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을 읽으며 '모험'에 대해 생각했다. 아동기에만 허용(?)되는, 할 수 있는 모험이 따로 있다. 보물을 찾는다던가, 무인도에 간다던가, 해적이 되고 싶다는 마음들 말이다. 어쩜, 말썽과 장난, 모험은 어릴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특권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허용해 주고 있을까. 톰은 아동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누리며 성장한다. 말썽 부리고, 거짓말하고, 몰래 담을 넘고, 베키를 좋아하고, 친구를 골탕 먹인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베키 대신 선생님께 맞고, 무섭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도 낸다. 커서 읽는 <톰 소여의 모험>은 어릴때처럼 재밌지도, 감동을 주지도 못하지만 톰과 허크, 앤, 다이애나, 철이, 캔디, 코난, 하니 등은 내 마음속 친구로 남아 있다. 영원히.
<톰 소여의 모험>(1876)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다. 2023년 기준으로 147년 전 작품이다. 배경은 19세기 미국 남부 미주리주에 있는, 가공의 마을인 세인트 피터즈버그(St. Petersburg)였고, 주인공 톰 소여이다. 허클베리 핀, 톰의 여자친구 베키, 인디언 조, 폴리 이모 등이 나온다. 실제 인물과 세인트 피터즈버그 마을은 실제 지역을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톰은 고아다. 폴리 이모가 대신 톰을 맡아 키운다. 조카인 톰의 말썽으로 폴리 이모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또 말썽을 부자 이모는 톰에게 벽에 페인트칠하는 벌을 준다. 톰은 놀지도 못하고 페인트칠을 하려니 한숨만 나온다. 골똘히 생각하다 꾀를 내는 톰. 이때 친구 벤 로저스가 지나가자 “있지, 짐도 칠하고 싶어 했는데 이모가 안 된다고 했거든, 시드도 하고 싶어 했지만 이모가 허락하지 않았어.”(p.31)라며 자기만 칠을 할 수 있다고 우쭐거린다. 칠을 하고 싶은 친구들은 소중한 물건들을 톰에게 주며 한 번만 칠하게 해달라고 조른다. 톰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안다. 갖지 못할 때 인간은 더 갖고 싶은 심리가 있다.
책에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죽은 고양이로 사마귀를 떼려는 허크에게 톰은 무덤에 가서 주문을 말해야 사마귀가 싹 없어진다고 한다. 허크와 톰은 밤 11시에 무덤가에 갔다 그곳에서 머프 포터, 젊은 의사 로빈슨 박사, 인디언 조를 맞닥트린다. 인디언 조는 로빈슨 박사를 칼로 찌르고 사건 현장을 머프 포터에게 뒤집어 씌운다. 머프 포터가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리자 톰은 ‘무서운 비밀과 양심의 가책’(p.123) 사이에서 갈등한다. 톰은 양심도 있고, 정의도 있다. 인디언 조의 보복이 두렵지만 머프 포터를 위해 용기를 내 증언대에 선다. 그리고 자신이 본 진실을 법정에서 말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는 톰. 말썽만 부렸다면 이 책은 고전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진실을 말할 용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톰은 성장한다.
톰은 허크와 조 하퍼에게 해적이 되자고 한다. 이 나이의 또래 남자아이들의 모험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무인도에 가서 보물을 찾거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사는 생활. 공상만으로 그쳤을 일을 톰은 실현한다. 톰은 미시시피강 하류 쪽에 가면 나무가 우거져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가 있다고 그곳에 가서 해적이 되자고 한다. 해적 이름으로 톰은 '카리브 해의 비열한 복수자'는 조 하퍼는 '바다의 공포', 허크는 '피투성이 손'으로 지었다. 셋은 잡다한 물건들과 먹을 것을 싣고 가출을 한다. 겁도 없이 말이다. 무인도에 도착한 세 명은 야영생활을 하며 지낸다. 처음에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그러나 조 하퍼는 집에 가고 싶은 향수병이 생긴다. 마을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이들이 실종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교회에서 셋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하자 톰은 머리를 굴려 장례식 시간에 맞춰 나타난다. 진짜 황당한 에피소드다.
