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태님과 경분님은 잉꼬부부여서 늘 손을 맞잡고 온 동네를 누비신다. 지태님은 타고난 사랑꾼으로 아내를 특별히 아끼시고, 경분님은 수줍으신데 지태님에게만은 애교를 부리신다. 한편, 두 분을 다르게 소개하자면 지태님은 이동 약자(지체·시각 중복 장애)로, 경분님은 지적 약자로 살아가신다. 그래서 지태님은 경분님이 사물을 잘 이해하도록 도우시고, 경분님은 지태님이 세상을 밝게 보도록 도우신다.
드라마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이 결혼하면 행복하게 끝나지만, 사실 몸소 살아봐야 끝까지 행복할지 아닐지 알 수 있안다. 당연히, 결혼 자체보다는 결혼 이후 생활이 천만 배는 더 어렵다. 그런데 두 분은 20년 동안이나 두루 원만하게 부부 관계를 가꾸어 오셨다. 그래서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비결을 배우고자 두 분을 만났다. 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 두 분은 어떻게 만나 결혼하셨어요?
지태: 아내와 같은 동네에 살았는데, 교회 지인이 소개해 줘서 만났어요. 눈을 봤는데 수수해서 좋았고, 내 짝이라고 느꼈어요. 아내는 재봉 회사에서 일했는데, 회사에서 너무 힘들게 일을 시켜서 다리가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사장하고 대판 싸우고 다음 날부터 일을 그만두게 했어요. 주위 사람들이 오래 못 살 거라며 걱정하고 반대했지만, 5개월 만에 결혼했어요.
나: 박력이 넘치셨네요. 두 분은 서로 어떻게 부르세요?
지태: 예쁜이? (웃음) 밖에서는 ‘경분 씨’, 둘만 있을 때는 ‘예쁜이’라고 불러요. 아내는 나를 ‘오빠’라고 불러요.
나: 살면서 어떨 때 가장 좋으셨어요?
지태: 예전에는 그래도 볼 수 있어서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아내가 처음 지하철 탄 날, 처음 유람선 탄 날, 처음 놀이공원 간 날, 참 신기해하며 좋아했어요. 아내는 지금도 가끔씩 이야기해요.
나: 살면서 늘 좋을 수 없잖아요. 두 분은 어떨 때 가장 힘드셨어요?
지태: 아내는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한번 생각하면 잘 바꾸지 않아요. 그래서 많이 부딪히고, 다퉜어요. 예를 들어서 아내는 한번 싫은 사람은 끝까지 싫고, 내가 그 사람에게 잘해줘도 싫다고 말해요.
나: 저도 그렇지만, 여자들은 공감받고 싶어해요. 남편은 무조건 내 편이기를 바라죠. 경분님도 그렇죠? (경분님이 살짝 웃는다.)
지태: (웃음) 그런가요?
나: 많이 다투셨는데,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어요?
지태: 내가 아내에게 맞추고, 먼저 배려하려고 노력해요. 집 안에선 가끔씩 아내에게 잔소리하지만, 집 밖에서는 무조건 아내한테 ‘깨갱’이죠. 안 보이니까요. (웃음)
나: 지태님이 시력을 잃어가면서 힘드셨잖아요. 어느 날, 두 분이 복지관에 스쿠터를 타고 멋지게 나타나셨는데, 그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지태: 맞아요. 예전에는 내가 운전해서 다녔는데, 아내가 스쿠터 작동법을 유심히 관찰했나 봐요. 전동스쿠터 키에 관심을 보이더니, 한 번씩 조작해 보더라고요. 걱정했는데, 제법 잘 운전했어요. 그래서 “민 기사”로 인정해 줬죠. 그랬더니 나갈 일만 생기면 키부터 챙기더라고요. (웃음)
나: “민 기사” 멋진데요. 대단하세요.
지태: 지금은 다시 걸어 다녀요. 전동스쿠터가 사고 위험도 있고, 걸으면 운동도 되니까 겸사겸사 정리했어요.
나: 두 분은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으세요?
지태: 지금도 행복해요. 아프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만 잘 지내고 싶어요.
나: 마지막으로 장애는 있지만, 여느 사람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들려 주세요.
지태: 결혼, 좋죠. 그런데 사람 인(人)자를 보면 획 하나는 받치고, 서로 기대고 있잖아요. 부부 관계도 같아요. 얼굴보단 몸이고, 몸보단 마음이 중요해요. 얼굴과 몸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확실하게 정하고, 마음만은 서로 따뜻하게 품으며 살고 싶어요.
경분님은 지태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셨고, 가끔씩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부부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는 비법은 따로 없었다. 두 분 관계는 소박하고, 단순했다. 서로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상대방 마음을 먼저 헤아리시고, 서로 빈 곳을 채워주셨다. 두 분은 이야기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두 분이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