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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지헌 Jan 18. 2021

스타트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나] 3. 10개월 정리

스타트업 씬에서 아이템을 고민하고, 만들어보고, 발전시켜 본 지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내가 시간을 쏟는 만큼 성장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기에, 잠도 많이 줄여가며 생활한 탓인지 2년은 지난 것 같지만 이제 겨우 10개월이 지났단다. 하지만 10개월 전의 나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장했음을 느끼는 만큼, 어떤 것들을 보고, 들으며 배웠는지 기록해 두고자 한다. 


아직 10개월 차 뉴비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라, 틀린 내용이 많이 담겨있을지도 모르지만 시작해 보자면,


1. 장사 말고 스타트업

이 씬에 있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내가 아이디에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흔히들 스타트업, 혹은 창업을 꿈꾸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을 시키는 노력을 많이 하지만, 실체를 보면 장사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제품 창업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서비스 창업에도 당연히 그런 종류들이 있다. 이를테면 소셜 살롱 같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서 색다른 경험을 주지만, 그 이후 해당 서비스를 바탕으로 사업이 확장되거나 다각화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든다(한때 소셜 살롱 운영을 꿈꾸고 시도했던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어쨌든 장사와 스타트업은 그런 면에서 다르다. 처음엔 작게 시작하더라도,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파급력을 줄 것을 꿈꿔야 한다. 정말 사소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킬 것을 상상해야 한다. 그게 스타트업이 꿈꾸는 업사이드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은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아쉬움이 있는지 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 사람들의 수가 많을수록 혹은 그 절실함이 클수록, 스타트업은 더 큰 성공에 가까워진다.



2. 시장이 커야 한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스타트업의 지분을 얻고 돈을 투자하는 형식의 VC(Venture Capital,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사업을 한다)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VC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회사가 크게 성장해야 한다. 작은 시장에선 압도적으로 잘해야 100을 만들어 낸다면, 큰 시장에선 적당히 잘해도 100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VC의 관점이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이 꿈꾸는 세상에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VC의 자본이 필요하다면,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유리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좋은 건 매한가지다. 시장의 크기가 크다는 것은, 소비자 수가 많거나 객단가가 높다는 것인데. 객단가가 높다는 것을, 해당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절실함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앞서 말한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이 만족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 맞닿아 있어 직접적으로 관련된 수익시장의 규모는 꽤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한 지표다.



3. 존버가 답이다.(A.K.A. 돈 벌면서 가면 좋다.)

이 씬에선 스타트업이 자리 잡는 데에 3년, 궤도에 오르는 데에 5년이 걸린다는 말도 종종 듣곤 한다. 업종에 따라, 그리고 타이밍에 따라 그 햇수가 모두 다르겠지만 꽤 오랜 암흑기를 잘 견뎌내야 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렇기에 대표(혹은 co-founder들)는 시장을 통찰력 있게 봐야 한다. 지금도 사람들이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3년, 5년 뒤에도 그 문제가 지속되어야, 만들어 낼 프로덕트가 의미가 있고 유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말만 쉽다) 지금도, 3년 뒤에도, 5년 뒤에도 유효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를 잘 만들어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에 버티느냐의 싸움, 그게 스타트업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틴다는 게 의지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역시 돈이 필요하다. 모아 놓은 돈이 있어 여유가 있다면 좋겠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2인 공동 창업의 경우, 한 명이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알바나 외주 등으로 시드로 쓸 자금을 모아 오는 것도 드문 경우는 아니다. '투자받으면 되지 않느냐', '정부에서 지원 많이 해주던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들도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듯싶다. 일단 그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어느 정도 프로덕트가 갖추어져 꽤 많은 수식에 들어갈 수치가 데이터로써 모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버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기에 내가 단 부제처럼 처음부터 수익을 내면서 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면 조금은 수월할지도 모른다.



4.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내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꽤 괜찮은 문제를 풀고, 정말 큰 시장에서, 충분한 여유자금을 가지고도 망하는 스타트업, 많다. 이유를 들어보면 대개 사람의 문제. 반대로, 여유자금도 없이 정말 힘들게, 게다가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서 성공한 스타트업도 종종 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그 비즈니스를 궤도에 올린 것도 역시 사람. 똑같은 비즈니스도 "누가" 하느냐에 달렸단 말도, 스타트업 씬에선 흔한 말이다.


미국의 최고 시드 AC(Accelerator,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 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자)인 Y-Combinator의 CEO 폴 그램은 "초기에 CEO는 Co-Founder를 찾는 데에 4-50%의 시간을 할애해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CEO는 여러 가지 이유로 5% 정도만 할애하는 데, 그 경우 모두 망했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꽤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배웠지만, 역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거듭된 어려움과 실패 속에서 좌절하고 포기를 고민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안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나온 10개월은 뒤로 하고, 그 10개월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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