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용자 다간 - 세븐체인저의 테마

독고다이의 완성체

by 연구소장



다간을 어릴 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그 순간이 있을 것이다. 세븐체인저가 등장할 때 흘러나오던 그 BGM 말이다. 요즘 우연히 다시 들어보니 이게 진짜 명곡이었구나 싶어서, 한번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어졌다.


이게 진짜 용자 시리즈의 사운드였나?

세븐체인저 테마를 처음 듣고 '어? 뭔가 느낌이 다른데?'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애니 OST에서 흔히 들리는 바이올린이나 첼로 소리가 거의 없다. 대신 트럼펫, 트롬본 같은 금관악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확실히 잡고 밀어붙인다. 그리고 일렉기타가 중간중간 찌르듯이 들어오는 게 정말 절묘하다. 부드러운 현악기 소리로 감정에 호소한다거나 그런 거 없이, 그냥 직설적이고 날카롭게 꽂아버리는 스타일이다. 약 1분 25초라는 길이도 절묘한 포인트다. 너무 길지도 않고 너무 짧지도 않은, 딱 세븐체인저가 등장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지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요즘 같으면 좀 더 길게 만들어서 이것저것 변주도 넣고 했을 텐데, 이 간결함이 오히려 완성도를 높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로서는 꽤 과감한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세븐체인저라는 캐릭터한테는 정말 찰떡이었다. 이보다 더 어울리는 사운드는 상상하기 어렵다.


도대체 얘는 뭐하는 놈인가?

다간 보면서 세븐체인저만큼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캐릭터도 없었던 것 같다. 전형적인 독고다이 스타일로, 어떨 때는 다간팀이랑 함께 싸우나 싶더니 갑자기 적이 되기도 하고. 볼 때마다 '이번엔 또 뭘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븐체인저가 이런 애매한 포지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걔가 진짜로 강했기 때문이다. 다간X와 정면으로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니까, 굳이 어느 편에 확실히 설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바로 세븐체인저의 간지였다. BGM도 이런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곡 전체에 흐르는 고독한 분위기와 차가운 비장함,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절제된 카리스마. 듣다 보면 세븐체인저가 혼자서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화면에서 이 곡이 나올 때 그 쫄깃함이란

애니 본편에서 이 BGM이 깔리는 순간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소름 돋는 장면들이 많았다. 세븐체인저 첫 등장부터 시작해서, 다간X와 붙는 일대일 대결, 가끔씩 보여주는 알 수 없는 협력까지. 이 곡이 나오면 그냥 '세븐체인저 나온다'가 아니라 '어?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었다. 음악 자체가 상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진짜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여유로움. 세븐체인저는 자기가 누군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어느 편인지 밝힐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혼자서도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실력자였으니까. 이런 캐릭터와 음악이 만나서 용자 시리즈 역사상 가장 멋진 독고다이가 탄생한 게 아닐까.


마지막까지 간지로 점철된 최후

그런데 세븐체인저의 진짜 간지는 마지막 순간에 완성된다. 레드 가이스트와의 최종 결전에서 서로 칼로 가슴과 복부를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히며 동귀어진하는 그 장면 말이다. 이때도 세븐체인저 BGM이 깔린다. 처음 등장할 때와 똑같은 그 음악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거다. 세이지에게 "얀챠를 부탁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폭발하는 순간까지, 음악과 함께 완벽한 간지를 연출한다.


등장도 간지, 최후의 순간도 간지. 세븐체인저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멋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이 BGM이 함께했다. 상공에서 떨어진 세븐체인저의 용자의 돌을 받은 얀챠가 갈라진 돌을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전 지구의 간절함으로 용자의 돌이 치유되어 레전드 다간의 일부가 되는 연출까지. 지구가 그를 진정한 용자로 받아들였다는 게 느껴지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작곡가도 진짜 천재였네

이 곡을 만든 이와사키 야스노리라는 작곡가가 정말 대단한 게, 세븐체인저라는 묘한 캐릭터를 음악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거다. 단순한 악역도 아니고 전형적인 아군도 아닌, 뭔가 제3의 존재 같은 느낌을 음악으로 만들어낸 거다. 금관악기의 강렬함 속에 고독감을 숨기고, 압도적인 사운드 뒤에 슬픈 비장함을 깔고, 예측 불가능한 세븐체인저의 행동을 음악으로도 구현하고. 이 모든 걸 1분 25초 안에 다 담아낸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소름 돋는 이유

지금 와서 다시 들어봐도 이 곡이 여전히 강렬한 건 뭘까? 세븐체인저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진짜 강자의 품격"을 음악이 완벽하게 담아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마지막 동귀어진까지, 같은 BGM으로 일관된 캐릭터성을 보여준 것도 대단하다. 음악이 캐릭터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된 거다. 세븐체인저 BGM은 그냥 "라이벌 테마"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음악에서 "이런 게 진짜 멋진 BGM이다"라는 하나의 기준을 만든 작품이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그 임팩트가 살아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역시 명곡은 시간이 지나도 명곡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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