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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Sep 13. 2023

[짧은 영화리뷰]<잠>,<타겟>,<보이즈 어프레이드>

샛별BOOK연구소

*스포일러 주의



<잠>(Sleep, 2023)

정보: 미스터리/ 대한민국/ 94분/ 2023.9.6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수진), 이선균(현수). 


  엔딩이 올라가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앗 이렇게 끝난다고? 영화 <잠>은 늘 같이 잠을 자는 부부의 숙명을 그렸다. 잠을 잘 때는 서로를 볼 수 없다. 그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영화를 다 보면 감독이 부부란 무엇인지를 던졌구나 알게 된다. 특히, 함께 고난을 개척하는 찐한 부부애 그러나 미스터리. 총 3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장마다 고조되는 시크한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남편 현수(이선균)는 '잠' 을 자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남편의 병을 고치려고 하다 아내 수진(정유미)이 점점 미쳐가는 서사. 남편의 몽유병은 딸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잠을 자면서 생명의 위협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극도의 불안은 부부의 신뢰를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서로의 태도는 엇갈린다. 남편은 봉착한 문제에서 떠나려 하자 아내는 다가가고 접촉한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 게 부부라며". 어떻게 해서든 남편의 병을 낫게 하려는 수진의 노력은 딸이 태어나고 광기로 폭발한다. 이를 지켜보는 남편은 결국 아내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대사에 걸맞게 혼신의 연기(?)를 해주는 남편. 현수는 아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타인이 어려울 때 직면하고, 치료하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힘. 그걸 우리는 무엇이라 부를까. 아내의 행위에 미친, 광기, 엽기, 부도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단 한 사람. 남편은 아내를 포기하지 않고 들어주는 마음. 그걸 사랑이라도 불러도 될까. (평점 ★★★☆ 7점) 



<타겟>(Don't Buy the Seller, 2023)


정보: 스릴러/ 대한민국/ 101분/ 2023.8.30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박희곤

출연: 신혜선(수현), 김성균, 임철수, 이주영.


  영화를 보고 드는 생각. 중고거래... "이대로 괜찮을까"였다. 직거래할 때 교환되는 건 물건뿐이 아니다. 전화번호와 때론 집 주소도 알게 된다.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1199회/ 2020.1.18 방송/ '얼굴 없는 그놈을 잡아라')에서 방영된 내용과 똑같은 범죄가 펼쳐진다. 지독히 현실을 투영한 영화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가 옅어질 때 무서운 장르로 바뀐다. 더구나 집집마다 있는 김치냉장고가 이토록 범죄에 이용되다니. 거기에 사람을 구겨 넣을 수 있다니.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연출된 장면이 또 오버랩되고... 씁쓸하다.  


  수현은 직거래로 구입한 중고 세탁기가 작동이 안 되자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된다. 판매자에게 잔뜩 짜증 난 수현은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결국 표적이 된다. '그놈'의 표적이 되는 순간 수현의 시간은 엉망이 되고, 일상은 뭉개진다. 표적은 그놈의 손아귀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CCTV를 설치하고 경찰을 배치했지만 손쓰지 못하고 당한다. 그런데 경찰...이렇게 무방비로 당해도 되는 건가. 영화에서 펼쳐진 경찰의 희생은 답답한 플롯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더니 엔딩으로 갈수록 맥이 풀린다. 이 영화에 자동차 추격신은 왜 필요할까. 똑같은 문법으로 범인을 쫓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 액션씬. 그럼에도 영화는 중고거래에서 일어날 법한 범죄를 관객들에게 재인식시킨다. 범죄의 지능은 일반인(경찰포함)의 지능을 항상 웃돈다. (평점 ★★☆ 5점)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 2023)


정보: 모험/ 미국/ 179분/ 2023.7.5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호아킨 피닉스(보 역), 패티 루폰, 네이단 레인, 에이미 라이언, 칼일리 로저스. 


어라. 난해하고 기괴하며 복잡한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59분이다. 자꾸 곱씹어 보면서 조금씩 퍼즐을 짜 맞춰야 알게 되는 영화. 첫 씬은 주인공 보가 엄마의 자궁을 찢고 응애하고 태어난다. 모자관계의 비극. 엄마와의 관계가 공포스러울 때 순종적인 아들은 어떤 정신세계를 갖게 되는지 보여준다. 보를 연기한 배우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이다. 그의 변신에 경의를 표한다. 


엄마를 증오하면서 엄마를 갈구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아들 보. 남성의 자아와 여성의 자아가 서로 날을 세운다. 이날이 모자지간일 때 어떻게 증명되는지 감독은 표독스럽게 물고 늘어진다. "나한테 대체 왜 이래요?"라며 엄마의 장례식에도 가기를 두려워하는 보. 아들은 돌아서돌아서 결국 엄마의 집에 도착한다. 보의 편집증적인 생각은 스크린에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며 그의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엄마의 집에 / 그것이 장례식일지라도 최대한 늦게 가고 싶은 보의 유아적 마음. 이런 행동은 보의 억압적 상태를 충분히 보여준다. 평생 억울한 마음을 안고 살은 보는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러 가면서 여러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호흡을 따라가기 어렵다. 보가 보는 세상은 환상과 욕망이 투영되어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닌다.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이용해 보를 자기통제 하에 두려고 끝까지 폭력을 휘두른다. 이 폭력성은 모자관계를 뒤틀리게 만든다. "나한테 대체 왜 이래요?"  명대사다.   (평점 ★★★☆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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