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마무리한 앨범
특정 곡이 아닌 앨범 전체를 다루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평소라면 인상 깊었던 한두 곡만 골라서 소개했을 텐데, 1988년 3월 12일 발매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그럴 수가 없다. 가슴이 시킨다 15개 트랙 중 단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구성. 1979년 퍼스트 건담에서 시작된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14년 대서사시를 음악으로 완결짓는 작품이다. 사에구사 시게아키가 작곡한 14개의 연주곡과 TM NETWORK의 "BEYOND THE TIME"이 우주세기 0093년의 마지막 전쟁을 그려낸다.
첫 트랙 "MAIN TITLE"의 화음이 울려퍼지는 순간, 거대한 우주 공간의 적막함이 느껴진다. 그 고요함 속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긴장감. 4분 46초 동안 펼쳐지는 서곡은 영화 전체의 설계도이자, 아무로와 샤아의 긴 역사를 압축한 음악이다.
첼로와 비올라가 만들어내는 저음부의 어둠. 그 위로 바이올린이 그어내는 선율에는 퍼스트 건담부터 이어진 기나긴 시간이 스며있다. 때로는 적이었고, 때로는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두 남자. 라라아 슨의 죽음, 끝없는 추격과 대립, 그 모든 기억이 현악기의 떨림 속에 숨 쉰다.
중간부에서 금관악기가 합류하는 순간, 개인의 갈등이 우주세기 전체의 운명으로 확장된다.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인류의 미래와 맞닿는 지점이다. 트럼펫이 주선율을 이끌 때, 그 뒤편에서 바이올린이 초절기교로 빠르게 음을 써내려간다.
소니 뮤직의 수석 엔지니어 스즈키 코지는 2014년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며 이렇게 증언한다.
"트럼펫이 주선율을 연주하는 뒤편에서 바이올린이 보여주는 초절기교에 주목해보세요. 활이 현에 닿는 생생한 감촉까지 느껴집니다."
실제로 이 '파동(うねり)'은 1988년 당시 극장에서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숨겨진 레이어였다. 26년이 지나서야 그 진가가 드러난 셈이다.
3번 트랙 "SALLY"는 출격을 의미하는 '슈츠게키(出撃)'를 부제로 달고 있다. 2분 38초 동안 흐르는 음악은 오랜만에 모빌슈트에 올라타는 아무로의 귀환을 알린다.
퍼스트 건담의 소년 파일럿이었던 아무로는 이제 베테랑이 되었다. 7년 간 모빌슈트를 타지 않았던 그가 ν(Nu)Gundam과 함께 돌아온다. 금관악기가 용감하게 팡파르를 울리지만, 그 이면에는 묘한 비장함이 서려있다. 팬들이 "영웅적이면서도 장송곡 같다(heroic and funereal)"고 평가하는 이유다.
캐터펄트에서 발진하는 ν(Nu)Gundam.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려지는 그 순간, 음악이 절정에 달한다. 메인 테마를 군대 행진곡으로 변주한 편곡은 승리를 예감하면서도 동시에 이별을 암시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남자가 다시 한 번 싸우러 나가는 숙명적 순간을 음악이 포착한다.
"ν(Nu)Gundam"에서 가장 특별한 건 팀파니의 역할이다. 사에구사는 "팀파니가 노래를 부르는 매우 드문 예"라며, 이 독특한 편곡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둥둥 울리는 팀파니의 도입부가 거대한 격납고의 공간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ν(Nu)Gundam은 아무로가 샤아와의 최종 결전을 위해 준비한 궁극의 모빌슈트다. 아무로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사이코프레임이라는 신기술을 탑재한 기체는 그의 모든 경험과 기술의 결정체다. 음악은 그 무게감과 의미를 정확히 전달한다.
스즈키 엔지니어는 이 곡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이 곡 도입부의 팀파니 울림을 들어보세요. 반향의 좋음, 음의 스케일감의 크기는 24비트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가 가진 다이나믹 레인지의 넓이 덕분입니다. 스피커 시스템으로 들으면 고역 성분이 방 구석구석까지 날아가 공기감을 만들어냅니다. 온몸으로 음을 맞으면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합니다."
실제로 고음질로 들으면 팀파니의 울림과 그 잔향이 만드는 공간의 깊이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거대한 모빌슈트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한 현장감이 살아난다.
14번 트랙 "AURORA"는 2분 46초의 짧은 곡이지만, 아무로와 샤아의 긴 대립이 마침내 종결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인 '액시즈 쇼크'의 배경음악이다.
지구로 낙하하는 거대 소행성 액시즈. ν(Nu)Gundam이 홀로 이를 밀어내기 시작하고, 적과 아군이 힘을 합치는 기적의 순간. 사이코프레임이 발산하는 무지갯빛이 바로 '오로라'다.
놀라운 건 이 곡이 "MAIN TITLE"과 동일한 멜로디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처음 시작된 테마가 이제 완전히 다른 의미로 재탄생한다. 전쟁의 서곡이었던 그 선율이 화해와 희생, 그리고 인류의 가능성을 노래하는 찬가가 된다.
스즈키 엔지니어는 이 곡의 특징을 이렇게 분석한다.
