게 챙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왜 오전에 등산을 못했냐고 한다면...
해가 뜨거워서 아침 일찍 가야 한다는데 나는 너무 꿀잠을 자서 이미 늦었고, 12시 언저리에 가자고 하니 뜨겁고, 오후가 돼서 가려고 하니 혼자 무서워서..
숙소 사장님께서 이따 배 들어보면 100% 산 오르는 사람들 있으니까 따라서 올라가라고 말해주는 바람에 내 오늘 일정은 일단 '커피-둘레길-해녀촌 식사-등산-노을-파전/막걸리' 이렇게이다.
별거 없는 거 같은 하루랄까, 목표는 등산뿐!
이곳에 와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물이 이렇게 맑아도 되나? 싶었다. 눈으로 보면 진짜 너무 맑고 예뻐서 계속 보게 되는데 일부 주민들께서 맑고 더 잘 보이니까 얼마나 깊은지 모른다며.. 실제로는 엄청 깊은 물이라고 한다. 울릉도 갔을 때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홍도를 왔을 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물색이 있구나 또 새삼 느낀다.
여기서 젊은 여자가 혼자 돌아다니면 신기하고 반갑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게 감사했다. 친화력이 좋다고는 듣지만 이런 정겨운 동네에 오면 이상하게 max로 솟아오르는 나의 친화력!
이 자연의 아름다움이 앞으로도 지속적이게 유지돼서 계속 만나고 싶다.
섬에서 만나는 포차는 생각도 못했지만 육지에서의 포차는 늘 저녁에 열리는 장 같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포차는 하나의 식당으로 낮에도 열리는 포차이다.
매일 자연산으로 채워 놓는 싱싱한 해산물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홍합이다. 뉴질랜드에서 1년 살면서 '그린머슬'이라고 녹색 홍합이 이 세상에서 제일 큰 홍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그 홍합의 크기와 비슷한 홍합을 만났다. 알고 보면 '양식이 아닌 자연에서 자라는 홍합은 이렇게 자유롭게 많이 클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과 더불어서 사람도 환경에 따라서 더 자율성을 허락한다면 다양한 형태로 클 수 있지 않을까?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어항에 있는 물고기, 수조에 자라는 물고기 그리고 바다에서 자라는 물고기 이야기를 해줬다. 물고기 이름이 기억은 안 나지만 자라는 환경의 크기에 따라서 물고기의 몸체가 각기 다르게 자란다고 하면서 나에게 늘 큰 물을 만나라고 했는데 맥락이 다를 수 있지만 어쩐지 양식으로 자라는 홍합을 보다는 같은 한국 땅에서 큰 홍합을 만나는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문어 빼고 다 먹어본 거 같은데 확실히 육지에서 먹은 양식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다.
뿔소라는 처음이지만 왜 사람들이 뿔소라를 먹으면 입에서 단맛이 난다고 하는지 이날 깨달았다. 이상하게 맛있는 걸 먹으면 가족들이 생각나는데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다시 와서 뿔소라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해산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꼬들면으로 만들어주신 라면 한 그릇!
이 모든 게 3만 원! 가격에 비해서 넘치게 맛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배도 많이 불렀다.
육지에 있다면 찾아가서 먹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바닷가의 윤슬을 보면서 해산물 라면을 먹고, 소라를 먹는 일은 아마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더 가까이 가보지는 못하지만 섬에서 만나는 또 다른 묘미는 등대를 보는 것!
흰색 등대, 노란색 등대 각 2개의 등대들이 있는데 모두 가까이 가지는 못해서 이렇게 확대해서 사진만 남긴다.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곳. 울릉도에서 주민분이랑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섬에서 아픈 사람이 있다면 배를 타고 병원을 갈 수 없어서 헬기를 타고 병원에 이송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물살을 가르고 육지를 가는 것보다는 하늘을 날아가는 게 빠르겠지..!
해녀 포차에서 든든히 밥 먹고 또 당충전 가득하게! 사실 무슨 에이드였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그래도 맛있게 시원하게 먹은 게 좋았어. 육지에서는 비싼 커피를 먹고 시그니쳐 음료를 찾아 먹었던 나지만 이곳에서는 있는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했다. 사람들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여유'에서 오는 게 크다고 생각한다.
이곳 홍도에서의 여유는 나에게 '행복'으로 다가왔다.
섬에서 찍은 소소한 영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