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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06. 2023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리뷰

샛별BOOK연구소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민음사.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 실격>의 첫 문장은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p.9)이다. 이는 화자가 쓴 서문이라 요조(주인공)가 쓴 첫 번째 수기를 첫 문장으로 뽑았다. 수기는 자살(?)하기 전 요조가 반추해서 쓴 기록이다. 요조는 자신이 살아온 생을 한 줄로 요약하려니 막막하다. 뭐라고 써야 하나. 고심 끝에 한 줄 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p.13)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가 부끄러웠다고 쓴다. 요조는 남들 앞에서도 부끄러웠고, 스스로도 부끄럽다.  


  요조는 무엇이 그토록 부끄러웠을까. 우선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평생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죄. 아버지 질문에 대답도 못하는 자신이 답답했을 것이다. 전쟁중이라 남들 배곯을 때 부잣집 막내아들은 배고픔을 몰라 부끄러웠다. 머슴과 하녀들의 성폭행에도 눈 감고 외면한 행동. 그것이 숨 막혔겠다. 죄는 그들이 졌지만 부끄러움은 요조 몫이 돼버렸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웃기려고 쓴 익살이라는 가면이 수치스러웠겠다. 인간에 대한 공포가 심해 술, 담배, 마약, 창녀에 탐닉한 습관. 그것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친구 호리키에게 매번 당하며 증오와 노여움이 들어도 맞서지 못하는 용기 없음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아내 요시코와 상인의 추악한 짓을 직접 봤으면서 캐묻지 못하는 자신이 비겁했을 것이다. 요시코를 용서하는 척하는 가식이 혐오스러웠겠다. 의심은 의심을 낳아 요시코와 호리키의 관계를 짐작하는 자신이 한심했을 것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 알콜중독이 되고, 결국 모로핀 주사까지 손대는 타락이 괴로웠을 것이다. 모로핀 주사를 얻기 위해 약국부인과 추잡한 짓까지 하게 된 인간 상실. 그것이 그토록 부끄러웠겠다. 매 순간이 지옥이며 죽을힘도 없는 자기파괴.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고, 폐인이 되기까지. 경멸스러운 생애였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깊은 죄의식처럼 안고 산 남자. 남들 앞에 떳떳하지 못했고, 나약했던 요조. 


  요조는 부끄러운 생을 살았다. 생의 추한 모습, 인간의 폭력성을 간파한 요조는 세상이 무서웠다. 처세술도 없고, 호리키처럼 남을 속이지도 못하는 성격.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는 상황. 누군가는 힘을 다해 삶을 살라고 하지만, 요조는 무기력하다. 요조는  순수를 갈망했고 신뢰를 원했다. 그건 죄가 될까. 인간들의 위선과 탐욕에 끼지 못한 요조는 스스로 실격처리를 내린다. 인간으로 살 자격없음. 인간실격!  


  마지막 눈을 감을 때 살아온 생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한줄을 남길까. 나는 잘 살아왔다. 열심히 살았다. 후회 없는 삶이었다.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지나고 보면 후회스럽고 부끄러움투성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더라도 말이다. 부끄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요조와 같은 부끄러움은 아닐지라도. 요조처럼 좀 더 예민하게, 순수하게, 인간성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고전문학BOOK클럽] 6기 선생님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필사와 책표지 사진 고맙습니다. 



[고전문학BOOK클럽] 7기 

https://blog.naver.com/bhhmother/223150126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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