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BOOK연구소
[카페에서 즐기는 논제연구](=카토스/ca(fe) to(pic) s(tudy)) 다섯 번째 모임은 카페 'bear'에서 했습니다. 서촌에 있는 한옥카페입니다. 저 포함 6명이 모였습니다. 세 시간을 꽉 채워 열심히 논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차와 쿠키를 시켜서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망고패션후르츠, 소금크림라떼, 오미자에이드와 쿠키를 시켰어요.
이번 책은 <최재천의 공부>입니다. 각각 논제를 만들었고, 취합해서 나눔 했어요. 카토스에 처음 오신 샘이 계셨는데 논제영재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만드셨습니다. 만든 논제가 별로 겹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각자 논제 하나는 짧게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한옥에서 연구모임을 하면 뭔가 운치 있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오미자차를 마셨어요! 디저트도 골고루 주문해서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먹었습니다. 공부할 때는 당이 필요합니다. ㅋㅋ
열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입니다. '공부'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머나먼 거리를 좁혀야 진정한 공부가 가능할 거 같죠.
앞으로 자신의 방향에 맞는 '공부'를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열정독서든, 기획독서든, 쉬엄쉬엄 독서든요. 다만, 건강 잘 챙기면서 지치지 않게! 그리고... 이건 너무 중요한 건데요, 공부는 무조건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토론하고 즐거웠다, 글 쓰면서 행복했다~~ 논제를 만들면서 뿌듯했다~~ 등등이요.
다음 카토스에서 또 만나요. 카토스에 오신 샘들~~ 감사했습니다.
샘들의 발췌 모음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악착같이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고속도로 같은 길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거다!’ 싶으면 그때 전력으로 내달리면 됩니다. 제가 정확하게 그렇게 했어요. (중략) 저는 똥물학과 학생으로 우울한 대학 생활을 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짓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뭘 하면 좋을까?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죠. (P285~P286)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P172) (OO 샘)
“네. 제가 생각하는 ‘공부가 이루어져 가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위대한 학자들이 벽돌을 착착 쌓아가듯 빈틈없이 공부하셨을까요?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학문하면 생애에 못 끝냅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들은 어느 단계까진 도달하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더라구요.” - P. 82 ~83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까지 나아가서 실천을 다짐하는 모습은 아름다운데요. 거대한 질문과 수많은 사회 현상을 목도하고 내높은 나의 결심이 허무할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거죠…, 책을 읽긴 읽었지만 깊게 사고하며 안으로 다지는 접근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짚어줘야 할 텐데요. 책 읽기가 갖는 힘이 뭘까요? ’ - P.143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그러다보니 아주 말랑말랑한 책만 팔렸죠.(중략)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P144~145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중략)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 P.232~233 (OO 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너무 거칠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대립하고 싸우면서 논리가 뒤틀린 가짜 뉴스에 휘둘리기도 하는데, 토론 교육이 잘 진행되면 우리나라를 굉장히 괜찮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머지않은 미래에 달라지리라 확신해요. 지금 구태여 왜 교육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의 두 번째 이유입니다.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제가 반세기 전 받은 교육을 지금도 거의 그대로 하고 있어요.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20년, 30년 후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새로운 교육을 할 때가 됐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제대로 논의해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p20)
지금 우리는 객관식 문제를 풀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 파악 능력이 생겼구나. 이제 주관식 문제를 풀거나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그걸 돌파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바로 인권 문제가 다음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권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이제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우리 아이들은 인권에 민감합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애써 생각해야 판단할 정도 고요.(중략)
저도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지 않아요. 머리로 생각하며 저를 다그치니까 가끔 남들이 보기에 좋은 행동이 나오죠. 급하면 다 까먹습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그다음 단계로 가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합니다.(p21) (OO 샘)
• 안희경 : 나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혼자만의 시간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최재천 : (중략) 물론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 안희경 :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바로 그거였어요. “창의력은 혼자서 몰입한 시간이 만들어낸다.” 자기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고, 홀로 집중하며 만들어낸 작업을 사람들은 ‘창조적이다!’라고 감탄한다고요. 혼자만의 시간이 쌓여 세상의 꼭짓점을 끌고 가는 아이디어나 결과물이 나오지요.
