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샛별 Dec 06. 2023

[짧은 영화리뷰] <너와 나>, <플라워 킬링 문>

샛별BOOK연구소


<너와 나>( The Dream Songs, 2023)


정보: 드라마/ 대한민국/ 118분/ 2023.10.25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영화는 세미와 하은을 찍은 숏마다 햇살이 가득하다. 또,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떤 장소라도 초록나무와 연두잎이 함께 했다. 감독은 열여덟 소녀들을 햇살이 찬란한 빛으로 담으며, 최선을 다해... 고2는 저렇게 빛날 때라고 대변하는 듯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는 건 일생의 단 한 번의 시간이다. 여행을 갈 때보다 가기 전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학생들은 하교 후 시내에서 옷을 고르고 화장품도 사고, 트렁크에 짐을 챙기고, 엄마 고데기도 담아본다. 여행을 준비하는 교복을 입은 친구들의 해맑은 모습들... 



 세미는 발목이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하은이 걱정된다. 하은과 어떡해서든 수학여행에 같이 가고 싶은 세미.


 친구들은 여행가기 전날이라 행복해 보이는데 세미는 시무룩하다. 하은과 수학여행을 갈 수 없다니... 세미의 신경은 온통 하은만을 향하는데 하은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하은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수학여행을 가자고 졸라본다. 우정보다 자꾸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세미. 둘은 잘 놀다가도 서로의 말에 짜증내고, 어리석고, 답답하고... 머뭇머뭇거린다. 그러다 다투고, 미안하다 말하고,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속삭임들. 


  영화는 현실과 달리 수학여행을 무사히 다녀왔고, 버스 안에서 조는 모습을 담았다. 손에는 제주에서 사 온 귤 봉지도 보인다. 수학여행에 가지 못한 하은만이 살아남아 친구들을 애도한다. 애도의 방법을 이토록 예쁘고, 슬프게 그려낼 수 있다니. 눈물이 소리 없이 흘렀던 영화. 너와 나. 나와 너. 내가 될 수도 너가 될 수도 있었던 그날. 우리의 먹먹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영화가 한줄기 빛으로 열여덟 그녀들을 쓰다듬는다. (평점 ★★★☆ 7점)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2, 2023)

정보: 범죄/미국/ 206분/ 2023.10.19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레오나르 디카프리오에게 연기. 변신. 망가짐. 혼신. 이런 수식어가 붙는 영화였다. 로버트 드니로와 디카프리오의 케미. 둘의 조합이라니. 그들에게 검은 석유와 탐욕이 공통분모로 존재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죄도 서슴치 않고 권총의 방아쇠를 탕탕 당겨버린다. 미국인이 인디언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몰염치했는지를 리얼하고 느리게 또박또박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지만 긴장감은 상당했다. 몰리의 가족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이 섬뜩하고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아내 몰리의 핑크빛이었던 혈색이 점점 흙색으로 변해간다. 땀을 뻘뻘 흘리고, 병든 상황으로 몰아 잿빛 혈색이 되는 과정이 참담하게 펼쳐진다. 몰리의 남편인 디카프리오의 아둔함과 판단 없음은 몰리와 가족들을 더욱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 악은 패배하는 것일까. 범죄는 밝혀지고, 법정 과정이 또 다른 서사로 탄생한다. 


레오나르 디카프리오라는 배우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영화다. <타이타닉>에서 갑판 위를 달리며 사랑을 말하는 소년이 중년이 되어 또 다른 사랑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연기라니. 로버트 드니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의 노력들. (평점 ★★★★ 8점) 







매거진의 이전글 [짧은 영화리뷰] <비밀의 언덕>, <거미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