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Magazine - PR·Mkt Insight
지금 미국 전역에서는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Black Lives Matter(블랙 라이브즈 매터, 모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캠페인이 온 ·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나이키, 구글, 맥도날드, 소니픽처스, 유튜브, 구찌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도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인종차별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정치적 · 사회적 사안에는 언급을 최소화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요. 왜일까요?
오늘은 이에 대한 답과 함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퍼진 각 기업의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과거 인종차별 관련 이슈로 곤욕을 치렀던 브랜드 광고 사례도 소개할게요.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주세요!
앞서 살펴보았듯이 브랜드가 정치적 ·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주요 소비층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메시지나 가치를 담은 물건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소비의 주체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일컫는 말)’를 의식한 결과죠.
* 미닝아웃 : 미닝(Meaning·신념)과 커밍아웃(Coming out·정체성을 드러내다)의 합성어
MZ세대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업이 단순하게 인종차별 반대 이슈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죠. 이는 브랜드가 양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처럼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제품은 불매하는 MZ세대. 이런 의식 있는 소비자가 증가할수록 기업과 브랜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겠죠?
* 조선일보, <2020 제3섹터 키워드10>, 2019. 12. 24
글로벌 브랜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습격 당하고, 약탈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오히려 ‘시위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기부를 약속하는 등의 행보를 보입니다. 이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관련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29일(현지 시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브랜드 대표 슬로건인 ‘Just do it(그냥 해)’을 ‘For Once, Don’t do It(이번 한 번만 하지 마!)’이라고 변형한 광고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요. 이례적으로 경쟁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캠페인을 공식 SNS에 공유하기도 했죠*.
* 중앙일보, <“하지 마라(Don’t do It)!” 나이키가 대표 슬로건을 바꾼 이유>, 2020. 06. 02
예전부터 나이키는 광고 속에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담아왔습니다. 물론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어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었습니다. 2019년 나이키는 미국 독립기념일 한정판으로 18세기 성조기 ‘벳시 로스 깃발(Betsy Ross Flag)’을 넣은 스니커즈를 출시하려다 소비자들의 반발로 취소했습니다*. 당시 노예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는데요. 브랜드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룰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 매일경제, <애국심 마케팅하려다…나이키 인종차별 논란>, 2019. 07. 03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도 그동안 인종차별로 희생된 흑인들의 이름을 새긴 ‘One of Us(우리 중 하나)’라는 60초 분량의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노란색 바탕에 피해자의 이름을 새기고 검은색 바탕에는 ‘Black Lives Matter’를 넣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검은 바탕에 맥도날드의 황금빛 골든아치를 등장시켰죠*. 광고를 통해 인종차별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입니다.
* 뉴데일리경제, <맥도날드, 검은색 바탕에 골든아치를 띄운 까닭…”소비자는 브랜드가 행동하길 원한다”>, 2020. 06. 09
1992년, LA 흑인 폭동으로 미국 중남부 지역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했을 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였죠. 평소 맥도날드가 흑인을 위해 농구장을 지어주고 공을 지원해주면서 ‘우리는 흑인들의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저자 자일스 루리, 출판사 중앙북스
다른 브랜드들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유튜브는 지난 5월 30일(현지 시각) 계정 사진을 흑백으로 바꾸면서 인종차별과 폭력에 대한 대항에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또한, 100만 달러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죠*. 이 밖에도 패션 브랜드 구찌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공식 인스타그램에 ‘인종차별을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 미디어오늘, <”인종차별 반대 백만불 쾌척” 유튜브에 비난 쏟아진 까닭>, 2020. 06. 03
위의 사례들과는 달리, 인종차별적 광고로 부정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브랜드도 있습니다. 2018년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은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정글에서 가장 쿨한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문구가 적힌 스웨터를 입혀 광고 사진을 찍었다가 논란이 됐는데요*. 원숭이라는 단어가 백인 외의 인종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어왔기 때문이었죠. 같은 제품을 촬영한 백인 어린이 모델에게는 ‘맹그로브 정글의 생존 전문가(Mangrove Jungle Survival Expert)’라는 옷을 입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반감을 샀습니다. 결국 H&M은 두 차례 사과문과 함께 관련 사진과 제품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했습니다.
* 경향신문, <흑인 어린이 모델에 “가장 쿨한 원숭이” 후드 입힌 H&M…결국 사과>, 2018. 01. 09
2017년, 글로벌 비누 브랜드 도브는 흑인 여성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면 깨끗한 백인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 영상 광고를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습니다. 2018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는 SNS에 패션쇼 홍보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영상 속에 나오는 중국인 모델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어 중국을 폄하했다는 논란을 일으켰죠.
최근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5월 17일(현지 시각)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신형 골프 광고가 문제였는데요. 광고 속에는 백인으로 보이는 흰 손가락이 노란색 폭스바겐 골프 차량 앞에 서 있는 흑인을 건물 안으로 튕겨내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 중간에 웃음소리도 들어갔죠. 결국 폭스바겐은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해당 광고를 철회했습니다*.
* IT조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이어 인종차별 광고로 곤욕>, 2020. 05. 21
기업이 제품만 잘 만들어서 그럴싸한 마케팅만 하면 성공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가진 힘을 활용해서 정치 · 사회적 이슈에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죠. 그래서 기업은 언제든지 ‘자사 브랜드의 생각은 무엇이고,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는 소비자의 질문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수의 지지와 공감을 얻는 방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