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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15. 2023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BOOK 발췌 2.

샛별BOOK연구소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부키, 2023. (340쪽 분량)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와 잘하는 '경제'를 골라 글을 썼다. 바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엮는 건 즐거운 집필이다. 요리에 진심인 장하준 교수는 많은 식재료에 해박했고, 요리 역사도 방대하게 알았다. 장하준 교수는 세상에서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가지 요소-요리와 경제-를 알차게 증명한다. 목차는 1장 '편견 넘어서기', 2장 '생산성 높이기', 3장 '전세계가 더 잘 살기', 4장 '함께 살아가기', 5장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이다. 경제학자가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이 구구절절 담겼다. 


  음식에 대한 지식을 설파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솔직히 식재료와 경제의 관련은 크게 없어 보인다. 식재료와 경제를 분리해서 읽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괜히 소제목을 읽고 내용과 무슨 상관이지, 어떤 논리일까?를 고민하면 근거를 찾기 어렵고,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에게 쓴 약을 먹이려고, 사탕으로 유혹하는 것처럼.ㅎㅎ 요리+경제라는 두 마리리 토끼를 다 잡으려니 다소 산만한 점도 있다.

  그러나 큰 소득은 경제를 좀 더 공부해 볼까라는 마음이 동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하준 교수는 뜻한 바를 이뤘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에 관심을 갖길 원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요리에 들어가는 식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고, '워킹맘'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가독성도 좋고, 경제관련 글도 어렵지 않았다. 경제의 흐름을 쉽게 설명한 책이다. 경제학 초급입문서로 좋겠다. 전문적인 경제학 서적을 찾아보게 할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책이다. 



-코카콜라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이 발명했다. 1885년 그는 코카나무 잎, 콜라나무 열매, 포도주를 주재료로 한 펨버턴스 프렌치 와인 코카 Pemberton's French Wine Coca를 출시했다. 이 음료 말고도 코카잎과 알코올을 섞은 음료가 이미 여럿 나와 있었다. 그중 특히 인기를 끈 음료는 뱅 마리아니Vin Mariani였다. 코카 잎을 포두주에 6개월 동안 담갔다 마시는 이 음료의 팬으로는 빅토리아 여왕과 토머스 에디슨 등이 있었다. 뱅 마리아니에 콜라 열매를 첨가하는 것이 펨버턴이 생각해 낸 혁신이었다.(p.201)


-무엇보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보호 무역, 보조금, 외국인 투자 규제 등을 주도하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 아래 자국의 생산자들이 '성장을 해서' 생산성이 더 높은 산업 부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신자유주의 전통에서는 완전히 부인하기 때문이다.('5장 새우' '9장 바나나' 참조).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워싱턴 기구들이 제시한 '정책 권고 사항'들은 '쿠키 커터cookie cutter'(쿠키의 모양을 찍어 내는 틀) 접근법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될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나라마다 다른 경제 상황이나 정치사회적 환경과 상관없이 똑같은 정책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르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p.213)



-호밀은 원래 현재의 튀르키예가 자리한 지역에서 유래했지만 북유럽 국가들의 식생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사촌인데 더 섬약한 작물인 밀은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북쪽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곡물이기 때문이다. 호밀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러시아고, 폴란드 1인당 호밀 소비량면에서 1위인 동시에 이 곡물이 세계 1위 수출국이다. 하지만 호밀 부문의 명실상부 세계 챔피언은 독일이다. 호밀 생산량 1위인 독일은 2위 폴란드보다 33퍼센트나 더 많은 호밀을 매년 길러 낸다. 독일 문화에서 호밀은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역사적 기록에서도 늘 큰 부분을 차지한다. (p.223)


-현재 부자 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안전 -그리고 번영-은 더 유명한 사촌 곡물인 밀보다 훨씬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수수하고 강인한 곡물 호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센의 지주들이 생산하던 호밀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으면, 제 아무리 비스마르크라 한들 세계 최초의 복지 국가 건설을 가능케 한 정치적 동맹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p.232)



-닭을 조리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다양하지 않은가. 튀김(미국 남부식 프라이드 치킨, 일본식 도리노가라아게, 한국식 양념치킨 등), 볶음(중국, 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조리법으로 너무 다양해서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스튜(프랑스식 코코뱅, 북아프라카식 닭고기 타진), 구이(유럽식 다양한 닭구이 요리, 남아시아의 탄두리 치킨), 직화 구이 (말레이지아식 또는 태국식 사테, 아프리카-포르투갈식 피리-피리닭요리), 훈제(자메이카식 저크 치킨), 삶기(찹쌀과 인삼 뿌리를 넣고 닭을 통째로 삶는 한국식 삼계탕 요리, 유대식 치킨 수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리법이 존재한다. 심지어 나는 메뉴의 모든 음식을 닭고기로만 만드는 일본의 한 식당에서 닭고기 사시미까지 먹어 본 적이 있다.(p.235)


-결과의 평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것은 시장 규제로 성취할 수도 있다. 어떤 규제는 강제적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스위스와 한국은 영세 농민(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과 영세 소매업자(대형 소매업체를 규제하는 방법으로)를 보호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낮춘다. 금융규제(높은 이윤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위험 또한 높은 투기성 금융 행위 제한 등)나 노동 시장 규제(적절한 최저 임금제 시행, 병가 수당 인상 등)를 통해서도 불평등도를 낮출 수 있다. (p.246)