<톰 소여의 모험>에는 학교와 가정에서 ‘교육’과 ‘교화’라는 미명하에 체벌을 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온다. 톰은 줄기차게 ‘매질’을 당한다. 폴리 이모도 죽은 여동생의 아들이라 많이 때리진 않지만 “성경 말씀에도 있듯이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고 하잖아.”(p.15)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세인트 피터즈버그의 학교 선생님도 무슨 일만 생기면 톰을 팔이 아프도록 때렸다. 톰은 맞아도 반성하지 않고, 또 다른 장난, 모험을 생각한다. 체벌이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난다. 지금은 체벌에 대한‘인식’이 달라졌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선진국이 될수록 아동인권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톰은 허크에게 도둑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자고 제안한다. 끝도 없는 모험심의 소유자 톰이다. 둘은 곡괭이와 삽을 들고 유령의 집이라 불리는 곳에 가서 인디언 조를 만나고, 인생이 잠깐 꼬인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보물이 동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톰. 로또에 당첨되듯 톰과 허크가 1만 2천 달러를 손에 쥔다. 돈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허크는 이 돈 때문에 더글라스 부인에게 맡겨진다. 그러나 허크는 이 규칙적이고 틀에 박힌 생활이 진저리 나게 싫다. 톰이 “글쎄, 누구나 그렇게 살아, 허크.”(p.336)라고 말해도 허크는 "톰, 난 누구나가 아니라거 그런 걸 견딜 수가 없어"라며 통에 들어가 버린다. 과연 허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허크의 이야기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만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이 책도 토론하고 싶다.
톰과 허크를 통해 성장과정에 있는 소년들을 볼 수 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들도 많지만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동심의 세계가 있다. 톰은 그 시기를 꽉꽉 채워 활개를 치며 누린다. 아이들에게 '모험'은 발달과정 중 중요한 요소다.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그것을 경험하며 삶의 즐거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배운다. <톰 소여의 모험>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상상과 탐험을 건드리고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다.
-당시 비행장에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희미해져 가는 추억으로 슬프기도 했다.
-인디언 조를 절대악으로 끝까지 그리는 작가의 시선이 지금은 불편하다.
-에밀 졸라의 책을 보면 당시 프랑스 상황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다소 떨어진다.
-아동학대를 하는 부분이 드러나서 초등학생보다는 중학교 이상 필독을 권한다.
-모험이라는 주제가 좋다.
-내가 사랑했던 '톰'이라 별점을 높게 줬다.
-미국 상황의 학교 모습이라 지금과는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비판적 읽기가 필요하다.
-모험심을 다룬 소설이 좋았다.
-빨간 머리 앤은 캐릭터가 앤에 집중되어 보였는데, 이건 톰이 보이지 않았다.
-모험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남자분들이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면 어떤 소감을 말할지 궁금하다. 우리가 빨간 머리 앤을 보는 것 같을까?
-톰과 허크의 편을 들어주는 어른이 없어 아쉬웠다.
-'검둥이'라는 표현이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데,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지루했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았다.
-아동학대나 인종차별에 관한 서술이 거슬렸다.
-마지막 허크의 대사가 좋았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허크의 발언이 시를 읊는 것처럼 들렸다.
-허크에게 영웅 심리가 있다. 평범한 일상을 그린 아동의 모습들이 좋았다.
제주 바다에 데려간 <톰 소여의 모험> 사진: 윤O 샘
톰의 성격분석
-낙관적이다.
-생활력이 강하다.
-무서움을 모른다.
-인정욕구가 높다.
-헤세가 있다.
-규율을 싫어한다.
-언변이 좋다.
-감정에 솔직하다.
-정의감이 있다.
-실행 능력이 뛰어나다.
-의리가 있다.
-공감 능력이 좋다.
-계산적이다.
-영리하다.
-처세술이 좋다.
-사업가 기질이 있다.
-도전적이다.
-상남자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
-질투심이 세다.
-사랑꾼이다.
-눈칫밥을 먹고 자랐다.
-영민하다.
-영악하다.
-따뜻한 마음이 있다. 외
허크, 다이애나, 앤, 베키, 톰
앤, 톰, 허크, 다이애나, 베키 중에서 누구와 친구가 되고 싶나요?
