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라우라 에스키벨, 민음사. (265쪽 분량)
멕시코의 소설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1910년부터 1933년 무렵의 멕시코 시골 마을인 ‘삐에드라스 네그라스(Piedras Negras)’에 사는 데 라 가르사 가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목차는 1월-12월이며, 각 장마다 음식을 소개한다. 소설은 1월-12월까지 그 달에 해당하는 멕시코 특유의 요리를 삶과 연결시켰다. 1월 ‘크리스마스 파이’를 시작으로 ‘차벨라 웨딩 케이크’,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몰레’, ‘북부식 초리소’, ‘성냥반죽’(음식 아님), ‘소꼬리 수프’, ‘참판동고’, ‘초콜릿과 주현절 빵’, ‘크림 튀김’, ‘칠레고추를 곁들인 데스쿠코식 굵은 강낭콩 요리’,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가 나온다. 각 장은 특정요리와 음식의 조리법과 티타 사랑이야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슈가스컬 멕시코 음식 전문점(맛집) 씨즐링 화이타, 몰카헤테 화이타 주문.
그 중 1월 음식은 ‘크리스마스 파이’이다. 페드로가 티타에게 청혼을 했지만 티타의 엄마인 마마 엘레나는 거절한다. 그 이유는 가족 전통 때문이다. '막내딸은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이 집안의 전통으로 티타는 연인인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한다. 슬픔에 잠긴 티타는 음식을 만들며 자신의 얄궂은 운명을 위로한다. 페드로는 티타를 보기 위해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한다. 이렇게 되면 페드로는 매일 한 집에서 티타와 마주치게 된다. 마마 엘레나의 집착과 페드라의 선택은 어떤 미래를 펼치게 될까. 티타와 언니들, 페드로, 마마 엘레나는 한 집에 살면서 요리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다툰다. ‘요리문학’이라는 장르를 연 소설은 흥미롭다.
티타는 마마 엘레나에게 페드로 무스키스가 할 말이 있어 올 거라고 하자 어머니는 “그 청년이 나에게 무슨 얘기를 하러 온다는 거냐?”라고 묻는다. 엘레나는 티타를 무섭게 째려보더니 “네가 막내딸이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니?”(p.17)라고 말한다. 마마 엘레나는 헤르트루디스(큰딸), 로사우라(둘째딸), 티타(막내딸)라는 세 딸이 있지만 비극적 관습은 티타만 해당된다. 그녀가 막내딸이기 때문에.
"만일 티타가 결혼할 수 없고, 그래서 자식도 낳을 수 없다면 티타가 늙은 뒤에는 누가 그녀를 돌본단 말인가? 그런 경우에는 무슨 해결책이 있나?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딸인 경우, 부모가 죽은 다음에는 아예 오래 살기를 바라지 말아야 하는 건가?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는 어떻게 되지? 그때는 누가 그들을 돌보나? 티타는 게다가 장녀가 아니라 막내딸이 어머니를 돌보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로 인해 희생되는 딸들의 의견은 들어보기라도 한건가? 그리고 결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사랑이 뭔지는 알게 내버려 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그것마저도 용납되지 않는 건가? 티타는 이 모든 의문들이 해답 없는 질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데 라 가르사 집안에서는 복종 이외에는 그 어느 것도 용납되지 않았다." (p.19)
티타는 고민한다.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거스를 힘이 없지만, 고민하는 첫 발을 내딛는다. 그녀의 이런 의문들은 그녀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부당하다고 느낄 때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마마 엘레나는 큰 바위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이 질긴 관습과 싸우려면, 우선 엄마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티타는 사랑도 삶도 어머니에게 조정당한다. 티타에게 남은 건 부엌과 요리뿐이다. 요리로 그녀는 힘을 발휘한다.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며, 요리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킨다. 요리로 그녀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하지만, 균열을 내기도 한다.
자신의 젖을 물렸던 조카가 죽자 티타는 실의에 빠져 말을 하지 않는다. 마마 엘레나는 이런 티타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하자 브라운 박사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브라운 박사 집에서 티타는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데요, 존은 증조할머니 이야기를 티타에게 들려준다. 증조할머니는 키파푸족 인디언으로 ‘새벽빛’이란 이름을 가졌다. 존은 할머니가 말한 재미있는 이론을 들려주며 “당신이 왜 말을 안 하려고 하는지 내가 나간 후에 벽에 적어주시겠어요?”(p.127)한다. 티타는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p.128) 적으며 ‘이 문장으로 자유를 향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라고 다짐한다. ‘이제 더 이상은 마마 엘레나 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소꼬리 수프는 스튜를 만들 때 보다 물을 조금 더 붓고 끓여야한다. 티타와 첸차는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다’(p.131)고 믿었다. 수프를 먹고 힘을 낸다. 그러나 엄마는 티타가 못 마땅하다. 그녀는 티타를 정신병원에 보내려 한다. 티타는 집을 나와 존 박사의 집에서 머문다. 그녀는 실어증에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한 상태로 지낸다. 첸차가 티타를 위해 ‘소꼬리 수프’(p.132)를 끓여 왔다. 티타를 보며 ‘늘 그랬던 것처럼 양파 냄새를 맡자 눈물을 흘’(p.132)렸다. 티나는 육 개월 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더니 “존! 가지 말아요, 제발!”(p.133)이란 말을 합니다. 존은 ‘온갖 약을 쓰고도 이루어내지 못한 일을 첸차와 소꼬리 수프’(p.133)가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티타에게 ‘소꼬리 수프’는 영혼의 수프였다.
