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40년 전 이야기, 첫 장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군대, 대학을 거쳐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척박하고 낯선 땅에 홀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일이 어디 쉬울 리 있겠는가.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 그러나 용케도 살아남았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다시 거슬러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난 어디로든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숱한 어려움을 어떻게 다시 겪어낼 수 있을까.
청년 취업난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2025년 청년들이 1986년 우리를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우리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업종은 적었고 쏟아져나온 베이비붐 세대의 경쟁은 치열했다.
용감하게 영업 분야에 뛰어들긴 했으나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된 청춘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영업직에 대한 백안시 白眼視가 언제나 등허리를 짓눌렀다.
우리가 상대해야 했던 고객은 의사 선생님들로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공부 잘하고 프라이드 센 집단이다.
무시당하고 모욕당하는 것쯤은 일상사로 알고 견뎌야 했다.
그 속에서 탈락하지 않고 존재를 알리며 살아남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안정된 업종으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매 순간 찾아왔다.
수많은 유혹을 이겨낸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것을 찾아내야 했다.
성취감과 책임감, 그리고 자존심이 그것이었다.
언제나 한국시리즈 7차전 마무리 투수처럼 살았다.
이겨서 무엇이 되겠다는 것은 두 번째 문제였다.
우선 이겨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살고 일 년을 쌓아나갔다.
우리 일을 하는 사람은 남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결국, 홀로 들판을 선 외로운 늑대가 되어야 한다.
기다려도 멘토는 오지 않는다.
오감을 열고 가상의 멘토를 만들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 일은 농사와 같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부지런히, 정성껏,
밭을 일구어야 가을에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다.
회사 안에서 힘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밭은 언제나 밖에 있다.
회사는 내가 나가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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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세상에 나와 자리를 찾은 초창기 이야기를 아주 조금 했을 뿐이다.
할 이야기가 많다.
초창기 이야기마저도 미처 못한 것들이 많다.
시즌 2, 3을 약속하며 우선 일단락짓는다.
부디 많은 후배가 이 글을 읽고
자신만의 가상의 멘토를 세우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시즌 2에서는 또 다른 사연과 경험을 풀어놓을 것이다.
성공을 빌며 다시 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