-앤: 앤은 나와 상황을 다르게 볼 줄 안다.
-톰: 톰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같이 있으면 즐거울 거 같다.
-허크: 허크의 자유로움이 나와 일정 부분 닮았고, 느긋하게 함께 지낼 수 있다.
-다이애나: 평범한 친구가 좋다. 앤과 톰은 부담스럽다.
-다이애나: 왜냐하면 나도 앤처럼 말이 많은데 다이애나는 잘 들어줄 거 같다.
-앤: 앤 옆에 있으면 용기가 날 거 같다. 나고 하고 싶은데 먼저 하지 못한다. 앤이 있으면 따라서 할 수 있다.
-톰: 톰이랑 새로운 모험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
-허크: 옆에서 묵묵히 내 말을 잘 들어줄 거 같고, 말이 많지 않아 좋다.
-톰: 나는 인생이 재미있는 걸 원한다. 톰이 있으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거 같다.
-톰: 여행을 좋아하는 톰이라 함께하면 좋겠다.
-앤: 앤과 친구가 되면 상상력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될 거 같다.
-베키: 부잣집 딸이라 좋다. ㅎㅎ
-그 외
톰의 직업 상상하기
-변호사: 말을 잘하니까 잘하겠다.
-펀드매니저: 돈 개념이 뛰어나다.
-목사: 자신의 경험을 살려 종교인이 될 수도 있겠다.
-고고학자: 탐험과 모험심이 강한 소유자.
-영업사원: 파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가: 상상력이 좋다.
-사기꾼: 인생이 안 풀리면 사기꾼이 될 확률이 있다.
-유튜버: 여기저기 나라를 다니면서 찍는다.
-선생님: 말썽꾸러기들을 잘 이해할 거 같다.
-자연인: 탐험을 좋아하는 기질과 잘 맞다.
-정치가: 사람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는 성격
-무역상: 언변이 좋아 물건을 잘 팔겠다.
토론 소감 나누기
-톰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토론을 했더니 허클베리 핀도 궁금해졌다.
-허크는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는 아이라는 걸 알았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제2의 인생은 다르게 살고 싶다.
-마을 사람들의 온정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이 톰과 허크 등 아이들을 선하게 키우고 있다.
-공동체의 힘을 발견했다.
-동심을 찾는 시간이었다.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실종되었을 때 서로 찾아주는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아이들의 학원 수를 줄여야 하나 생각했다.
-동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톰과 허크에 대한 행동들이 거부감이 있었는데, 토론하고 친근해졌다.
-소년들의 성장과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독서토론이 오늘 처음이었는데 재밌었다.
-아동의 인권, 교사의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아동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변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외
꽃 선물 주신 샘 고맙습니다.ㅜㅜ
발췌
판자 울타리는 9피트 높이로 30야드에 걸쳐 뻗어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온통 허무해지면서 산다는 게 그저 짐스럽게만 느껴졌다. 톰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붓을 통에 담갔다. 그러고는 붓을 꺼내 제일 위쪽 판자부터 칠하기 시작했다.(p.26)
-곧이어 벤 로저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톰은 아이들 중에서도 벤에게 놀림을 당하는 걸 무엇보다 끔찍이 여기고 있었다.(...) “뭐, 헛소리 마, 설마 이런 일이 좋으려고?” 그사이에도 붓은 계속 움직였다. “좋냐고? 글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냐? 야, 애들이 울타리를 칠할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줄 아냐?”(...) “야, 톰, 나도 칠해보자.” “아니, 안 돼.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벤. 너도 알잖아. 폴리 이모가 이 울타리에 관해서라면 얼마나 까다롭게 구는지.”(...) “야, 걱정 붙들어 매. 조심, 또 조심할 테니까. 그러니까 하게 해주라. 자, 이 사과 속 너 줄게.”(p.28~p.31)
아이들이 처음에는 톰을 놀려주려고 왔다가 결국 칠장이로 전락했다. 벤이 지쳐 나가떨어질 무렵 톰은 말끔하게 수선한 연을 받고 빌리 피셔에게 다음 기회를 넘겼다. 빌리 피셔가 퇴장하자 조니 밀러가 죽은 쥐와 쥐를 매달아 돌릴 수 있는 끈을 주고 그다음 기회를 사들였다. 이런 식으로 몇 시간이 흘렀다. 반나절이 지나자 아침까지만 해도 가난에 찌들었던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톰은 말 그대로 한밑천 두둑하게 챙겼다.(...) 톰은 종일 친구들과 빈둥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사이 울타리는 무려 세 번이나 칠이 입혀졌다! 칠이 동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의 남자아이들 모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을 터였다.(p.32)
