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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Dec 28. 2023

[샛별의 씨네수다]2023년 한국영화 순위(1-10위)

샛별의 씨네수다

⊙10위 <괴인>(a Wild Roomer, 2023)


정보: 드라마/ 대한민국/ 136분/ 2023.11.08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정홍

출연: 최경준, 박기홍, 이소정, 안주민, 이기쁨, 전길. 


일상과 인물이 점점 괴인이 되어가는 여정. 멈출 수 있는 건 자기통제뿐. 


영화는 비전문 배우를 쓰는 자신감을 보였다. 감독은 주인공 기홍(박기홍)을 비롯해 대부분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당신도 나처럼 이상하잖아요"라고 적힌 포스터. 괴인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쩜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이다. 영화지만 영화적이지 않는 인물들. 우리는 조금씩 이상하다. 단독주택에 세 들어 사는 기홍은 목수이다. 목수라는 직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기홍은 말한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와 그 외의 것들을 만드는 현장 목수다. 기홍은 후자에 속한다. 기홍은 캠핑용품을 사서 뜰에 배치하고 책 한 권을 놓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다. 주인집 남자 정환(안주민)는 자꾸 기홍에게 접근한다. 기홍은 주인집 남자가 불편한데 거절하기 어려운 세입자 신세다. 기홍은 주인집 정환과 오토바이를 타고, 테니스를 배우고, 낮술을 하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주인집 남자는 집에서 놀고먹고 지내며 일상이 심드렁하다. 심심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재미있는 일을 찾으러 다니는 남자다.


반면, 기흥은 살기가 팍팍하다. 목수의 일은 자르고 재고, 붙이고 치우고 심플한데 일상은 배배꼬인다. 덕지덕지 기홍에게 끈적한 것들이 붙는 거 같다. 피아노 학원에서 발견한 수상한 인물, 계약을 할 듯 말듯 한 고객, 시다일을 맡았던 친구의 이별통보. 신분이 밝혀진 금발소녀를 만나며 기홍은 점점 '괴인'이 되는 기분이 든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여 술판을 벌이는데, 미세한 긴장이 흐른다. 분명 <괴인>은 영화인데 옆집에서 벌어지는 다큐처럼 리얼하다. 우리는 조금씩 이상하다.






 ⊙9위  <잠>(Sleep, 2023)

정보: 미스터리/ 대한민국/ 94분/ 2023.9.6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수진), 이선균(현수). 



  엔딩이 올라가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앗 이렇게 끝난다고? 영화 <잠>은 늘 같이 잠을 자는 부부의 숙명을 그렸다. 잠을 잘 때는 서로를 볼 수 없다. 그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 영화를 다 보면 감독이 부부란 무엇인지를 던졌구나 알게 된다. 특히, 함께 고난을 개척하는 찐한 부부애 그러나 미스터리. 총 3장으로 구성된 영화는 장마다 고조되는 시크한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남편 현수(이선균)는 '잠' 을 자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남편의 병을 고치려고 하다 아내 수진(정유미)이 점점 미쳐가는 서사. 남편의 몽유병은 딸의 생명과도 직결된다. 잠을 자면서 생명의 위협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극도의 불안은 부부의 신뢰를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서로의 태도는 엇갈린다. 남편은 봉착한 문제에서 떠나려 하자 아내는 다가가고 접촉한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 게 부부라며". 어떻게 해서든 남편의 병을 낫게 하려는 수진의 노력은 딸이 태어나고 광기로 폭발한다. 이를 지켜보는 남편은 결국 아내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대사에 걸맞게 혼신의 연기(?)를 해주는 남편. 현수는 아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타인이 어려울 때 직면하고, 치료하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힘. 그걸 우리는 무엇이라 부를까. 아내의 행위에 미친, 광기, 엽기, 부도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단 한 사람. 남편은 아내를 포기하지 않고 들어주는 마음. 그걸 사랑이라도 불러도 될까. (평점 ★★★☆ 7점)






⊙8위  <거미집>(Cobweb, 2022)


정보: 코미디 외/ 한국/ 132분/ 2023.9.27개봉/ 15세 관람가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김감독 역), 임수정(이민자 역), 오정세(강호세 역), 전여빈(신미도 역), 크리스탈 (한유림 역)



영화란 무엇인가. 감독이란 무엇인가. 스태프들, 배우들, 무대와 각본, 카메라, 연출, 분장, 음악, 소품, 제작자 그리고 감독. 영화는 종합예술이야라고 호소하는 영화.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끝까지 가보고 싶은 영화적 열망. 그 뜨거움. 그러나 머릿속의 영상을 찍기 위해 감독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작가는 혼자서 쓸 수 있지만 감독은 혼자서 설 수 없다. 모든 영화적 요소들이 제때에 맞춰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물려야 걸작이 탄생한다. 한 치의 오차가 있으면 감독은 "컷"을 외치고 다시 "액션"을 외쳐야 한다. 


