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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Jan 06. 2024

내 몸의 골프 스윙을 믿어야 할 때

부러웠어 너의 스윙



"당신의 고유한 스윙을 하라.

당신의 몸에 익은 진정한 스윙을"

-배거 밴스, 영화화된 소설 속 가상의 캐디


골프를 치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남과 동시에 수많은 스윙도 보게 된다. 레슨프로들은 이렇게 하라 말하지만 결국 스윙은 하나로 남지 않는다. 


내 스윙을 믿어야 하는데 우린 그러지 못한다. 나보다 조금 잘한다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스윙을 배우며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게 스윙도 몸도 망치는 주범임을 모르고 말이다. 가령 키가 작고 뚱뚱하고 뻣뻣한 나 같은 사람이 키 크고 날씬하며 유연한 사람을 따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안 봐도 결과는 온몸에 파스와 물리치료를 병행할 것이다. 


내 스윙이 조금 독특하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 나에게 맞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된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홀마다 빠져나가는 내 지갑에게 부끄러워해야 한다. 


스윙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굳이 다른 사람을 보고 바꾸고 싶을까. 세계 유명 프로들도 몇 년을 거쳐 스윙을 바꾸는데 우리 같은 아마추어는 몇 년이 걸릴지 궁금하긴 하다. 주위에 봐도 스윙 바꿨다고 보여주는데 내 눈에는 이전과 다른 게 보이지 않는다. 본인만 바뀌었다고 말하고 다닌다. 




연체 골퍼


부러웠어 너의 스윙

누구보다 유연한 넌

마치 연체동물의 왕인 줄 알았거든

나는 너무 뻣뻣해서 시도 때도 없이 아퍼


네가 원숭이처럼 길쭉하게 팔을 휘두르곤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게 가끔은 미워


너의 루틴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데

눈과 귀를 닫아도 이미 난 잠식당했더라


분명해

헛스윙조차도 까르르 웃는 넌

생각도 마음도 연체동물처럼 부드러워

뼈가 없는 게 아니라 욕심이 없는 거였어





대부분 스코어가 엉망이 되는 게 본인 탓인데, 남들 스윙을 보면서 원인을 돌린다. 아마추어들은 쉽게 분위기에 흔들린다. 스윙이 별로인데, 거리가 짧은데, 여러 가지 원인과 단점을 찾으며 자신이 무너진다. 

오랜 연습과 경험을 통해서 자신만의 스윙을 찾은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만의 고유한 스윙을 믿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의 신체능력을 이해한 사람이 된 것이다. 

어떻게 친들 어떠한가. 티비에 나오는 프로들처럼 예쁜 스윙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배 나온 나도 예쁘게 치고 싶다. 내 몸은 허락하지 않는다. 


나만이 고유한 스윙을 믿어야 한다. 내 몸에 익은 진정한 스윙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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