노부인이 다시 돌아와 산산조각이 난 설탕 단지를 내려다보며 안경 너머로 분노의 번갯불을 쏟아낼 때 톰은 너무 좋아서 좀이다 쑤실 지경이었다. 톰은 속으로 말했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지만 다음 순간 톰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두툼한 손바닥이 다시 자신을 노리고 번쩍 들리자 톰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왜 날 때려요? 시드가 깼단 말예요!” 폴리 이모는 당황해서 손길을 멈췄고, 톰은 위로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모는 겨우 이렇게만 말할 뿐이었다. “에그! 하긴 뭐 어차피 맞을 매였으니까 억울해할 것 없다. 보나마나 내가 없는 사이에 또 못된 장난을 쳤겠지. 안 봐도 훤하다.”(p.39)
-“이리 나와. 오늘은 왜 또 지각했지?” (...) “허클베리 핀과 얘기하다 늦었습니다!”(...) “토머스 소여,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놀라운 고백은 처음 들어보는구나. 그저 자막대기로 손바닥이나 맞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저고리 벗어라.” 선생님은 팔이 욱신거리고 쌓아놓은 회초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 때까지 팔을 휘둘렀다.(p.77)
-그래서 군인이 되기로 했다. 군인이 돼서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빛나는 무공을 세우고 당당하게 돌아오는 거야. 아니, 그보다는 인디언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 그래서 저 머나먼 서부의 산악 지방과 드넓은 대초원을 누비며 들소도 잡고 출정 길에도 올라 훗날 위대한 추장이 돼서 돌아오는 거야. (p.93)
-그러면서 사람들이 “저건 해적 톰 소여잖아! 카리브 해의 비열한 복수자 말이야!” 라고 쑤군대겠지. 아,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야! 그래, 정했어. 바야흐로 톰의 직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톰은 집을 나가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p.93)
갑자기 의사가 잽싸게 몸을 날리더니 윌리엄스 무덤 머리맡의 묵직한 판자를 뽑아들고 포터를 내리쳐 쓰러뜨렸다. 바로 그 순간 인디언 조가 이때다 하고 의사의 가슴에 칼을 자루까지 쑤셔박았다. 의사는 비틀거리며 포터 위에 쓰러져 피를 뭉클뭉클 쏟아냈다. 바로 그때 구름이 그 끔찍한 장면을 덮어 없앴고, 두 소년은 겁에 질린 채 어둠 속을 전력 질주해 그곳에서 달아났다.(p.105)
-글쎄, 머프 포터가 있는 데서 3피트도 안 되는 곳에서 살인이 일어났잖아. 이 일이 있은 뒤 일주일 동안이나 톰은 무서운 비밀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결국 시드가 어느 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말했다. (p.123)
-조는 어머니가 자기는 입 한 번 대지 않고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크림을 먹었다며 매질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 뒤로도 한참 넋두리가 이어졌다. 엄마는 내가 지겨워서 없어져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게 틀림없어.(p.135)
-아이들은 베이컨과 함께 물고기를 튀겨 먹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맛있는 물고기는 여태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민물고기는 잡자마자 바로 요리할수록 맛이 좋은 법이지만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야외에서 자고 활동하면서 멱까지 감아 절로 입맛이 도는 데다 시장이라는 양념이 한 몫 톡톡히 했다는 사실도 알 턱이 없었다. (p.148)
-세 아이가 실종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슬퍼하고 있었다. 다들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 가엾은 실종 소년들에게 몰인정하게 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때늦은 후회와 자책에 빠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온 마을이 죽은 아이들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을 테니 마을 남자아이들 모두 이 빛나는 유명세를 부러워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멋진 일이었다. 결국 해적이 된 보람이 있었다.(p.151)
-조는 집이 너무 그리워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떨어져 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허크도 침울했다. 톰 역시 기분이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얘들아, 전에 이 섬에 해적들이 살았던 게 분명해. 그래서 말인데, 다시 섬을 탐험해보자. 해적들이 여기 어딘가에 보물을 숨겨놓았을 거야.”(p.163)
-목사님은 손수건 너머로 눈물이 흐르는 눈을 들어 올리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먼저 한두 쌍의 눈이 목사님의 시선을 쫓는다 싶더니 신자 모두가 거의 동시에 벌떡 일어나 죽은 아이 셋이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광경을 휘둥그레 쳐다보았다. (p.178)
-“야, 톰 소여, 그게 알려지면 우린 이틀도 못 가서 죽은 목숨일 거야. 너도 알잖아.” 톰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잠시 침묵이 있고 나서, “허크, 너 누가 윽박질러도 말 안 할 자신 있어?”
