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생 손윤우 관찰일기 1막 1장_생후 1일에서 10일까지
2018년 오전 11시 56분
왕십리 호아맘산부인과
3.1kg B형 남아 손윤우 탄생
2018년 6월 1일, 생후1일
남편이 탯줄을 짜르자마자 의료진은 아이를 내게 건네주셨다. 내 품에서 심장소리를 듣는 건지 잠시 고요하다가 적막을 깨는 울음을 터트린다. 원래 저렇게 태어나자마자 눈물이 나는걸까. 윤우는 닭동같은 눈물로 세상에 나왔음을 알렸다. 뜨지 못한 눈으로 눈물이 흘러나왔고 이마는 쭈끌쭈글했다. 아직 아이를 씻기 전이라 곳곳에 피가 묻은 상태였다. 아이가 울면 나는 토닥거리면서 '엄마 여기있다'를 반복했다. 내가 출산한 산부인과는 꽤 오랫동안 아이와 캥거루케어를 해주었는데 울던 윤우는 손가락을 입으로 집어 넣어 쭉쭉 빨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아니는 한 쪽 눈을 떴다. 처음에는 새카만 눈동자를 끔뻑끔뻑 거렸다.
2018년 6월 2일, 생후 2일
머리의 윗 부분은 출산시 눌려진 듯 하다. 머리카락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구렛나루처럼 보이는 털이 있고 귀는 큰 편이었다. 윗입술이 남편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피부는 약간 붉은기가 있으며 전체적으로 좀 까만듯했다. 젖을 물리니 미리 배우기라도 한 듯 온 힘을 다해 빨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잠이 든 것인지 멈추기도 했고 작은 입으로 하품을 크게 했다. 간호사가 준비해준 분유는 잘 먹었다.
2018년 6월 3일, 생후 3일
자연분만의 장점은 집에 일찍 올 수 있다는 것이다. 3일째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편하게 아이를 안으니 윤우도 그걸 느끼는 모양이다. 엄마만 착각하는 듯한 웃음을 배냇짓으로 해보인다. 코에는 피지같은 하얀 점들이 있었다. 왼쪽 눈 위와 목덜미 윗 쪽에 빨간 연어반이 있다. 병원에서 받은 분유로 3시간마다 40ml를 먹여본다. 기저귀는 신생아용으로 쓰고 있다.
2018년 6월 4일, 생후 4일
'아들, 엄마에요!'하고 부르면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소리에 반응하는 것 같다. 피부에는 아직 태지가 곳곳에 남아있다. 발가락이 긴 윤우는 아빠를 닮은 것 같다. 생후 4일째 탯줄이 끊어졌다. 배꼽 주변에는 빨간 피가 고였다. 너무 일찍 떨어진탓에 목욕을 조심하게 해야했고 배꼽소독을 잘 해야 했다.
2018년 6월 5일, 생후 5일
거실에 있는 쇼파에 앉아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끔뻑인다. 딸꾹질을 자주 한다. 속싸개로 꽁꽁 싸서 두면 울음 그친다. 출생신고를 했고 손윤우란 이름을 법적으로 가졌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한채로 목욕하지만 다행히 목욕물을 싫어하진 않는 편이다. 초유와 분유를 섞여서 먹이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정량을 잘 먹고 있다.
2018년 6월 6일, 생후6일
젖병을 더블하트로 바꾸었다. 젖꼭지를 좀 더 빨기 좋은 것으로 바꿔주기 위함이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육아템 뻬그뻬그로 시에스타 의자를 침대와 유모차삼아 잠을 재운다. 오늘도 딸꾹질을 계속했지만 엄마를 보는 것인지 오랫동안 눈 마주침을 했다. 그러다 정말 크게 웃어주었는데 뭔가 처음 느껴보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2018년 6월 7일, 생후7일
친정엄마가 손주를 보러오셨다. 약간 황달끼가 있어 이마쪽은 누런색을 띠었다. 다행히 외할머니가 주는 분유를 잘 받아먹었다. 직접 모유를 수유하는 걸 힘들어해서 주로 유축한 걸 먹이고 있다. 윤우도 힘들어하고 나도 힘들어서 유축한 모유를 먹이는 걸로 결정했다. 제법 흰자가 보이기 시작한 게 눈이 좀 커진 기분이다. 엎드려 두면 기를 스고 고개를 들려고 한다. 이런 아이는 엎드려 재우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 모로반사는 있는 편이라 팔을 바지 안에 넣어서 최대한 놀라지 않도록 해준다.
2018년 6월 8일, 생후 8일
일주일쯤 되니 뾰죡했던 머리 모양이 조금씩 둥그스름해진다. 아직 얼굴은 납작한 느낌이고 울면 금새 고구마색이 되버린다. 손을 자주 움직여서 얼굴을 할퀼까봐 손싸개나 양말로 손을 싸주었다. 잠을 자려고 울면 공갈 젖꼭지(일명 쪽쪽이)를 물려주면 열심히 빨다가 잠이 든다. 태지가 점점 벗겨져간다. 유축한 모유도 잘 먹고 분유도 잘 먹는 편이다.
2018년 6월 9일, 생후 9일
타이니 러브 모빌을 이제 잘 보는 것 같다. 노래 소리와 움직이는 모빌을 잘 쳐다 본다. 혓바닥을 낼름거리기도 한다. 손발을 꿈틀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윤우야'하고 자주 불러주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 마치 카메라를 응시하는 기분이다.
2018년 6월 10일, 10일차
두상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뾰족했던 머리 끝이 점점 둥그스름해졌다. 옆모습을 보면 코도 점점 오똑해지고 있다. 머리카락도 새카맣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중이다. 이목구비가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구나. 가끔 하품을 너무 크게 해서 남편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베냇저고리는 여전히 크다. 출산 전 사둔 예쁜 수박 베냇저고리는 탄성이 없어 입히질 못하고 있다.
하루에 수십장 아이의 사진을 채워진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은 아이를 텍스트로 다시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의 신체발달과 행동발달에 대한 엄마의 관찰을 주관적으로 써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