-무보수 돌봄 노동을 담당하는 사람 중에는 여성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돌봄 노동을 경제 활동으로 계산하지 않으면 여성이 우리 경제- 그리고 사회- 에 하는 공헌이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가사 노동의 존재 자체를 '보지 않으려는' 경향은 '직장맘' 또는 '워킹맘'이라는 표현에도 드러난다. 마치 집에 있는 엄마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말 아닌가. 이런 잘못된 표현 때문에 집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돌봄 노동의 양이 밖에서 남성 배우자가 하는 임금 노동의 양보다 더 많은 경우가 빈번함에도 집에 있는 여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성차별적 편견이 강화된다. '워킹맘'을 '보수를 받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보수 돌봄 노동을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인정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p.257)


-우리 돌봄 노동이, 그것이 무보수가 되었든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 되었든, 인간 생존과 복지에 얼마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활동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뭔가의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또한 돌봄 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생각과도 이별해야 한다.(p.262)




-바다를 향해하는 몇 달 내내 소금에 절인 신선하지 못한 고기와 바구미가 들끓는 비스킷(건빵 종류)에 김빠진 맥주로 연명해야만 했던 선원들은 괴혈병에 걸려 파리목숨처럼 죽어 나갔다. 괴혈병이 너무나 흔해서 선주들과 정부는 장거리 항해를 떠나는 배에 탄 선원의 50퍼센트는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는 설도 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탈리아어로 크리스토포로 콜롬보)가 항해를 한 시점인 15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사이에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선원은 200만 명이 넘는다고 추산된다. (p.273)


-우리는 이미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극단적 기후 현상들(이상 고온, 태풍, 홍수, 산불 등)을 더 자주 경험하고, 수많은 생물 종이 멸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을 대폭 줄여서 온도 상승을 당장 막지 않으면 향후 몇십 년 사이에 인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으리란 것이 과학계의 일치된 의견이다.(p.277)


-이 말은 가난한 나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들- 농산물과 공산품 생산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기후 변화 적응' 기술 등- 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투자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기술의 개발과 개발도상국으로의 이전(부유한 국가의 연구자와 기업이 개발했다면)을 보조금을 주거나 심지어 무료로 지원하기 위한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변화를 초래한 장본인이 아닌데도 기후 변화의 여파로 훨씬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모든 조치는 '기후 정의 climmate justice'를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글자 그대로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위기에까지 처해 있지 않은가.(p.283)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아시아 음식에 들어가는 실로 다양한 향신료가 주는 복합적인 맛, 향, 감각의 진가를 서서히 깨달아 가면서 나는 이 음식과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남아시아 음식에 들어가는 향료는 고수 씨coriander seed, 겨자씨, 쿠민cumin, 정향, 육두구nutmeg, 육두구 껍질mace, 팔각, 회향 씨, 캐러웨이, 사프란saffron, 카다멈 cardamom, 타마린드 tamarind, 아위asafoetida 등 그 종류가 무궁무진했다. (p.290)

-유한 책임제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금융 규제 철폐와 참을성 없는 주주들이 판치는 환경(더 기술적인 용어를 쓰면 '금융화 시대age of financialization')에서는 이 제도가 경제 발전에 동력이 되기보다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유한 책임 제도 자체, 그리고 금융 규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메커니즘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p.299) 




-미국 최대의 농산물 생산을 자랑하고, 미국 딸기 생산량의 80퍼센트가 나오는 캘리포니아주의 값싼 노동력 대부분은 멕시코에서 공급된다. 캘리포니아 농업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70퍼센트가량이 멕시코에서 태어났고 그중 적어도 절반은 '등록 서류가 없는undocumented'사람, 다시 말해 불법 이민자다. 이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 사이에서 딸기는 '악마의 과일'이라는 뜻의 '라 프루타 델 디아블로la fruta del diablo'라고 불린다. (p.306)


-자동화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장본인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기술이 홀로 일자리 숫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재정 정책, 노동 시장 정책, 특히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원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동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과학 기술 공포증('자동화는 무조건 나쁘다')과 젊은 세대의 절망감('우리는 필요없게 될 거야')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p.316)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Theobroma cacao의 씨로 만든다. 메소아메리카 Mesoamerica(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 북서부 지역)가 원산지지만 요즘은 다른 지역에서 대량 생산되는데 코트디부아르, 가나, 인도네시아가 최대 생산국으로 꼽힌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카카오나무가 처음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현재의 에콰도르, 페루 지역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후 현재 멕시코가 자리한 지역의 여러 민족-올메크, 마야, 아스텍-이 뜨겁게 환영하고 제 것으로 만들었다. 아스텍인은 카카오 '콩'(물론 콩이 아니라 카카오나무 열매의 씨지만)과 옥수수 퓌레puree를 섞고 고추와 올스파이스allspice, 바닐라로 풍미를 더한 차가운 초콜릿 음료를 즐겼다. (p.323)

-산 물건 중에 '메이드 인 스위스'라고 표시된 것은 초콜릿 밖에 없을지 모르지만(스위스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스위스 성공의 비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은행이나 고급 관광 상품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제조업 부문이다. 사실 초콜릿 분야에서 쌓은 높은 명성마저 제조업 부문의 혁신(분유의 발명, 밀크 초콜릿의 탄생, 콘칭 기법의 개발 등)에서 기인한 것이지 초콜릿 바를 사는 데 은행이 복잡한 할부 구매법을 제시하거나 광고 회사가 멋진 광고를 하는 식의 서비스 산업 덕분이 아니다.(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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