"MAIN TITLE이 현악기의 파동이라면, AURORA는 피아노의 파동입니다. 현이 주선율을 연주하는 뒤에서 피아노가 아르페지오처럼 물결칩니다. 뒤에 있는 목관악기는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딱 좋은 위치를 지킵니다. 뒤에 있으면서도 붙지 않고, 안쪽에 있으면서도 명료하게 들립니다."
사에구사 자신은 이 피아노 편곡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스타일"로 접근했다며, "AURORA에서는 현악기가 멜로디를 연주하기 때문에, 파동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순간, 아무로와 샤아는 서로를 이해한다. 긴 싸움 끝에 도달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두 사람은 오로라의 빛 속으로 사라진다.
도쿄예술대학 출신의 클래식 작곡가 사에구사 시게아키. Z건담과 ZZ를 거치며 이미 건담 세계관의 음악적 목소리가 되어 있었지만, 역습의 샤아는 그에게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토미노 감독과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밤, 이세이 미야케의 망토를 두른 전신 검은 옷차림의 남자가 사무실에 나타났다. 사에구사의 첫 인상은 "악마가 온 줄 알았다"였다. 그 순간 토미노는 "건담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첫 만남 이후 사에구사는 토미노를 천재로 평가하게 된다. 토미노의 철학적 깊이에 매료된 사에구사는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심포닉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TV 시리즈였던 Z나 ZZ가 1~2회 레코딩으로 끝났던 것과 달리, 역습의 샤아는 훨씬 정교한 작업 과정을 거친다. "TV는 기본적으로 소리가 작고, 집에서는 설거지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이 시끄럽다. 그래서 일반적인 드라마는 '10분마다 시청자를 놀라게 하는 소리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그런 제약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사에구사의 회상이다.
처음엔 막막했다고 한다. 설정화나 콘티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질주', '슬픔', '건담' 같은 테마별로 A, B, C 버전을 만들어 다양한 변주를 준비했다. 결과는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음표가 많은" 밀도 높은 악보였다. 작곡가 사에구사는 웃으며 말한다.
"내 곡은 너무 어려워서 연주자들이 '사에구사의 음악이라고 하면 다들 싫어한다. 현악기가 엄청나게 움직이니까."
26년 후인 2014년, 리마스터링을 들은 사에구사는 감동했다.
"마치 구름이 걷힌 것 같다"
15번째 트랙 "BEYOND THE TIME (メビウスの宇宙を越えて)". 오케스트라로 가득한 앨범에서 유일한 보컬곡이자 신스팝 트랙이다. 1988년 3월 5일, TM NETWORK의 13번째 싱글로 발매된 곡으로, 코무로 테츠야의 작곡과 코무로 미츠코의 작사로 탄생했다.
코무로 테츠야는 J-POP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결합한 독특한 구성을 만들었다. 스튜디오에서 기타리스트와 "뭔가 재미있는 소리를 넣고 싶다"고 논의하던 중 즉흥적으로 탄생한 기타 인트로. A, B, C 파트가 각각 다른 멜로디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같은 멜로디의 변주인 구조. 곡 자체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한다.
가사는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담아낸다:
"뫼비우스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 수많은 죄를 반복하네"
끝없이 반복되는 두 사람의 대립과 전쟁의 고리.
"평화보다 자유보다 정의보다 / 너만이 내가 원하는 전부니까"
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이해하는 사람. 서로를 쫓고 쫓기며 살아온 두 남자의 기묘한 유대.
"You can change your destiny 시간의 저편 / You can change your future 어둠의 저편"
운명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리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영화 엔딩용 버전에 특별한 신경을 썼다:
"극적인 엔딩 작품입니다. 관객이 극장에서 스크린에 빨려들 듯한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악기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의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베이스의 움직임, 킥드럼의 둔중한 소리도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박력은 잃지 않도록 했죠."
영화가 끝나고 이 노래가 흐를 때,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는 다른 방식으로, 80년대 신스팝의 감성이 지금까지도 대서사시의 여운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2014년 25주년 기념 완전판은 26년 만에 오리콘 차트 4위를 기록했다. 3장의 디스크에 미발표 음원, 64페이지 북클릿을 담은 한정판과 통상판이 동시 발매되었다. 오리지널 1/4인치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에서 리마스터링한 음질로 숨겨진 디테일들이 모두 드러났다.
2023년에는 샤아 전용 붉은색 바이닐로 재발매되었다. 전설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버니 그런드먼이 커팅을 담당했고, 카토 나오유키가 새로운 파노라마 커버 아트를 그렸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새로운 형태로 되살아난다. 건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앨범이기 때문이리라.
15개 트랙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작품이다.
"MAIN TITLE"에서 시작된 테마가 "SALLY"에서 변주되고, "ν(Nu)Gundam"에서 확장되며, "AURORA"에서 승화된다. 마지막으로 "BEYOND THE TIME"이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클래식과 팝, 과거와 미래, 비극과 희망이 한 앨범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1979년 퍼스트 건담에서 시작해 1988년 역답의 샤아에서 완결되는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 이 앨범은 그 긴 여정의 종착역이자, 우주세기 0093년이라는 시대의 초상화다. 건담을 모르는 사람도 이 음악의 장대함에 감동받겠지만, 14년을 함께한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 이야기를 음악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기를 권장한다. 우주세기 0093년, 대서사시가 끝나는 그 순간이 음악으로 되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