어머니 곁에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티타는 다시 마마 엘레나 집으로 돌아간다. 어머니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는 결국 하반신 불구가 되었고 격렬한 발작과 통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왔다고요!"(p.210) 티타는 흐느낀다.
안뜰에 걸어놓은 석유램프가 터지는 바람에 ‘페드로의 얼굴과 몸이 모두 불길에 휩싸’(p.211)여 전신 화상을 입는다. 티타는 페드로의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민간요법(달걀 흰자, 갈은 감자, 테페스코우이터 나무 껍질)을 이용해 정성껏 치료해준다. 페드로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생각한 티타는 생리불순임을 알았고, 둘의 사이를 알게 된 로사우라는 ‘단 칠 일 만에 삼십 킬로를’(p.221)빼고 방에서 나온다. 로사우러는 티타틀 용서할 수 없다. 로사우라는 “너는 부당하게 애인을 사귀었어.”(p.222)라며 소리치자 티타는 “그는 언니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건 언니도 아주 잘 알고 있지.”(p.222)라며 서로 다툰다. 셋은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실타를 꼬게 만든 장본인은 마마 엘레나지만, 꼬인 실을 풀어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세월이 흘러 언니 로사우라마저 소화불량으로 세상을 떠나자 티타와 페드로는 그제야 둘만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나간다. 존도 떠나고, 첸차도 고향에 다녀오겠다며 떠나자 페드로와 티타는 둘만이 농장에 남았다. 나차는 양초 250개를 준비했고, 둘은 서로 애무하고 ‘오랜 세월 꾹꾹 억눌러 두었던 열정을 분출’(p.255)한다. 둘의 심장 소리는 격렬했다. 결국 페드로는 절정의 순간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티타는 존이 선물한 성냥을 하나씩 씹으며 페드로와 뜨거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결국 성냥에 불이 붙었고, 티타와 페드로는 불길에 휩싸였으며 농장을 불태운다. 가장 행복하고, 격정적인 순간에 그들은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나이 39살이었다. 이십 년 넘게 사랑을 갈구하던 둘은 결국 재가 되었다. 불꽃은 활활 타오르다 꺼진다. 티타와 페드로는 이제 헤어지지 않겠다며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난다.
책 읽은 소감
4.5/ 4 / 4.8/ 4.2/4 / 2.5/ 4.5/ 3.8/4/ 4.5/ 2.7/ 4/ 4.8/ 3/ 5/ 3.5/ 3.5/ 4.0/ 3.5/ 3/ 4.0/4.5
-엄마가 티타를 향한 감정이 강렬하다.
-판타지+막장요소가 가미된 책이다.
-운명의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가 있다.
-가독성이 좋다.
-가문의 규율에 맞서지 못하는 티타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발레공연을 봐서인지 선명하게 그려졌다.
-요리문학이 독특하다.
-음식을 소재로 풀어나간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막장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했다.
-마마 엘레나와 딸들의 서사가 잔혹하지만, 아름답게도 보였다.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환상성이 들어있는 작품이 괜찮았다.
-리얼리티적인 문학도 좋지만, 판타지스러운 작품도 반갑다.
-본능에 지는 인간을 그린 점, 응과응보적인 결말이 좋다.
-남자들의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았다. 반면 여성들은 강하게 그려졌다.
-목차가 특이하다.
-마마 엘레나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여성들의 서사, 가모장 시대 같다.
-탐미적이다. 음식을 하며 티타는 자기 정체성을 키워나간다.
-관습에 저항하는 티타의 모습이 보였다.
-티타의 성장소설 같다. 음식으로 타인과 소통한다.
-자극적이어서 재밌었다. 오감을 충분히 자극했다.
-감정과잉이 되었다. 처제와의 불륜, 인물들에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부엌의 한계에 대해 생각했다. 의무감의 공간이지만 예술을 창조하는 곳이다.
-요리와 부엌,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발췌
1월 '크리스마스 파이'
재료: 정어리 통조림/ 초리스/ 양파/ 오레가노/ 세라노 칠레고추 통조림/ 페이스트리 반죽
'파이에 넣을 초리소를 튀길 때는 아주 약한 불에서 튀기되 은근히 잘 익으면서도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초리소가 준비되면 불을 끄고, 미리 가시를 발라둔 정어리를 붓는다. 물론 정어리의 까만 껍질은 칼로 잘 벗겨내야 한다. 정어리와 함께 양파, 다진 칠레고추, 오레가노 가루를 섞는다. 파이 속을 채우기 전에 이렇게 미리 준비한 것을 잠깐 재워둔다.'(p.16)
2월 '차벨라 웨딩 케이크'
재료: 설탕/ 세 번 체 친 박력분/ 달걀/ 레몬 껍질 약간.