<거미집>은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예술에 대한 집착이자 광기이다. 배우들과 스텝들, 제작자는 감독을 넘어설 수 없다. 그가 레디 액션을 외치면 카메라 필름은 돌고, 배우들은 연기하고, 스텝은 움직인다. 어떤 대작이 나올지는 다 찍고 편집을 거쳐 스크린에 올려야 성패가 드러난다. 관객들은 박수를 칠 것인가. 야유를 보낼 것인가. 영혼을 갈아 걸작을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꿈은 이루어질지 조바심 내며 보게 되는 <거미집>. 


송강호(김 감독)는 롱테이크로 가는 연기에서 빛을 발했고, 임수정(이민자) 눈빛은 광기 어렸고, 오정세(강호세)는 능청스럽고, 전여빈(신미도)은 톡톡 튀고, 크리스탈(한유림)은 여배우였다. 믿고 가는 라인업만큼 영화도 영화 속 '거미집'도 화려함 그 자체였다. (평점 ★★★☆ 7점)







⊙7위  <어른 김장하>(A Man Heals the City, 2023)


정보: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105분/ 2023.11.15개봉/ 전체 관람가

감독: 김현지 

출연: 김장하, 김주완. 


 세상 문제들을 작아지게 하는 마력. 어른 김장하의 발걸음을 존경하며!


그냥 첫 씬부터 눈물이 주루르 쏟아지는 영화다.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인간의 온기, 따스함, 사랑, 희망, 희생, 어른 등 수많은 단어들이 105분 동안 영화관 안에 둥둥 떠다녔다. MBC 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방영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극장에서 상영까지 하게 됐다. 주인공 김장하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60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했다. 한약방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고, 번 돈은 사회에 아낌없이 환원하셨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이 찾아오면 장학금을 주셨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천여 명이나 된다. 그 학생들이 성장해 남성당 한약방을 찾는 얘기는 뭉클하다.


영화는 인터뷰를 거절하는 김장하 선생을 찍을 수 없으니 주변 탐방부터 시작한다. 어른 김장하 선생을 겨우겨우 인터뷰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역은 김주완 기자가 맡았다. 그는 베테랑 기자였다. 인터뷰와 촬영에 완강했던 김장하 선생이 사르르 곁을 주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이 시대에 '어른'의 모습은 보기 드물다. 나는 어른일까. 나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등 영화는 내내 질문을 건다. 김장하 어른은 어떤 마음으로 저 많은 일들을 했을까 숙연해진다.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8년 만에 국가에 기부하며 형평운동 기념사업에 동참하고 돕는다. 김장하 선생의 여정을 쓴 <줬으면 그만이지>(김주완 씀)의 제목처럼 김장하 선생님은 무엇을 바라지 않으셨다. 외롭고 힘들고 고독했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가치를 믿고 삶을 걸었던 어른 김장하 선생님. 티 내지 않고, 과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용하는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김장하 선생의 해맑은 웃음은 관객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먹먹하게 만든다. 티끌만큼이라도 김장하 선생님의 신념을 배울 수 있다면... (평점 ★★★☆7점) 





⊙6위  <서울의 봄>(12.12: The Day, 2023)

정보: 드라마/ 대한민국/ 141분/ 2023.11.22개봉/ 전체 관람가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전두광 역), 정우성(이태신 역), 이성민(참모총장 정상호 역), 박해준(9사단장 노태건 역), 김성균(헌병감 김준엽 역), 김의성(국방장관 역), 정해인(특전사 오진호 소령 역).  