“왜 말을 해? 아니, 그 튀기 악마한테 붙잡혀 물에 빠져 죽고 싶다면 모를까, 왜 말을 하냐고?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안 봐도 뻔한데.”(p.223)
-“토머스 소여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법정에 있는 사람들 모두 뜻밖이라는 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포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톰이 자리에서 일어나 증인석에 앉는 동안 모든 시선이 어찌 된 영문인지 궁금해하며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톰은 몹시 흥분돼 보였다. 그만큼 겁이 난다는 증거였다. 증인 선서가 이루어졌다.(p.229)
-대처 판사는 톰이 나중에 훌륭한 변호사나 군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톰이 변호사나 군인, 또는 그 둘 다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일단 사관학교에 들어가 졸업한 다음 이 나라 제일의 법률 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주선해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p.334)
-“그 얘긴 꺼내지도 마, 톰. 누군 노력 안 해본 줄 알아.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어. 그런 생활은 나한테 맞지 않아. 내 자리가 아니야. 물론 아줌마는 나한테 잘해주셔. 하지만 난 못 견디겠는 걸 어떡해.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깨우지, 씻기지, 빗질까지 하지, 게다가 땔감 창고에서도 못 자게 한단 말이야. 옷은 또 젠장, 입자마자 숨이 턱턱 막히는 옷을 입어야 해. 톰. 어떻게 된 게 바람이 하나도 안 통하는 것 같거든. 또 좋기는 더럽게 좋아서 마음대로 앉을 수도 없지, 누울 수도 없지, 구를 수도 없다니까. 지하실 문 위에서 언제 미끄럼을 타봤나 싶어……글쎄, 못 돼도 몇 년은 된 것 같아. 교회에 끌려가서 땀이나 뻘뻘 흘려야 하고……그놈의 밍밍한 설교 정말 지긋지긋해! 그 집에선 파리도 못 잡고, 껌도 못 씹고, 일요일에도 신발을 신어야 해. 아줌마는 종소리에 밥 먹고, 종소리에 잠자리에 들고, 종소리에 일어나… 모든 게 너무 끔찍하게 틀에 박혀서 사람이 견딜 수가 있어야지.”(p.335)
“글쎄, 누구나 그렇게 살아, 허크.”
“톰, 누구나 그렇진 않아. 난 누구나가 아니라서 그런 걸 견딜 수가 없어. 그렇게 묶여 사는 건 끔찍해. 그리고 음식도 너무 쉽게 나와…… 그런 식이면 난 입맛이 안 당겨. 거기다 낚시하러 갈 때도 물어봐야 하고, 멱 감으러 갈 때도 물어봐야 하고…… 뭘 할 때마다 물어봐야 한다니까, 빌어먹을. (...) 아줌마는 사람들 앞에서는 소리도 지르지 말라지, 하품도 말라지, 기지개도 켜지 말라지, 긁지도 말라지(...)”(p.336)
“(...)난 싫어. 톰, 부자가 되는 것도 싫고, 그놈의 숨 막히는 집에서 사는 것도 싫어. 난 숲이 좋고, 강이 좋고, 통이 좋아. 어느 것도 포기 못해. 우라질! 이제 총도 생기고, 동굴도 있고, 산적으로 나설 준비가 다 끝났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서 다 망쳐버리다니!”(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