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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Oct 04. 2023

[짧은 영화리뷰] <비밀의 언덕>, <거미집>

샛별BOOK연구소


*스포일러 주의




<비밀의 언덕>(The Hill of Secrets, 2022)


정보: 드라마/ 한국/ 122분/ 2023.7.12개봉/ 전체관람가

감독: 이지은

출연: 문승아(명은 역), 임선우(애란 역), 장선(경희 역), 강길우(성호 역)


당차고 야무지고 성취욕 강한 아이 승아는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증거까지 만들어내는 맹랑함을 지녔다. 반장이 된 승아(5학년)는 젓갈 장사를 하는 부모님이 부끄럽다. 부모의 직업을 묻는 선생님에게 아빠는 종이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가정주부라고 거짓말한다.


손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승아는 일기, 편지, 쪽지, 독후감 등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상을 받기 위해 매진한다. 승아는 교내 대회에서 글짓기로 우수상까지 받으며 입지를 다진다. 행복은 잠깐이던가.


반에서 글쓰기 일인자로 발돋음하려는 순간 승아에게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한다. 전학 온 이란성 쌍둥이들의 협업은 막강했다. 2대 1로 벌이는 글쓰기 열전. 재능과 노력 사이에서 교차되는 질문들. 


승아는 솔직함이 영광이 될 수 있지만 무기도 될 수 있다는 걸 두 편의 글을 써보고, 터득한다. 승아는 최우수상이라는 영광과 가족들에 미칠 아픔을 동시에 본다. 


승아는 이제야 자신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가족의 폐부를 파헤쳐 받은 상을 거부하기로. 상보다는 가족을 선택한다. 무엇이 글인가. 인정욕구를 위한 발버둥인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인가.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인가.


때로는 솔직, 진실을 묻어두어야 할 비밀도 있다는 걸 승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알게 됐다. '비밀의 언덕'에서 승아는 한 단계 성숙의 과정을 겪는다. 승아는 멋진 작가가 될 것이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멋진 어른이 될 것이다. 환경을 염려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말이다. 승아! 아자아자! (평점 ★★★☆ 7점) 




<거미집>(Cobweb, 2022)


정보: 코미디 외/ 한국/ 132분/ 2023.9.27개봉/ 15세 관람가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김감독 역), 임수정(이민자 역), 오정세(강호세 역), 전여빈(신미도 역), 크리스탈 (한유림 역)


영화란 무엇인가. 감독이란 무엇인가. 스태프들, 배우들, 무대와 각본, 카메라, 연출, 분장, 음악, 소품, 제작자 그리고 감독. 영화는 종합예술이야라고 호소하는 영화.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끝까지 가보고 싶은 영화적 열망. 그 뜨거움. 그러나 머릿속의  영상을 찍기 위해 감독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작가는 혼자서 쓸 수 있지만 감독은 혼자서 설 수 없다. 모든 영화적 요소들이 제때에 맞춰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물려야 걸작이 탄생한다. 한 치의 오차가 있으면 감독은 "컷"을 외치고 다시 "액션"을 외쳐야 한다. 


<거미집>은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예술에 대한 집착이자 광기이다. 배우들과 스텝들, 제작자는 감독을 넘어설 수 없다. 그가 레디 액션을 외치면 카메라 필름은 돌고, 배우들은 연기하고, 스텝은 움직인다. 어떤 대작이 나올지는 다 찍고 편집을 거쳐 스크린에 올려야 성패가 드러난다. 관객들은 박수를 칠 것인가. 야유를 보낼 것인가. 영혼을 갈아 걸작을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꿈은  이루어질지 조바심 내며 보게 되는 <거미집>. 


송강호(김 감독)는 롱테이크로 가는 연기에서 빛을 발했고, 임수정(이민자) 눈빛은 광기 어렸고, 오정세(강호세)는 능청스럽고, 전여빈(신미도)은 톡톡 튀고, 크리스탈(한유림)은 여배우였다. 믿고 가는 라인업만큼 영화도 영화 속 '거미집'도 화려함 그 자체였다. (평점 ★★★☆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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