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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맨티킴 Dec 24. 2020

 골프 입문

골프를 시작하는 각자만의 특별한 이유

 

골프 시작을 도와 준 친구가 몇 명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클럽 선택만큼 많이 듣는 것은 언제쯤 첫 출전하느냐다. 클럽은 골프채다. 얼마큼 빨리 첫 출전하는가에 따라 입문자의 인간관계와 운동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나는 또래가 아무도 골프에 대해서 모를 때인 서른둘, 1월 1일에 골프채를 잡았다. 첫 필드는 그해 추석 9월이었으니 상당히 늦었다.


골프 입문보다 더 중요한 건 첫 필드를 나가는 시점이다. 입문이 어렵지, 시작하면 끊지 못하는 운동 중 하나인 골프는 첫 필드를 나가는 순간 알게 된다. 새로운 세상, 의미 있는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필드 첫날의 그 경험을 잊지 못한다. 자녀가 학교에 첫 입학 하듯 손을 잡고 데리고 가는 보호자가 되고, 수업 시간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듯 골프 선배의 하나하나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첫 필드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부모고,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골프를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서 첫 필드에 두려움과 기대는 많이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관심 없는 분야는 잘 보지 않는다. 공 갖고 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작디작은 골프공은 더욱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골프를 배워야겠다 생각이 든 사건이 생겼다.


골프 프로인 처남이 고등학교 때 전북 익산, 지금의 '클럽 D 금강 CC'로 프로 테스트를 받으러 왔었다. 골프장과 가까운 우리 집에 지내면서 골프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골프는 운동이 안 된다는 편견부터 전반적인 이해를 하게 된 계기였다. 처남은 새벽 3시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운동을 나가기 전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모습을 봤다. 일찍 일어나서 고요한 시간에 하루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친구가 부지런하고 대단하다생각했다. 고등학생이었던 처남을 골프장에 태워다 주었다. 새벽안개가 자욱한 길을 운전하면서 궁금한 걸 물었다. 이해되지 않았다. 경험이 없으니 듣는 로는 한계였다.


으리으리한 클럽 하우스를 보고 기겁했다. 그때까지 호텔이란 곳을 가보지 못했던 난 호텔로 잘못 온 줄 알았다. 촌놈이 겁을 먹었다. 처남에게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는 건지 물었더니 따라오란다. 아무도 없던 라운지를 구경하면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두워 보이지 않지만, 고요히 골퍼들을 기다리는 필드라고 부르는 곳도 궁금해졌다. 홀의 신비로움이 가까이 와서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한눈에 반한다는 표현이 이런 걸까? 골프 플레이를 본 것도 아닌데 클럽하우스에 들어선 순간 나 역시 골프인이 된 것 같았다. 첫 그라운드, 첫 티샷을 하고 잔디의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단 한 번의 상상이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홀려버렸다.


골프에 대한 환상을 품던 어느 날 < 내 생의 최고의 골프> 마이클 머피가 쓴 책인 ' 18홀 너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골프에 대한 철학적인 설명이 골프에 대한 신비로운 매력에 더 빠지게 했다. 처남을 태다 준 그 날 새벽부터 가슴은 뛰기 시작했던 거다. 시원한 스윙, 대자연 속의 아름다움 등 각기 다른 이유로 골프를 시작하지만 어이없게도 난 단순했다. 자연 한복판의 어둠을 깨고 홀로 있던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것이 골프의 입문 계기였다. 왜 시작했는지 물을 때면 클럽하우스가 입문 계기였다고 말한다. 뻥 치냐며 어이없이 웃어넘기던 동호인들은 내 맘을 모른다. 사람마다 의미 있는 경험이 다른 것을. 전혀 관심이 없던 골프가 내 맘을 사로잡은 후 맘이 뻥 뚫렸다. < 명상은 우리에게 필요한 예술이다. 라운딩하는 동안 가장 기본적인 명상은 우리가 공을 향해 서 있을 때 우리의 샷에 대해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내 생의 최고의 골프에 나온다. 정말일까? 골프는 명상이라고 소개하는 책을 읽으며 온통 골프 생각뿐이었다. 처남은 그날 새벽에 어떤 명상을 했을까? 골프인들은 모두 철학적일까? 혼자 상사병 앓듯 멀리 바라만 봤다.


용기 내어 골프 연습장에 갔다. 낯설었다. 혼자 시작하는데 너무 창피했다. 골프채를 주면서 휘두르라고 한다. 책에서 본 명상만으로도 멋진 스윙이 금방 될 것 같았는데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느리고 더디게 골프를 배웠다. 몇 년 후 친구에게 골프를 해보라고 했다. 너나 하란다. 5년이 지나면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처음 필들에 나갈 때 나에게 손을 내민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물어보면 나처럼 시작한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첫 출전을 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골프장에 갈 때마다 그날 새벽이 떠오른다.


나는 그때 새벽을 잊지 못한다. 언제나 첫 티를 치자고 하면 달려간다. 첫 티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클럽하우스, 누구도 걷지 않은 필드를 걸을 수 있는 영광을 선물해준다. 클럽하우스에 제일 먼저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여행을 순회라고 말하듯 골프인들의 첫출발도 클럽하우스고 돌아올 곳도 클럽하우스다. 출발한 장소로 다시 돌아는 것. 클럽하우스는 골프의 시작이고 끝이다. 가끔 멋지고 장엄한 클럽하우스를 만나면 가슴은 그날 새벽처럼 뛰기 시작한다. 골프클럽, 골프공, 코스는 인간의 끝없는 복잡성을 반영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언제나 기다려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나를찾아가는 글쓰기 8기 의미있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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