한 명은 위대하다. 비록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처음으로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다.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과 장태완(전 수도경비사령관)을 모델로 한 '이태신'의 대립이 진행된다. 역사를 바탕에 두고 찍은 이 영화는 600만(2023.12.10. 기준)을 돌파했다. 역사는 쿠데타를 진압하는 데 실패했지만 영화는 성공을 거뒀다. MZ 세대들의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천만 영화로 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과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고 했던 이태신은 시시각각 대립한다. 전두광의 반란으로 대한민국은 운명이 바뀌었다. 하나회를 동원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광의 반란이 실패했다면 우리에게 서울의 봄이 왔을까. 군 내 사조직을 장악해 하나회와 손을 맞춰 국방부, 국무총리, 국방부장관을 쥐락펴락했다. 12월 12일 작전명 '생일잔치'로 하나회와 전두광은 하나가 되어 정상호 참모총장의 납치를 계획한다. 일렬의 과정들이 속이 터지면서도 이태신의 행동에 응원하며 본 영화였다. 1979년 12·12를 다룬 영화가 참 늦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두환이 사망하고 나온 영화라니.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서울의 봄과 5·18민주화운동을 짓밟은 그의 죄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평점 ★★★☆7점) 






⊙5위   <수라> 


정보: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전체관람가/ 108분/ 2023. 6. 21. 개봉

감독: 황윤

주연: 오동필, 오승준, 정희정.



황윤 감독이 다큐영화로 만들지 않았으면 몰랐을 '수라'. 감독은 수라 갯벌에 청춘을 받친 오동필의 시간을 찍었다. 오동필과 그의 아들 오승중는 새의 개체 수를 기록했고, 흰발농게를 발견했고, '쇠검은머리쑥새' 노랫소리(송) 녹음에 성공했다. '기록한다'는 그 웅장한 힘에 대해 생각했다. 시민 1308명은 수라에 법종보호종이 40종 살고 있다며 신공항건설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 군산공항이 있는데 미군기지 확장이라는 명목으로 신공항을 지으려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이곳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들이다. 황윤 감독을 비롯해 오동필, 오승중, 고 류기화, 고 이강길, 군산 하제 주민들, 군산 회현마을 주민들, 많은 시민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수라 갯벌에 살고 있는 생명들. 새와 조개, 게, 나물들~ 영화를 본 나도 한 발자국 보태고 싶다. 마지막 남은 군산의 갯벌 '수라'를 생각하며...








⊙4위  <너와 나>( The Dream Songs, 2023)


정보: 드라마/ 대한민국/ 118분/ 2023.10.25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영화는 세미와 하은을 찍은 숏마다 햇살이 가득하다. 또,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떤 장소라도 초록나무와 연두잎이 함께 했다. 감독은 열여덟 소녀들을 햇살이 찬란한 빛으로 담으며, 최선을 다해... 고2는 저렇게 빛날 때라고 대변하는 듯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는 건 일생의 단 한 번의 시간이다. 여행을 갈 때보다 가기 전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학생들은 하교 후 시내에서 옷을 고르고 화장품도 사고, 트렁크에 짐을 챙기고, 엄마 고데기도 담아본다. 여행을 준비하는 교복을 입은 친구들의 해맑은 모습들... 


세미는 발목이 다쳐 병원에 입원한 하은이 걱정된다. 하은과 어떡해서든 수학여행에 같이 가고 싶은 세미.

친구들은 여행가기 전날이라 행복해 보이는데 세미는 시무룩하다. 하은과 수학여행을 갈 수 없다니... 세미의 신경은 온통 하은만을 향하는데 하은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하은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수학여행을 가자고 졸라본다. 우정보다 자꾸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세미. 둘은 잘 놀다가도 서로의 말에 짜증내고, 어리석고, 답답하고... 머뭇머뭇거린다. 그러다 다투고, 미안하다 말하고,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속삭임들. 


영화는 현실과 달리 수학여행을 무사히 다녀왔고, 버스 안에서 조는 모습을 담았다. 손에는 제주에서 사 온 귤 봉지도 보인다. 수학여행에 가지 못한 하은만이 살아남아 친구들을 애도한다. 애도의 방법을 이토록 예쁘고, 슬프게 그려낼 수 있다니. 눈물이 소리 없이 흘렀던 영화. 너와 나. 나와 너. 내가 될 수도 너가 될 수도 있었던 그날. 우리의 먹먹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영화가 한줄기 빛으로 열여덟 그녀들을 쓰다듬는다. (평점 ★★★☆ 7점) 







⊙3위  <콘크리트 유토피아>(Concrete Utopia, 2021)


드라마/ 한국/ 129분/ 2023.8.9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영탁), 박서준(민성), 박보영(명화), 김선영(금애)



