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고 미스터리 한 인물 연기의 달인, 배우 송지효
10년 가까이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멍지효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송지효.
언제부턴가 영화제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보다 연말 연예대상 참석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우리나라 대표 '예능인'이지만 예능인으로만 소비되기에 그가 가진 배우로서의 역량은 매우 크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외모와 성격부터 시작해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발레 실력까지 월등한 친구 소희를 질투한 나머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영화 <여고괴담 3-여우계단>의 진성이나 당연히 자신의 자리라 생각했던 '왕세자비' 자리를 평범한 여고생에게 빼앗겨 버린 드라마 <궁>의 민효린, 왕이 가장 아끼는 신하이자 연인인 호위무사 홍림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 영화 <쌍화점>의 '왕후'까지 오늘날 배우 송지효를 있게 한 데뷔작이나 출세작을 살펴보면 항상 배우 송지효의 '서늘한' 얼굴이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침착한 얼굴 뒤에 숨겨진 잔인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영화의 갈등은 한층 더 복잡해지고 관객은 더욱 몰입하게 된다.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영화 <침입자 intruder , 2019>에서도 이러한 송지효의 역량은 200%로 발휘되었다.
건축가 서진(김무열 분)의 집에 25년 전 잃어버린 여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찾아온다.
오래전 동생 유진의 실종과 함께 최근 불의의 교통사고로 떠난 아내의 부재까지 겹쳐 무엇하나 웃을 일이 없던 그의 집에 모처럼 웃음이라는 것이 피어난다.
25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유진. 부모님을 비롯하여 서진의 딸 예나까지 유진에게 무장해제되며 가족의 부재와 사별로 인한 슬픔으로 압도되었던 집이 드디어 웃음이라는 게 피어난다.
하지만 유진이 미심쩍은 서진. 언젠가 돌아올 동생 유진을 기다리며 지은 집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지은 집에 유진이 찾아온 이후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가족들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진을 맹목적으로 대하고 오랜 시간 함께한 도우미 아주머니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다. 대신 유진과 함께 낯선 이들이 서진의 가족을 돕겠다고 집에 들어온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무 걱정 말고 가족들은 자신에게 맡기라는 유진.
과중한 업무와 함께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 때문에 조금 예민해진 서진의 잘못된 판단일까 아니면 정말 유진의 서늘한 얼굴 뒤로 가족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유진인 정말 침입자가 맞을까?
영화 <침입자>는 평범한 가정 (물론 최근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지만)에 갑자가 25년 전 잃어버린 유진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서진은 어렸을 때 자신이 손을 놓아버려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동생이 언젠가 돌아올 집을 짓고 부모님과 함께 동생 유진을 간절히 기다리지만 정작 25년 만에 스스로 유진이라고 밝히며 나타난 동생이 매우 낯설다. 서진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바로 유진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만 서진은 유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정의 울타리를 마음대로 깨고 들어온 '침입자'로 규정을 한다.
어딘지 미심쩍은 유진과 그를 추적하는 서진을 보며 관객은 정말 유진이 맞는지, 만약 서진의 주장대로 유진이 유진이 아니고 가족을 망치러 온 침입자라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서진의 가족들을 찾아왔는지 등 영화 중후반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점점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서진과 알게 모르게 그의 오빠 서진을 도발하며 서진을 가족들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려는 유진의 갈등은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그렇기에 영화 말미 밝혀진 유진의 비밀은 기막힌 반전이라기보다는 2시간 가까이 나름의 추리를 하며 마음 졸이며 지켜본 관객을 허무하게 하고 탄탄했던 스토리라인을 순간 휘청거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침입자>를 추천하는 이유는, 가족의 부재라는 아픔을 가진 평범한 한 가정의 '침입자'가 되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을 잠식하며 한 가정을 파괴하려는 배우 송지효의 연기 때문이다. 화면에 보이는 저 배우의 서늘한 미소 뒤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연기는 영화 침입자의 가장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영화 침입자를 보고 배우 송지효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한참 전 그가 가진 서늘한 얼굴의 힘을 알고 있기에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본 그의 서늘한 얼굴이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