• 최재천 : 하지만 대중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기 힘들죠. 저는 혼자 일하면서도 과하게 튀어 나가지 않았어요.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조금 색다른 각도로 문제를 이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제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가 많았던 건 밤에 온전히 혼자 이것도 저것도 읽고, 이렇게 저렇게 뒤집어보며 생각을 정리한 덕이겠죠. (pp.95~96)
• 최재천 : 이야기를 하게끔 하는 재주가 저에게 약간 있습니다. 조직을 경영하는 데도 무척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할 때 가장 명심했던 경영 십계명 중 하나가 ‘이를 악물고 듣는다’ 였어요. 조직의 리더가 되면 말이 많아집니다.
• 안희경 : 다들 잘 들으니까요.
• 최재천 : 그런데 리더가 입을 열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요. 집단 지성을 이루고 창의성을 끌어내려면, 리더는 어금니가 아프도록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중략)
-여럿이 모여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하면 너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나라도 분위기를 풀어가야 할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또 상당히 많은 사람이 실제로 ‘침묵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요. 조금만 참으면 아이가 말을 합니다. 약간 무심한 듯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대부분 첫 마디를 튼 사람이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먼저 말을 시작하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중략) 하지만 참는 게 참 힘들어요.
-침묵을 내가 깨지 않도록 이 악물고 참아야 해요. (pp.281~283) (OO 샘)
저는 학생들이 직접 행동하며 경험하도록 독려합니다. (중략) 저는 학생들이 현실에까지 다가가기를 원해요. 이번에 인터넷문화개선위원회 산하 또 다른 소위원회는 성희롱을 다뤘습니다. 제가 수업을 이렇게 설계한 목적은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논의하여 가능한 한 실제 적용까지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중략)
매 학기 여러 위원회가 참 열심히 참여해요. 오늘 최종 발표를 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성폭력에 대한 글을 읽어야 했을 때 고통이 너무도 심했다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이 둘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잘 잇지 못했어요. 매 학기 학생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법을 모색하다 보면, 가슴도 뜨거워지고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지면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흘러갑니다. (중략)
(p.176-177)
엄마 침팬지는 새끼 침팬지를 가르치지 않아요. 가르침은 없습니다. 배움만 있어요. 새끼 침팬지는 옆에서 그냥 보고 배워요. (p. 231)
동물의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 facilitator 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중략)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완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때, 전보다 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평생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살아온 제 경험담입니다.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어떤 분야를 기어올라가면 3층에서 보려고 애써도 안 보이던 게, 다른 분야를 올라가면서 4층에서 건너다보니 저쪽 분야 3층 구조가 훤히 보이더라고요.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 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p.145)
대기업에서 임원이 못 되면 퇴사를 합니다. 보통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이죠. 그 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저는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시점에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대학이 다변화하고 지금보다 서너 배는 늘어나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관료들도 있는 자리에서 했더니 교육부장관이 싫어하시더라고요. 어른이 배우고 훈련받을 곳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지금, 결국 책 밖에 없어요. 취미 독서는 아예 깨끗이 잊으세요. 독서는 일입니다. (p.146)
지금 교육부가 지방에서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게 하는데, 저는 오히려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마다 대학을 일곱 번 가야 하면, 그 수요에 맞게 대학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야겠죠. 40 대를 위한 대학, 60 대를 위한 대학, 전 세대를 위한 대학, 별의별 대학 만들기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대학에 갈 이유가 없죠. (p.261) (OO 샘)
지금 중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권 문제라고 보는데요. 청소년 시절에는 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까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p. 45)
우리가 교육하는 이유가 뭘까요? 사회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최소한 알아야 원만히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거라면, 과연 우리가 아는 걸 모두 가르쳐야 할까요? 특히 우리나라 시험 출제자들은 어떻게든 점수 차이를 내려고 얄궂은 문제를 내죠. 그런 일이 자꾸 일어나게 놔두지 말고, 사회 구성원이면 꼭 갖춰야 할 아주 기본적인 배움이 뭘까를 합의해 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p.234)
저에게도 확실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여럿이 모여서 한번 열심히 모색해 보자. 그래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보고 방향을 잡자는 정도입니다. 물론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최소한의 셈은 할 줄 알아야 하죠. 역사도 알아야 하고요. 단, 지금처럼 변별력을 주려고 시험 문제에 얄궂은 묘수를 부려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p.235-236) (OO 샘)
최: 그동안 저는 환경 교육을 끊임없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듣지를 않았어요. 이제는 코로나19 사태로 들을 이유가 분명해졌으니 환경교육을 논의할 때가 되었죠. ‘멸종 위기종 복원 사업’이라는 제목의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거기에는 환경 교사를 복원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내놓으며 필요한 환경 교육을 담았습니다.
