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HEIN Sep 22. 2015

서쪽끝에서 보이지 않는 너를 찾기

Cabo da Roca

포르투갈에 오기전,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리스본이 포르투갈에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내가 리스본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내가 공부하는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 중에 대학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찾아보니 포르투갈. 아, 멀다. 


먼저, 포르투갈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 중 내 맘을 사로 잡은 것은 Cabo da Roca.

아, 끝도 보이지 않는 대서양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를 반겨주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장먼저 보고싶냐고 묻곤 할 때마다, 난 카보다호카에서 석양을 보고싶다고 대답해, 그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는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하고 말았다.

홀로 우뚝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는 기념비


첫번째 시도, 차를 빌려 여행하던 친구에게 얹혀서 찾아갔지만, 길을 잘못 들어 산속에서 헤메느라 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겨울이어서 8시를 갖넘었지만, 칠흑같은 어둠 뿐이었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그 깜깜한 밤에 구석구석에서 꾸물꾸물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밤에 여기오는 건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큰소리 뻥뻥쳤는데, 이미 우리보다 앞서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석양부터 다 보고 그 여운을 줍고 있는거겠지.


카보다호카의 무지개

두번째 시도, 어제밤의 아쉬움으로 우리는 바로 다음날 점심을 먹고 일찍이 다시 방문했다. 

우아~. 차에서 내린 나는 신이나 탄성에 탄성을 거듭했다. 어제밤의 한치앞도 안보이던 어둠이, 오늘의 카보다호카를 더욱 감동스럽게 보여준것이리라.


해가 바짝 떴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친바람에 대서양은 요동치고 있었다. 그 웅장한 요동에도 불구하고, 대서양은 안정되어 보였다. 세상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강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비바람속에서도 들뜬 마음은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나는 내가 요즘 가장 즐겨듣는 음악을 귀에 꽂고 한참을 바람을 맞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해가 화창하다. 비가 온다.

 오~!! 무지개가 떴다!! 


이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해 몹내 아쉬웠다.

나는 해가 질때까지 머무르고 싶었지만, 우리는 아쉬움을 접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홀로 서있는 등대

세번째 시도, 이번엔 버스를 타고 도전하였다. 여름이니 사람도 더 많고, 늦은밤에도 어둡지 않겠지 하며. 하지만 이것은 오산이었다. 이곳의 여름 일몰시간은 무려 9시반. 막차는 9시전. 이번에도 또 실패다.


두번째로 제대로 보는 카보다호카는 이전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충분히 대서양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장 뷰가 좋은 한가운데에 앉아, 멍하니 대서양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청승을 떤다.


혼자서, 수십번이나 의자를 옮겨 석양을 바라보던 어린왕자의 마음이 아려온다.











나는 혼자 여기 앉아있다. 너를 생각하며. 함께였다면 더 좋았겠지? 내가 느끼는 이 그리움을 너와 함께 나누었다면... 멍하니 그렇게 너를 추억하고 있다. 


햇살가득 들어오는 카메라속 너의 수줍은 미소가 좋아.

벤치에 늘어져 앉아, 참새에게 빵을 뜯어주며 나누던 대화가 그리워.


언젠가 내가 다시 이곳에서 석양을 보는 날엔, 너와 함께 이기를.. 그럴 수 있다면.


여인 하나
사랑 둘
젊음 셋
그리고 내 그리움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