도시마다 우뚝 선 아파트가 대지진으로 붕괴되고 황궁아파트 103호 한 동만 남았을 때 주민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까.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은 마치 바퀴벌레처럼 발 빠르게 움직인다. 각본은 탄탄했고, 연출은 몰입감 최고였다. 영탁을 연기한 이병헌의 연기는 헤어스타일부터 압도적이다. 특히, 영탁이 '아파트'를 열창할 때 눈빛 연기는 숨 막혔다. 눈빛으로 기괴함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병헌 배우는 어떤 사람일까. 배우가 아닌 캐릭터에 녹아들어 비애감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다. 시퀀스마다 영화는 질문을 샘솟게 만들어 토론하기 틀림없이 좋을 영화 같다. 파괴된 도시에서 인류애를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이며, 디스토피아/유토피아/블랙코미디/서스펜스까지 모두 모은 영화였다. 조금만 더 힘을 발휘했으면 '완벽'했을 영화다. 10% 부족한 게 있는데, 민성의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였고, 명화가 지키고자 하는 선과 정의였다. 좀 더 고뇌가 필요한 지점일지도. 그럼에도 스케일 면에서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는 우선 '콘크리트 유토피아' (평점 ★★★★ 8점) 







⊙2위  <비밀의 언덕>(The Hill of Secrets, 2022)


정보: 드라마/ 한국/ 122분/ 2023.7.12개봉/ 전체관람가

감독: 이지은

출연: 문승아(명은 역), 임선우(애란 역), 장선(경희 역), 강길우(성호 역)



당차고 야무지고 성취욕 강한 아이 승아는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증거까지 만들어내는 맹랑함을 지녔다. 반장이 된 승아(5학년)는 젓갈 장사를 하는 부모님이 부끄럽다. 부모의 직업을 묻는 선생님에게 아빠는 종이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가정주부라고 거짓말한다. 손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승아는 일기, 편지, 쪽지, 독후감 등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상을 받기 위해 매진한다. 승아는 교내 대회에서 글짓기로 우수상까지 받으며 입지를 다진다. 행복은 잠깐이던가.


반에서 글쓰기 일인자로 발돋음하려는 순간 승아에게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한다. 전학 온 이란성 쌍둥이들의 협업은 막강했다. 2대 1로 벌이는 글쓰기 열전. 재능과 노력 사이에서 교차되는 질문들. 

승아는 솔직함이 영광이 될 수 있지만 무기도 될 수 있다는 걸 두 편의 글을 써보고, 터득한다. 승아는 최우수상이라는 영광과 가족들에 미칠 아픔을 동시에 본다. 


승아는 이제야 자신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가족의 폐부를 파헤쳐 받은 상을 거부하기로. 상보다는 가족을 선택한다. 무엇이 글인가. 인정욕구를 위한 발버둥인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인가.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인가.


때로는 솔직, 진실을 묻어두어야 할 비밀도 있다는 걸 승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알게 됐다. '비밀의 언덕'에서 승아는 한 단계 성숙의 과정을 겪는다. 승아는 멋진 작가가 될 것이다. 작가가 아니더라도 멋진 어른이 될 것이다. 환경을 염려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말이다. 승아! 아자아자! (평점 ★★★★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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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다음 소희> Next Sohee, 2022.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시은.

국가: 한국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023.02.08.




소희와 다음 소희. 예전 소희, 지금 소희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문. 


<다음 소희>를 보는 내내 한숨이 나왔다. 세상은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진다. 꼭 토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욱함이 올라왔다. 소희의 말, 소희의 행동, 소희의 꿈에 대해 나누고 싶다. 소희를 둘러싼 부당한 그물망과는 싸우고 싶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음 소희>를 강추하고, 얘기하자고 호소하는 게 고작이지만 소희를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면 '다음'소희는 없어질까. 그런 희망은 없다. 그럼에도 같이 보자고 말하고 싶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좀 더 영화적이었다면 별점을 더 줬겠지만 연출 의도는 짐작됐다. 감독은 영화를 포기하고 '다큐'로 목표를 수정한 듯 보였다. 과한 대사와 노골적인 행동들은 영화적(?) 문법에 스크래치를 냈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는 감독의 연출을 응원한다. 다큐와 영화의 경계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삼선 슬리퍼에 맨발인 소희. 소희와 다음 소희, 예전 소희, 지금 소희들에게 쓴 어른의 반성문. 이제 어른이 된 소희들은 청소년 노동문제에 대해 뭉쳐야 한다. 영화에는 이상한 순기능이 존재한다. 그 기능을 믿는다. 138분 동안 소희를 생각했다. (평점 ★★★☆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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