'커다란 양푼에 달걀노른자 5개와 달걀 4개, 설탕을 넣는다. 반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휘젓다가 달걀 2개를 더 집어넣는다. 계속 휘젓다가 반죽이 다시 걸쭉해지면 달걀 2개를 더 첨가한다. 달걀을 2개씩 깨서 모두 다 넣을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페드로와 로사우라의 웨딩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티타와 나차는 이 요리법에 있는 양을 열 배로 늘려야 했다. 케이크 한 개가 18인분인데 180명을 위한 케이크가 필요했던 것이다. 즉 달걀 170개가 필요했다!'(p.31)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케이크를 한 입 깨무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던 것이다. 평소에는 침착했던 페드로도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마마 엘레나도 조용히 흐느껴 울었다. (...)모든 하객들은 크나큰 슬픔과 좌절감의 포로가 되었다. 결국 하객들 모두 옛사랑을 그리워하며 안뜰이나 뒤뜰, 화장실로 흩어졌다. 모두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몇몇 운 좋은 사람들만이 제때 화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마당 한가운데서 단체로 함께 토를 했다. 케이크를 먹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티타 한 사람뿐이었다.(p.47)
“너에게 청혼을 하러 오는 거라면 아예 그만두라고 해라. 그 청년이나 나나 괜한 시간만 낭비하는 거니까. 네가 막내딸이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니?”(...)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네 생각은 필요 없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아. 몇 세대를 내려오면서도 우리 가문에서 이 관습에 토를 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 딸이 토를 달 수는 없는 일이야.” 티타는 고개를 떨구었다. 식탁 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처럼 그녀의 운명 역시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부터 티타와 식탁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방향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p.18)
-계란으로 아무 요리든 만드는 법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뭐든 좋으니 맛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티타는 음식 냄새를 맡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 집의 음식 냄새는 아니었다. 존이 문을 열더니 소꼬리 수프 한 그릇을 쟁반에 담아 들고 들어왔다!
소꼬리 수프! 티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존의 뒤로 눈물 범벅이 된 첸차가 들어왔다. 수프가 식을까 봐 포옹은 그리 길게 하지 않았다. 티타가 한 입 삼켰을 때 나차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적에 티타가 아팠을 때처럼, 나차는 밥 먹는 동안 티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계속 뽀뽀해 주었다.(p.132)
-티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양파 냄새를 맡자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이래 한번도 울어보지 않은 사람처럼 하염없이 울었다. 나차가 살아 있을 때, 둘이 함께 수도 없이 소꼬리 수프를 만들던 그 옛날과 똑같았다. 그들은 함께 그때를 떠올리며 웃다가, 요리 만드는 순서를 떠올리며 울었다. 마침내 티타는 요리법을 기억해 냈다. 처음에 양파 써는 게 생각나자 모두 기억이 났다.(p.133)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는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듯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도따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아! 얼마나 맞는 말인가! 티타는 그 누구보다도 그 말에 공감했다. (p.124)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반짝였다. 티타는 이 문장으로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때 티타는 존의 말을 거듭 생각하며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영혼이 다시 떨릴 수 있을까? 티타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티타는 자신의 정열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그 사람이 존일까? 티타는 존이 실험실에서 손을 잡았을 때 온몸이 짜릿했던 느낌을 떠올려보았다. 아니, 확신할 수는 없었다.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다시는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이제 더 이상은 마마 엘레나 곁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p.128)
슈가스컬 내부 모습
-그 순간 티타는 언젠가 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주 강렬한 흥분을 느껴서 우리 몸 안에 있던 성냥들이 모두 한꺼번에 타오르면 강렬한 광채가 일면서 평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 보이게 될 겁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잊어버렸던 길과 연결된 찬란한 터널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거고요. 그곳은 우리가 잃어버린 신성한 근본을 다시 찾으라고 손짓할 겁니다. 영혼은 축 늘어진 육체를 남겨둔 채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할테고요…….”(p.256)
-페드로에게 처음으로 뜨거운 눈길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손길이 스쳤을 때, 처음으로 장미 꽃다발을 선물받았을 때, 첫 키스를 나누웠을 때, 처음으로 애무했을 때, 처음으로 뜨거운 관계를 가졌을 때를 떠올렸ㄷ. 티타는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그녀가 씹고 있던 인과 격렬했던 추억이 부딪히자 드디어 성냥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 페드로에게 달려가 긴 포옹을 나누고 한참 동안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다시 절정에 오른 사랑을 느끼며 잃어버린 에덴을 향해 함께 떠났다. 이제는 다시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p.258)
멕시코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