안: 환경 교사가 있었나요?
최: 환경 교사 제도는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이제 손꼽을 정도만 남았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멸종 위기종’이라고 불러요. 그분들이 제 강의를 들으러 오면 “멸종 위기종들이 와 계시네요”라고 인사합니다
안: 양호 선생님처럼 학교에 한 분씩 계시면 참 좋겠습니다.
최: 바로 그걸 제안한 거예요. 좋은 의도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에서 환경 교사의 수를 계속 줄였습니다. 이를 방지하려고 환경을 대학 입시 과목에 넣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저는 반대했어요. 대학 입시 과목이 되면 문제 풀이를 하고 끝나니까요. 그 대신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 환경 교사를 반드시 두자고 못을 박았습니다. ‘도서관 만들기 운동’ 덕에 지금은 웬만한 학교에서 사서 교사가 있습니다. 환경 교사도 그렇게 복원하는 거죠.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할 때 포함했으면 했는데 기회를 놓쳤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판 뉴딜은 미래지향적 정책이어야 하는데, 코로나 19 사태를 빨리 극복하려는 단기적 정책 중심이 되었어요.(p.25)
최: 스스로 뭘 읽어야 할지를 어려워한다는 건가요?
안: 일단,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니, 뭘 읽어야 할지 어려워하죠. 두 번째는 책을 읽긴 읽는데, 토익 공부하듯이 읽어야 하나? 아니면 독서는 취미니까 휴식을 취하듯이 감상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책을 왜 읽는지 갈피 잡기를 어려워합니다.
최: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마음을 살살 건드리는 책 혹은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책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도 최악의 발명품입니다. (...)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번도 배우지 않았는데 술술 읽힐까요? 난생처음 붙든 양자역학 책의 책장이 척척 넘어갑니까? 진화심리학이 하도 뜬다니까 ‘좀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곤 붙잡았는데, ‘와! 잘 읽히네’ 하면 거짓말이에요. 당연히 안 읽힙니다. 그런데 그 책을 있는 힘을 다해서 끝까지 읽고, 또 비슷한 진화심리학 책을 사서 읽다 보면, 세 번째 책은 참 신기하게도 술술 넘어갑니다. 어느 순간 그 주제가 내 지식의 영토 안으로 들어와요.(...)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완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때, 전보다 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평생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살아온 제 경험담입니다.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p.145)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p.146)
안: 수명이 길어지면서 직업을 여러 번 바꿀 상황이 도래했다는 판단이시네요. 나를 찾기 위해서 나를 찾는 법에 대한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지식을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나를 만들어가자는 말씀이신가요?
최: 네. 그래서 저는 ‘지식의 영토를 넓힌다’라고 표현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왔어요.
안: 40대 중반이면 직장에서 밀려나고 직업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요즘입니다.
최: 대기업에서 임원이 못 되면 퇴사를 합니다. 보통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이죠. 그 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저는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시점에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대학이 다변화하고 지금보다 서너 배는 늘어나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관료들도 있는 자리에서 했더니 교육부장관이 싫어하시더라고요. 어른이 배우고 훈련받을 곳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지금, 결국 책밖에 없어요. 취미 독서는 아예 깨끗이 잊으세요. 독서는 일입니다. (p.147)
다음 논제 모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